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강행에 항의해 3명의 미 외교관이 사임한 데 이어 테러와의 전쟁을 담당하는 백악관의 고위 관리가 이라크전 개전일에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보 및 테러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으로 국제테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부시의 이라크전쟁은 안팎으로 곤경에 처하게 됐다.
미국의 정치전문잡지 <카운터펀치>가 24일 미국의 정보 및 테러전문가들 대부분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 강행으로 국제테러가 줄어들기는커녕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특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대테러 담당 국장 랜드 비어스가 이라크전쟁 개전일인 지난 20일 사임한 것은 백악관이 이라크전쟁을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희생시키고 있는 데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고 전했다.
이 잡지의 24일자 인터넷판 기사 '불길한 조짐들(Ominous Signs)'들은 정보 소식통들은 "비어스의 이번 사임은 이라크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것"이라면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랜드의 이같은 우려를 많은 정보 전문가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전직 정보관리는 "우리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희생시키고 있다. 나는 전혀 랜디(랜드 비어스)를 탓할 생각이 없다. 그의 사임은 우리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우려를 반영한 것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우리의 군사 및 정보자원, 그리고 우방국과의 관계까지 희생시켜가면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강행하느라 테러와의 전쟁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그 우려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보전문가들의 발언은 비어스 사임에 관한 UPI 통신 기사에서 인용된 것이다.
<카운터펀치>는 이어 제임스 뱀포드라는 이름의 정보전문가의 말을 빌어 미국의 이라크전쟁은 명분이 없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정보전문가들 중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테러를 예방하기는커녕 더 많은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정보전문가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체니, 파월 등이 이라크문제에 관련해 수많은 거짓말을 늘어놓는 데 대해 경악하고 있다."
랜드 비어스는 국무부 국제마약퇴치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고위 외교관리로 지난 해 8월 NSC 대테러 담당 책임자로 영입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이미 이전에 2차례나 NSC에 근무, NSC내 에서 가장 노련한 외교관으로 이라크전쟁을 앞두고 테러에 대비한 국내 경계가 강화되고 있던 지난 17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그가 제출한 한줄짜리 사표에는 사임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48시간의 경고기간이 끝나고 전쟁이 시작되는 지난 20일에 맞춰 사임, 그의 사임이 이라크전쟁에 대한 항의가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대부분의 미 언론들은 숀 매코맥 NSC 대변인의 말을 빌어 비어스의 사임이 이라크전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동료들의 말을 빌어 그가 사임한 것은 "백악관이 전반적인 테러와의 전쟁 노력을 희생시켜 가면서 이라크전쟁에만 전념하는 데 대한 항의 표시"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었다.
한편 이번 이라크전쟁과 관련, 랜드 비어스의 사임에 앞서 매리 라이트, 존 브래디 키슬링, 존 브라운 등 3명의 미 외교관이 항의 사임한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