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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 반세기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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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 반세기 /6월 2일

梁平의 '그 해 오늘은' <28>

최근 국내서도 번역 출판된 풍자서 ‘세계를 지배하는 개들’이 화제다. 프랑스의 방송인 로랑 제라와 만화가 장 클로드 모르슈완이 합작으로 내 논 이 책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은 일단 개가 돼야 한다. 그런 개판이 어디 있냐고 대들어 봤자 소용 없고 막상 그 축에 끼이지 못하면 더 개 같은 신세가 되고 만다. 제목에 ‘세계를 지배하는’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노무현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출판된 이 책의 한국판이 나오게 되자 그가 29 ‘마리’의 개에 합류한 것이다. 그것도 1그룹(사냥개와 전투견) 2그룹(경비견과 작업견) 3그룹(애완견과 호사견) 가운데 1그룹인 ‘진도개’로 됐으니 영광인 셈이다. 비록 “전라도 진도가 원산지이나 영원한 맞수인 부산에서도 자기 출신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출신성분이 의심스럽다”고는 했지만...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수장견인 부시와 같은 과에 속한 것이다. ‘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로 분류된 부시는 지금 지구를 혼자 지켜내겠다고 컹컹거리는가 하면 아예 독수리 오형제로 변신하기 위해 맹연습중이니 얼마나 갸륵한가. 그런 부시와 나란히 서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는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의 경우가 말해준다.

블레어는 미국인이 특히 귀여워하는 애완견 플루토지만 경비견 노릇을 마다 않으니 2-3 그룹을 오가는 셈이다. 미키마우스가 나눠주는 치즈 조각을 좋아하는 이 플루토는 미국인이 짖으라고 하면 마구 짖는 것이다.

아무리 이름뿐이라고는 해도 대영제국의 총리를 애완견으로 취급한 것은 최근 들어 미영과 사이가 뒤틀린 프랑스인들의 안목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래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하나의 암캐로 끼어 있는 것은 새삼 눈길을 끈다. 그는 “왜소한 크기와 우스꽝스러운 옷차림(모자)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여왕견인 버킹엄산 요크셔테리어”로 분류된 것이다.

1953년 오늘 대관식을 가진 엘리자베스 2세의 50년은 영국이 대영제국에서 보통나라로 하향 평준화된 반세기이자 영국왕실에서 위엄은 사라지고 스캔들과 비난으로 얼룩진 세월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의 백부 에드워드 8세가 심프슨 부인과의 세기적 로맨스로 왕위를 포기해 그가 예비 여왕이 되자 그의 대관식에 쏠 예포 21발에 맞추어 위스키 회사가 ‘로열 설루트 21’은 만들어 21년간 숙성하던 그런 분위기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영국 왕실은 갈수록 장식품처럼 돼가고 그 속에서 여왕은 애완견처럼 돼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몇 년 전 그와 사냥개가 시비가 말려든 것은 시사적이다. 영국왕실의 사냥에서 사냥개가 아직 숨이 붙은 채 물어온 꿩의 목을 그가 비틀어 죽이는 장면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붙들려 그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집중 포화를 당한 것이다.

“상처 입은 새의 목숨을 끊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는 버킹검 궁의 안락사론은 먹혀들지 않았다. 많은 영국인들에게 “왕족들이 즐기는 사냥은 야만성과 무자비함의 극치”인 것이다.

그것은 새삼 엘리자베스 1세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스페인 무적함대가 쳐들어오자 이 여왕은 스스로 해군 기지를 찾아가 겁먹은 해군들을 격려하지 않았던가. 그 시절의 영국 왕실은 왕실 사냥터가 아니라 전세계에서 꿩사냥이 아닌 인간사냥도 태연히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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