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납량물(納凉物) : 살아있는 사람보다 덜 무서운 유령들의 재롱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납량물(納凉物) : 살아있는 사람보다 덜 무서운 유령들의 재롱

새 연재-엉뚱이 사전 <7>

***납량물(納凉物) : 살아있는 사람보다 덜 무서운 유령들의 재롱**

살아있는 사람보다 덜 무서운 유령, 귀신 등의 재롱을 보며 더위를 식히겠다고 만든 영화 비디오 또는 그 비슷한 것들.

19세기 독일 시인 하이네가 그랬다던가. “유령은 사람이 그들을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정말이지 세상에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그래도 이 땅의 조상들은 고전적 한국 귀신들을 무서워한 것 같다.
고전적 한국 귀신들이 총동원된 시인 백석(白石)의 시 한 편을 보자.

***마을은 맨천 귀신이 돼서**

나는 이 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귀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자 방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디운귀신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뚜막에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 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퉁이로 달아 가는데 굴통에는 굴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안으로 가면 뒤울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귀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 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삐쳐나 바깥으로 나와서
밭 마당귀 연자간 앞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귀신
나는 고만 질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마라 내 발뒤축에는 오나가나 묻어 다니는 달걀귀신
마을은 온데간데 귀신이 돼서 나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

이들 고전적 귀신들이 지금은 모두 살아있는 귀신들로 둔갑한 것인지. 이 땅엔 핵(核)귀신 하나 둘러싸고 국내외로 서로 ‘날 각’들 세우는 수많은 패거리 귀신들이 ‘맨천’으로 설치고 있으니 정말 “나는 이 땅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