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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공화국’/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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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공화국’/8월 8일

梁平의 '그 해 오늘은' <79>

1974년 오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것은 놀라웠다. 실은 그의 재선운동을 돕던 공화당 당원들이 72년 6월 17일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침투해 도청장치 등을 설치하려던 사건이 적발돼 언론이 떠들썩한 것도 놀라웠다.

당시 한국의 경우 ‘치사하게’ 야당의 사무실을 도청할 것도 없이 그 안의 사람들을 굴비 엮듯 끌고 와 무슨 말을 했는지 불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부터 4개월 뒤에 일어난 10월 유신으로 김대중 지지세력들이 당한 것이 그런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그런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해도 그 정도의 사건으로 대통령이 물러난 것은 새삼 미국과 한국의 거리를 실감케 했다. 그리고 당시 닉슨을 옥죄어 물러나게 한 특별검사는 정의의 여신이 보낸 금부도사처럼 우리와는 까마득히 먼 존재로 비쳤다.

그러나 ‘먼저 된 자 나중 된다’는 성경말씀이 있지 않은가. 그로부터 30년이 채 가기 전인 99년 옷로비 사건을 둘러싸고 특별검사가 출현한 이래 한국은 ‘특검 공화국’이 돼 가고 있다. 88년 김대중의 평민당이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조사하자고 주장했을 때도 얼굴을 비치지 않던 특별검사가 이제는 옷가게에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거꾸로 미국에서는 바로 그 해(99년) 6월말로 특검제가 사라졌다.

특검의 위력도 지난날의 미국에 지지 않는다. 이번 정몽헌 현대아산회장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특검이 죽였다”고 한 것이 그렇다.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죽였다”고 한 것도 같은 소리다. 그래서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이를 뭉뚱그려 “한나라당이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김정일과 김대중이 죽였다고 하는 소리도 있다. 월간조선 대표 조갑제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에 실은 ‘누가 정몽헌의 침묵을 원했는가“라는 글이 그렇다. 여기서 그는 ”현재 여론은 압도적으로 정몽헌의 죽음 뒤에 있는 김정일과 김대중의 반역적 역할에 대한 분노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 ‘압도적 여론’이라는 말은 좀체 실감이 나지 않으나 아니라는 물증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특검이 원인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는 찾을 수 있다. 바로 특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던 김승교 변호사가 최근에 발표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평가’가 그렇다.

여기서 그는 특검이 냉전수구세력과 진보개혁세력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은 배경에서 생겨나 4가지의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6․15공동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의 의미, 대북화해와 남북경협의 이미지, 통일운동, 지역화합 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검팀이 대북송금 가운데 4억 달러는 현대의 경협 대가고 1억 달러는 정책적 차원의 대북 지원금 정도로 보았으나 보수 언론이 이를 정상회담의 대가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특검이 폐지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 특검은 필요 이상 과격해지기 마련이어서 클린턴을 조사한 스타 검사의 경우 결정적인 비리를 밝혀 내지 못하자 르윈스키과 관련된 성추행까지 들추었다. 그래서 얻어 낸 것은 세계의 가십 메이커들에게나 도움이 될 뿐 4000만 달러의 세금이 아까운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특검도 재고해야 하나 막상 그것은 시급하지 않다. 특검이 ‘대북지원금’으로 본 것도 정상회담이나 노벨 평화상은 사는 ‘뇌물’로 ‘판결’해버리는 언론의 문제가 더 급한 것이다. 수구 언론의 그런 반역사성과 반민족성을 규명할 수 있는 특검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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