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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권력의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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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권력의 이동

이효성의 언론마당 <22>

16대 대선으로 우리 사회의 잠재적이던 권력이동이 현실화하였다. 권력이동은 무엇보다 정치세력 사이에서 현실화하였다. 정치권력이 수구 보수 세력에서 진보 세력에게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선거결과는 이제 수구 보수 세력이 아니라 진보 세력이 우리 사회의 주류임을 입증한 것이다. 스스로 주류로 자부했던 기득권 세력이 소수로 전락하고, 그 동안 소수로만 여겨지던, 변화를 열망하는 세력이 주류로 등장했다.

그러나 권력이동은 정치세력 사이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세대 사이에서도 현실화하였다. 사회권력이 장노년층에서 청장년층으로 이동했다. 우리 사회의 주류가 그만큼 젊어진 것이다. 물론 변화를 열망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은 장노년층에도 있고, 청장년이라고 모두 변화를 열망하는 진보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청장년층은 장노년층보다 더 합리적이고 자주적이고 진보적이다.

권력이동은 또 언론 사이에서도 현실화하였다. 오프라인 언론에서 온라인 언론에로 권력이동이 있었다. 오랜 역사와 함께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자랑하는 거대 신문사의 의제설정력과 여론지배력이 붕괴하고, 생긴 지 수년 또는 수개월 밖에 되지 않는, 자본력도 없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신생 온라인 언론들이 막강한 의제설정과 여론지배력으로 기염을 토했다. 종이 신문을 그냥 "언론"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오프라인 언론"으로 지칭하여 온라인 언론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종이 신문의 부분화 또는 주변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 세대권력, 언론권력의 이동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같은 현상의 상이한 표현일 뿐이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세력이 보다 더 젊고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젊고 진보적인 세력이 인터넷을 통해 결집해서 여론을 주도하고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사회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결국 수구 보수 세력에서 진보 세력에로의 권력이동은 인쇄매체 세대에서 인터넷 세대로의 세대간의 권력이동이기도 하다.

이러한 권력이동은 대선의 승리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단순한 정치권력의 이동이 아니라 앨빈 토플러가 <권력이동>에서 지적한 보다 더 큰 의미의 권력이동이라 할 수 있다. 폭력과 돈에 기초한 권력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에 기초한 권력이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자금과 조직에서 절대적 열세에 있는 데다 지리멸렬하기까지 했던, 그러나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전에서는 우위를 보였던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한테 패했다.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우리 사회에서 토플러적 권력이동이 일어났음을 뜻한다. 그것은 우리 정치에서 폭력과 돈보다는 정보와 지식이 더 큰 힘의 원천이 되었음을 뜻한다. 과거에는 강제력과 금력을 가진 자가 정보와 지식도 지배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강제력과 금력에서의 우세가 정보력에서의 우세를 의미하지 않는다. 통신과 매체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쉬웠으나 오늘날과 같이 통신과 매체가 발달한 경우에는 정보를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과 매체 기술의 발전으로 매체의 수가 많아지고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그 전달 속도가 빛의 속도로 빨라지면서 정보를 통제하고 독점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의 출현으로 정보의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일단 인터넷 망을 깔고 그 서비스를 상용화하면 할수록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에 제공되는 무수한 정보를 차단하고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보를 통제하고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은 그에 기반한 권력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말하자면, 정보에 대한 통제와 독점을 상실하는 순간 그에 기초한 권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득권 세력은 강제력과 금력을 이용하여 정보를 통제하고 독점했다. 정보의 통제와 독점은 정보에 대한 왜곡과 조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정보의 독점, 왜곡, 조작을 통해 사람들을 기만하고 정상적으로는 불가한 비밀스런 권력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폭력과 돈으로 정보 통제와 독점이 불가능한 순간 사람을 속이고 비밀스런 권력행사도 불가하게 된다. 그런데 뉴 미디어 특히 인터넷은 폭력과 금력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정보와 지식의 통제와 독점에서 오는 우월적 지위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제3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기득권 세력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정보를 수집하는 일반인들보다 정보와 지식에서 뒤쳐지기 시작했다.

폭력과 금력을 장악한 기득권 세력은 조직과 돈으로 얻은 정보에 자만하고 있을 때 조직도 돈도 없는 네티즌이라 불리는 일반 시민들이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양질의 정보와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기득권 세력의 중요한 권력 기반의 하나가 무너지고 네티즌들이 기득권 세력보다 더 많은 양질의 새로운 권력을 갖게 되었음을 뜻한다. 조직과 돈을 가진 자들이 정보도 장악하여 자신들이 아직도 우월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때 네티즌들은 양질의 정보와 지식에 기초한 더 우월한 입장에 서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은 새로운 언론의 출현을 손쉽게 만든다. 인터넷에서는 소자본으로 얼마든지 언론사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사업에서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졌다. 당연히 독과점에 기반한 독과점 언론들의 힘도 그만큼 약해졌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언론의 논조의 합리성이나 보도의 정확성과 진실성이 손쉽게 비교되고 평가된다. 따라서 합리성과 공정성이 떨어지는 논조, 정확성과 진실성이 결여된 보도를 일삼는 언론은 인터넷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처럼 인터넷은 오프라인 언론의 권력도 약화시켰다.

인터넷은 새로운 정치와 정치세력, 새로운 언론의 출현을 의미한다. 그것은 정치와 언론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넷은 조직과 돈, 중상모략과 흑색선전, 밀실과 야합에 의존한 기존의 정치와 정치세력은 퇴출시킨다. 대신 인터넷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광장에서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인 주장으로 설득하는 새로운 정치와 정치세력을 진작시킨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거대한 자본력을 이용하여 불공정 거래를 일삼고 편파적인 논조와 진실을 멋대로 조작하는 일방적인 권위주의적 언론에 설 땅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심지어는 기사까지 쓰게 하는 상호교호적인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언론을 진작시킨다.

따라서 온라인 언론을 더욱더 활성화시켜 오프라인 언론에서 온라인 언론에로의 언론권력의 이동이 더 신속하고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정치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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