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동국대 학생들의 모임 '우리의 학문을 지키기 위한 동행(동행)'은 5일 오전 "학과 통폐합을 전면 철회하고, 학생들과 함께 '민주적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학교 측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이진경) |
기자회견이 끝난 뒤, 100여 명의 학생은 총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학생 2명이 병원에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동국대는 지난 9월, 2013년부터 문예창작학과, 북한학과, 반도체학과, 윤리문화학과 등 9개 학과를 없애거나 다른 과와 통합하는 '미래지향적 학문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학과의 입학정원 규모, 재학률 및 취업률 등을 근거로 한 것이다.
최장훈 동행 대표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낙인찍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말이 좋아 '교육역량강화', '학부교육선진화'이지 결국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구조조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동행은 기자회견을 통해 "학과는 규모의 경제 논리로 운영해야 한다"는 학술부총장의 말을 두고 "학교가 학문과 학생을 상품으로 인정했음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동행은 "학문이 상품이 된다는 것은 대학이 기업화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학의 목적이 교육이 아닌 이윤추구가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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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원 북한학과 학생회장은 "학교가 학과에 서열을 매겨 자부심을 느끼며 공부하던 학생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학교 측은 연계전공이라는 말로 '과목은 남겨두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눈속임일 뿐, 학과가 사라졌는데 무슨 소속감으로 공부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관련 학과 동문회도 반발했다. 이영기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총동문회 회장은 "학교가 영리단체도 아니고 교육기관이 수익성에 따라 학과의 존폐를 결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4~5년 전부터 계속해서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계기로 다시는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동문회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행은 "해당 학과 학생들과 구성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학교·학생 논의 테이블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 1인 시위, 공문전달, 연좌농성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라 최후의 수단으로 총장실 점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통폐합 철회와 협의체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농성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과 통폐합은 학내의 사정과 시대의 흐름을 고려해서 전문가들이 내린 결정"이라며 "교육자가 아닌 피교육자 신분이고, 전문가도 아닌 학생들이 학교 행정에 관여하고 결정하려 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번 기습 점거에 가담한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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