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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화해 앞의 東西장벽/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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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화해 앞의 東西장벽/6월 13일

梁平의 '그 해 오늘은' <38>

2000년 오늘 아침 10시 5분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던 국민들의 느낌은 여러 가지였을 것이다. 그 몇 달 전 요란한 화두였던 '뉴 밀레니엄'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 느낌도 그 하나일 수 있다.

그 뒤의 일은 이제 잘 알고 있다. 금방 헐릴 것 같던 남북의 장벽은 좀체 낮아지지 않은 채 동서의 장벽만 새삼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당시의 남북정상회담은 통일을 향해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대북송금' 같은 것으로 퇴화했고 그 주역인 대통령은 특검의 조사대상으로 소환해야 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시끄럽기만 하다.

그것은 얼핏 민주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논쟁 같으나 들여다보면 이념이나 법리와는 무관한 동서(東西) 다툼일 뿐이다. 동쪽에서 대북송금은 노벨 평화상에 눈이 어두운 DJ가 그 전단계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에 바친 '뇌물'이고 서쪽에서 그것은 민족화합과 통일을 위한 통치행위다.

같은 사물을 보는 눈이 지역에 따라 그처럼 딴판인 것은 새삼 놀라운 것이 아니다. 대선에서 같은 인물이 한쪽에서는 90점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자리의 점수를 받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정착됐다. EU에서 만약 대선이 실시된다면 독일 출신 후보가 프랑스에서 받는 점수도 그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만 같다.

그런 동서장벽이 새삼 답답해진 것은 그것이 남북장벽과 얽혀서다. 동서장벽은 길게는 군사정권 이후부터, 짧게 보면 1987년 이후부터 있었으나 지난날의 그것은 남북과는 무관한 남한만의 선거 풍속도로 비쳤다.그래서 통일만 되면 저절로 낫게될 잔병으로 보는 이도 많았다.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요즘의 동서갈등을 보면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과 서만을 가로 막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도 가로막거나 화해의 발걸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우리에게 '햇볕정책'은 없고 '퍼주기'(동) 와 '동족 돕기'(서) 라는 두 이름의 정책만 있는 것도 그런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통일을 한걸음이라도 늦추는 것은 물론 통일된 뒤에도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남북동포의 화해를 더디게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오늘의 시점에서는 사치스러운 걱정이지만 독일의 경우를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통일 후 13년이 지났으나 '독일인'은 '일은 하지 않고 공짜로 빵을 먹으려는 오씨(동독인)'와 '돈만 많고 잘난 체 하는 베씨(서독인)'의 두 얼굴이다. 동독 주민들의 월평균 수입이 서독 주민의 80%까지 따라붙었으나 그들은 아직도 서독이라는 자본주의 숲속에 버려진 오누이 핸젤과 그레텔처럼 같은 기분이다. 마녀의 함정 같은 과자의 집(자본주의)에 정이 들지 않은 채 떠나온 집(동독시대)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45년의 분단에서 오는 상처로 시간이 가면 잊혀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장벽이 시간에 따라 저절로 허물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엔 하나의 조건이 있다. 그 사회의 시대정신(차이트가이스트)을 대변하는 언론이 그 장벽을 낮추거나 헐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아까우면 갈등을 부추기지만 않아도 차선은 된다. 그러나 갈등을 부추긴다고 무조건 최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겉으로는 걱정하고 말리는 척 하면서 싸움을 시키는 막된 등급이 남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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