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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코드는 망각인가"

<기고> "노 정부의 이미지 정치를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는 망각인가**

"마지막으로 노무현이가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재야에 있을 때는 문제를 제기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을 주장했습니다. 국회의원 초선 때도 비슷한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당 중진일 때는 대안을 생각하고 대안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 이전에 중진일 때 대안을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시각각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제 스스로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전남대에서 강연한 내용이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노 정권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핵심인사들인, 소위 노무현과 같은 코드를 가진 사람들의 말바꾸기에서 이미지정치의 실상을 확인한다.

"이미지로 성장해서 이미지로 먹고 살다가 이미지로 망조 든다는 것"이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는 사람들의 예언이다. 그런데 바로 노 정권의 '코드'들이 이런 모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왜 지금 이미지정치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아주 보기 좋게(?)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일단 교수출신 윤덕홍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교육운동의 틈새 시장에서 적절한 이미지 형성에 성공했고, 그가 부총리가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각종 소신들을 '교수시절의 생각'으로 폄하하면서 장관된 지 한달여 만에 '교수시절의 대안'을 통째로 포기하고 기득권세력의 입장에 줄서기를 했다.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전면시행에 대해 국가인권위의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소신발언'을 하더니, 인권위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농후하다는 결정이 나오자 폐기처분이 아니라 일단 결정을 유보하겠다고 말을 바꾼다.

군수출신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의 변신도 놀랍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행세는 다 하더니, 대통령 앞 길 좀 막아섰다고 '막아선 자 모두 구속처리'하겠다고 나선다. 국가보안법 위반도 아니고 화염병이 등장한 것도 아닌데, 아마도 집시법 위반 정도로 엮어보려고 하는 모양이다. 옛날의 국가보안법으로 치면 거의 '국가원수모독죄' 적용인 셈이다.

재야 변호사 출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취임 전후로 한총련 합법화를 '거의 다 된 밥'처럼 주장하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하나씩하나씩 조건부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더니 결국 한총련 합법화는 물 건너가고 있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라는 것은 김영삼 정권이 붙인 이름표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몰린 역사적 과정이 백년이 된 것도, 반백년이 된 것도 아니다. 불과 몇 해 전의 일이다. 권력 잡은 이들의 기억력이 백치수준이 아니라면 그 잘못된 역사를 충분히 기억할텐데, 권력 초기에는 그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만 그 며칠새 다 망각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노 정권의 코드: 정치인으로, 관료로, 시민운동단체의 수장으로 성장할 때는 개혁과 진보처럼 행세하고, 권력을 잡았을 때는 '구관이 명관'인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기존의 소신과 주장을 망각한다.

재야에 있을 때와 초선일 때, 중진일 때,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소신이 전부 다 바뀌고 있다. 문제제기 중심에서 대안중심으로 고민의 축이 옮아갔다고 변명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소신이 바뀌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자리가 자리라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기존의 생각은 어째 '가볍고' 높은 자리에서 보니 '유치'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안 해보고 장관 안 해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노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한때 국회의원이었고 장관이었으며, 군수이자 도지사후보였다. 그리고 한국의 사법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민변을 대표하는 변호사였다.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만큼 책임 있는 자리가 아니라서 '아무렇게나' 주장하는 철부지들인 모양이다.

누구든지 성공한 대통령과 정권을 보고 싶어한다. 그동안 많은 실패한 대통령을 배출했던 한국민이다. 대통령 개인 때문에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얻어내기 위해서 대통령이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지로 시작해서 이미지로 끝날 가능성이 갈수록 농후해지고 있다. '이미지로 성장해서 이미지로 망조 든다'는 이미지정치 경계론자들의 노 정권에 대한 예상이 틀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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