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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1976’/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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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1976’/8월 18일

梁平의 '그 해 오늘은' <84>

최근 들어 ‘판문점’은 정겨운 말이 됐다. 그곳을 통해 남북으로 왕래하면서 판문점은 분단의 장벽에서 유일한 숨구멍처럼 비친다. 그래서 언젠가 장벽이 열릴 때는 지퍼의 손잡이부분처럼 그곳부터 열릴 것만 같다. 여기에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무렵에 영화 ‘JSA’가 나옴으로써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도 155마일 휴전선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처럼 비친다.

그러나 햇볕정책 이전의 판문점은 가장 시끄럽고 살벌한 곳이었다. 북한측과 유엔측이 이런 저런 모임에서 실속 없는 말다툼만 벌여 시끄러웠고 이수근이 남한으로 탈출할 때는 북한 경비병들이 그에게 권총을 쏘기도 했으니 휴전이 아닌 전쟁상황 같았다.

1976년 오늘 그곳 공동경비구역에서 미군 장교들이 북한군들에게 맞아 죽은 사건은 그 압권이었다. 미군장교 2명과 한국군 장교 1명이 사병들을 거느리고 미군 측의 제5 관측소로부터 제3초소를 가리는 미루나무 한 그루를 자르려다 이를 막는 북한군과 시비가 벌어져 보니파스 대위 등 미군 장교 2명이 죽고 한미군 9명이 부상을 입은 데다 미군 차량 3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오랜 동안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불리고 있으나 그것은 남한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다. 북한이 ‘만행’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미루나무 사건’으로 부르는 것은 그렇다 치고 미군도 그냥 전설적인 나무꾼의 이름을 딴 ‘폴 번연 작전’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나무 자르기 작전’이다.

사건의 이름이 다르듯 그것을 보는 눈도 제각기 달랐다. 한국은 막상 피해를 입은 미국보다 더 흥분했고 그것은 ‘만행’으로도 부족해 그 앞에 ‘도끼’까지 포갠 데서 드러난다.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면 모두가 흉기지만 유독 도끼를 강조한 데는 나름의 배경이 집힌다. 63년 고재봉이라는 살인범이 중령 일가족 5명을 도끼로 죽인 이후 고재봉은 살인마의 대명사가 됐듯 도끼는 흉기중의 흉기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이 판문점에서 긴장을 일으키기 위해 미군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으로 그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상이 일어났다고 했다. 문제의 도끼도 북한이 살인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라 미루나무 작업을 하던 미군들의 것으로 그것을 북한군에 먼저 던졌다는 것이다.

막상 미군 측은 사건 자체에는 별다른 비난을 않은 채 데프콘 3(예비경계태세)를 발동하더니 3일 뒤(21일)에는 데프콘 2(공격준비태세)의 상황에서 문제의 나무를 자른다. 한국전쟁이후 처음인 이 데프콘 상황으로 본토에서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F111기가 날라 오고 오키나와에서 B52와 F4 등이 날라 오는가 하면 미드웨이 항모가 북한해역으로 올라가고 있었으니 자칫 한반도가 핵전쟁의 실험무대가 될 판이었다.

이 사건으로 공동경비구역도 분단되고 말았으나 그곳에서도 시간은 흘러 ‘도끼만행’이라며 흥분했던 남한에서는 영화 ‘공동경비구역’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 날의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방한한 부시가 하필이면 당시 죽은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딴 ‘보니파스 경비부대’를 방문해 휴전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을 상기시키는 한편으로 자신의 ‘악의 축’ 발언을 확인한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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