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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청산'의 또 한 단계/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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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청산'의 또 한 단계/5월 16일

梁平의 '그 해 오늘은' <14>

"친애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오늘 아침 미명을 기해… 부패하고 무능한 현정권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이 이상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 둘 수 없다고 단정하고 …"

1961년 오늘 미명인 새벽 5시 라디오에서 이런 방송이 흘러나왔을 때는 우리의 민주주의 수준도 미명이었다.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키고…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 양심적이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은 군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어쩌고 하는 '혁명공약'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 것이 우선 그렇다.

그것은 공약(公約)이 됐건 아니면 공약(空約)으로 끝나건 '혁명'공약이라고 부를 수 없는데도 무심코 따라서 불렀던 것이다. 다시 말해 혁명과 쿠데타를 구분하지 못했고 그래서 자기네가 선택한 정권이 짓밟혀도 남의 일처럼 본 것은 주권을 포기한 것이자 민주주의 이전인 것이다.

새삼 42년 전의 이야기를 들춘 것은 올해가 5.16 쿠데타 결산의 한 단계여서다. 바꾸어 말하면 그 쿠데타는 42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이어졌고 아직도 최종의 결산단계를 지나지 않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는 혁명과 다를 것이 없다. 프랑스혁명이 끝난 시점을 두고도 로베스피에르가 몰락한 1794년, 나폴레옹이 몰락한 1815년, 파리 코뮌의 1871년 등 여러 설이 있지 않은가.

5.16이 종식된 시점도 10.26이 일어난 79년, 6.29를 할 수밖에 없었던 87년, 문민정권이 들어선 93년 가운데 어느 해일까. 여기에 정답은 없다. 박정희가 군복을 벗고 대통령이 된 63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3김 정치가 끝나고 국가정보원이 개편되려는 올해도 5.16청산의 한 단계다.

3김이 군사정권의 산물이라면 그들이 정치를 주도했던 세월은 5.16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그 쿠데타의 도구로 태어난 중앙정보부가 이름만 바뀐 채 체질은 바뀌지 않았던 세월과 그 세월이 일치한 것은 우연 같기도 하고 필연 같기도 하다.

물론 중앙정보부는 이름이 두 차례나 바뀌면서 번번히 겉모습이 달라지긴 했으나 본질에서는 쿠데타 도구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날 정보정치에 피해를 당했던 이들이 국가정보원의 수뇌부에 들어간 것은 이 정보기관의 체질과 함께 한 시대가 바뀐 것이다.

물론 그것은 중앙정보부 시대의 청산일 뿐 5.16의 청산은 아니다. 71년의 대선에서 중앙정보부가 영남지역에서 '호남이여 단결하라!'는 흑색선전물을 뿌려 생겨난 우리 역사의 검은 상처는 언제나 아물지 기약도 없다. 일부 언론이 그 상처를 치료하는 척 하면서 덧들이는 전통도 5.16의 소산으로서 그 언론도 그 전통도 건재하다.

따라서 그 언론이 이번 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요란한 색깔론을 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에 호응한 것이 더 놀라웠다. 5.16의 완전한 청산은 프랑스 혁명처럼 80년쯤으로 늦추어 잡아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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