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러시아 정보기관이 북한의 핵활동을 탐지하기 위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첩보활동을 도왔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미 정보관리들의 말을 빌어 20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미국의 북한내 첩보활동 도왔다(Russia Helped U.S. Spy Inside N.Korea)' 제하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90년대 초반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미 CIA가 제공한 첨단 핵활동탐지 장비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 안에 설치했다고 전했다. 당시 CIA는 러시아 정보기관 SVR 소속 요원들에게 이 장비의 운용 방법 등을 훈련시켰으며 러시아측은 이맇게 해서 얻어진 정보들을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미ㆍ러간의 비밀첩보협약은 90년대 초반에 맺어졌다면서 당시는 소련이 붕괴한 직후이자 동시에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주요한 국제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였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당시 CIA와 러시아 정보기관간의 합동작전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당시 북한이 추진중이던) 플루토늄 재처리를 할 경우 크립톤 동위원소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는 극히 소량이라 하더라도 검출은 물론 그 양까지 계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당시 첩보활동에 정통한 한 인사는 "크립톤은 숨기기가 매우 힘든, 매우 훌륭한 기술적 지표"라면서 "적절한 장소에서 크립톤이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면 플루토늄 재처리 여부를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미국측이 전달한 장비는 크립턴 탐지장치인 것으로 추정되며 미 분석가들은 이 장비에서 탐지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영변에서의 핵활동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장비로는 플루노늄 재처리의 장소 이동도 알아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러시아간의 합동첩보활동은 지금 종료된 상태라고 전하면서 이 활동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북한 핵활동에 대한 유용한 정보가 확보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러시아측이 핵활동 탐지장비를 러시아대사관 외 다른 지역에도 설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미국 정보관리들이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미ㆍ러간의 비밀합동첩보작전은 냉전후 미국이 직면한 최대 안보문제 중의 하나인 북핵 문제에 관해 미국과 러시아가 대단히 긴밀하게 협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보수집, 특히 정보수집 방법에 관해서는 그 내용을 밝히기를 극히 꺼려하는 미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미 언론을 통해 흘린 것은 북핵 문제를 국제문제화하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러시아의 대북 첩보공조 사실을 밝힘으로써 북핵 문제가 미국만이 아닌 국제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하는 등 북핵 문제는 북미 양자간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적인 위협이라며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 등 국제공조의 틀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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