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5월8일)에서 홍기백 기자가 보도한 <공정거래위원회 "위압적 공문"> 뉴스는 저널리즘의 공정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 주요 현안은 아니지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뉴스만 골라서 보도하는 뉴스데스크 시간에 소개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면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성이나 해당 기관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기본은 갖췄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엄기영 앵커의 ‘공정위가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돼 가고 있다’는 지적에 이어 홍 기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에 보낸 주식소유 현황 확인서에 내용이 다를 경우 처벌을 감수한다는 서약까지 붙여놓았다”면서 “모든 기업이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처럼 대기업들을 범죄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항변한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홍기자는 익명의 기업체 직원 인터뷰를 통해 ‘대기업에 대해서 혐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역시 기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홍 기자가 ‘공정위의 확인서 내용 서약’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공정위에 대해 해명 내지 반론을 펼 수 있는 최소한의 반론권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사 전체가 공정위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인터뷰 대상선정과 내용까지 대기업편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실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았는지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류의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에 가면 십중팔구 반론권을 위반한 불공정한 보도로 판명나게 된다.
형식적이나마 기자가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지 못하고 대기업편에 서서 보도한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저널리즘에서는 내용만큼 형식도 중요한 법이다. ‘모든 기업이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처럼 범죄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대기업의 불만은 충실하게 전달하면서 왜 이에 대한 공정위의 해명은 단 한마디도 없는가. ‘지나치게 권위적이다’는 뉴스의 가치판단을 내린 근거가 ‘확인서 서약’이라는 팩트(fact) 하나라면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대기업이 분식회계나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관행적으로 저질러왔다는 것은 이미 그동안의 수사결과로 확인된 사실이다. 최근 ‘SK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공정위가 대기업에 공문을 보내면서 ‘대기업에 보낸 주식소유 현황 확인서에 내용이 다를 경우 처벌을 감수한다는 서약’을 붙여놓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권위적’이라니. 그동안 대기업들이 공정위의 불법내부자거래 금지 규정을 무시한 불법사례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런 사례를 감시하고 고발하는데 앞장 서라고 존재하는 언론조차 대기업의 불법관행에 눈을 감아온 것이 사실아닌가.
국세청장이 해외로 도망가고 금융감독위원장이 구속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줄줄이 구속되는 한심한 경제사정 수장들의 불법타락상에 언론사 경제부들은 ‘지나치게 관대’했거나 ‘지나치게 무능’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제부터라도 경제시장에 법과 원칙을 제대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대기업의 대변인도 아니고 공영방송사의 경제부 기자, 부장, 앵커들이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보도해도 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대기업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대기업의 부당경제행위나 불법거래를 감시, 감독해야 할 공정위가 그 정도의 공문도 보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대기업들이 공정위나 금융감독위원회를 어떻게 주무르고 있는지 현실을 몰라서 하는 보도는 물론 아닐 것이다.
결론은 거창하지 않다. 저널리즘의 기본인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킬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최소한 노력하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공공기관이 권위와 정당성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권위적’이라고 주장하기에는 팩트가 너무 약한 함량미달의 기사였다. 아래는 관련 보도 전문.
***공정거래위원회 "위압적 공문"/MBC 뉴스데스크, 5월 8일**
앵커: 기업의 투명경영,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한이 커지면서 공정위가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돼 가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홍기백 기자입니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들에게 보낸 주식소유 현황 확인서입니다. 범죄 행위에 대한 진술서를 요구하듯 내용이 다를 경우 처벌을 감수한다는 서약까지 붙여놓았습니다.
기자: 다음 달부터 실시할 예정인 6대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앞두고 있는 공정위의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마치 모든 기업이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처럼 대기업들을 범죄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것은 일단 각 모든 대기업에 대해서 혐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기자: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지나치게 개별 기업의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의 공정 경쟁을 감독한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가 기업들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인식이 사라지 않는 한 기업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홍기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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