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행정부내 강경파의 일원이자 이번 이라크전쟁 계획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리차드 펄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이 위원장 직을 사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펄 위원장은 미 통신기업 글로벌크로싱과 중국계 업체들간의 합병을 성사시켜 주는 대가로 12만 5천만 달러의 사례금을 받은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자 지난 26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그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이 펄의 위원장직 사임만을 받아들였을 뿐 국방정책위원은 계속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펄은 지난해 분식회계 등으로 도산한 미국의 광통신 네트워크업체인 글로벌크로싱이 자사 주식 61.5%를 허치슨홤포아 및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텔레메디아에게 양도하는 데 필요한 미 정부의 승인을 받아주는 대가로 글로벌크로싱으로부터 12만5천달러의 착수금을 받았으며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60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미 정부내 해외투자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내지 못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럼스펠드 장관을 비롯한 안보관련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 해외투자심사위원회는 글로벌크로싱이 중국과 관련이 깊은 해외기업에 넘어갈 경우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미친다는 이유로 합병을 거부했다. 글로버크로싱의 주식을 인수하려 했던 허치슨 홤포아는 홍콩 최고의 갑부인 리카싱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펄이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로비의 대가로 사례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의 언론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일례로 민주당 소속 존 코니어스 하워의원(미시간주)는 지난 21일 국방부 감찰실에 기업의 유급로비스트로 활동한 펄의 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크 모린 도드는 칼럼을 통해 펄의 행동을 강력 비판했다.
이처럼 언론과 야당의 바판이 거세지자 결국 펄은 국방정책위원장 직을 사퇴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펄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터 통신이 입수한 사직서에 따르면 펄은 "본인의 활동과 관련,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여러 비판들을 조기에 쉽사리 가라앉힐 수 없게 됨에 따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국방장관에게 본인의 국방정책위원장직 사퇴를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펄은 지난 2001년 신설된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직과 함께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그는 미 국방부의 정식 관리가 아닌 민간인 신분이기는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계획 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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