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은 아시아에서 이루어지는 대사만은 아니다. ‘개고기 동맹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라는 남다른 관심이 있다.
88 올림픽을 앞두고 서구로부터 개고기를 먹는 다고 군밤을 맞다 못해 1983년 오늘 서울시가 도심에서 보신탕과 뱀탕을 못 팔게 한 것이 엊그제 일 같아서다. 그 뒤 ‘보신탕’ 집은 도심으로 되돌아 왔으나 창씨개명한 이름은 되찾지 못한 채 20년이 지나 ‘영양탕’이나 ‘사철탕’이라는 신세대 음식이 성년이 됐다.
그런 매를 이제 덩치 큰 이웃이 맞을 차례이니 불안한 한편으로 호기심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매맞는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은 것은 개고기 동호국으로써 다행이면서도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서양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1962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몬도가네’는 세계의 야만적이거나 엽기적인 습속들을 모아 논 것으로 너무 유명했다. 이 영화에서는 중국이 아닌 타이완이 나오지만 개고기를 써는 큼직한 칼과 함께 ‘황구보신탕’(黃狗補身湯)이라고 쓰인 큰 기는 너무 선명해서다.
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중국인들의 개고기를 먹는 습관이 소문났다. 청나라 북양대신 이홍장(李鴻章)은 영국수상을 방문했을 때 수상의 애완용 개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래서 개를 선사한 수상은 다음날 “개가 어떻더냐?”고 물었고 “참 맛있었다”는 사례를 받았다.
그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도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그릇을 말하는 ‘기’(器)라는 글자에 그려져 있다. 개(犬) 한 마리를 둘러싸고 네 개의 입(口)이 그려져 있으니 네 식구가 개를 잡아서 먹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대륙의 ‘견민’(犬民)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20년 전에 시끄러웠던 브리지트 바르도나 동물애호가들은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생각을 달리 해보면 수긍할 수도 있다. 중국은 잔소리를 듣지 않고 개고기를 먹을 자격증이 있는 것이다. 핵무기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명함이 그 자격증이다. 실은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기자들이 중국 음식을 칭찬하는 데 정신이 없어 ‘개’라는 말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이 서구의 입방아에 쩔쩔맨 것이 핵무기가 없어서라고 볼 수만은 없다. 한국보다 더 가난한 북한이 ‘단고기’를 자랑하며 외국 귀빈들에게 버젓이 내놓는 것이 그렇다.
그래서 개고기에 관한 한 한국과 북한은 모습은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남한에서 보신탕이 영양탕으로 바뀐 것만이 아니라 애완용 개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20년 전과는 다른 풍경이다. 개를 사랑하는 방식도 어딘지 서구적이다. 곱게 꾸민 개를 끌고 다니는 것이 그렇고 그 개가 길에 배설을 해도 모른 체 하는 것이 바로 브리지트 바르도의 나라(프랑스) 사람들이 귀찮은 개를 떼 놓고 가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 한편에서 ‘개고기’라는 말이 푸대접을 받는 모습은 “며느리 말미 받아/ 본 집에 근친 갈 때/ 개 잡아 삶아 얹고”라는 ‘농가월령가’를 위해 슬프다. 차라리 남북한의 국토를 합치듯 ‘단고기 영양탕’이라고 포개서 부르면 이름이 뚜렷해서 좋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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