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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가는 도중 북한에 덜미 잡힌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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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라크전쟁 가는 도중 북한에 덜미 잡힌 미국"

"싫어도 북한과 협상해야"-고어 전부통령 안보보좌관 주장

다음은 지난 1993-2000년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레온 퍼스(Leon Fuerth) 교수(조지워싱턴대)가 뉴욕타임스 1일자에 기고한 칼럼 '북한 계략에 넘어가(Outfoxed by North Korea)'의 주요 내용이다.

퍼스 교수는 이 칼럼에서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부시행정부의 시도는 이라크전쟁을 앞두고 제2의 군사위기를 회피해 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전에는 대북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부시행정부의 공허한 대북강경정책 때문에 "북한은 핵 보유국의 길을 가고 있"으며 그 성공의 결과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퍼스 교수는 특히 부시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과 테러분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우릴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선제공격원칙을 천명했으며서도 "이 무조건적인 원칙이 북한을 목표로 삼을 것이란 조짐은 없다"며 부시행정부 대외정책의 일관성 없음을 꼬집었다.

지난달 스커드미사일을 운반하는 북한 화물선을 나포했으면서 이를 곧 풀어줌으로써 스스로의 선제공격 원칙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 이라크 전쟁으로 가는 도중 미국은 북한에게 덜미를 잡혔"으며 "북한은 미 정부에게 대화를 강요하거나 대량살상무기 제조 능력을 키우는 목표" 둘 중 하나를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퍼스 교수는 지적했다.

퍼스 교수는 이어 "지도자가 말을 무기로 이용할 때는 자신의 말을 힘으로 뒷받침할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 일원으로 지명한 것은 이제 허풍처럼 보인다"고 비꼬았다. "결국 핵무기를 갖게 될 나라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또 한 나라는 대량 생산 능력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외교 성과"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미 정부가 삼켜야 할 쓴 약이 되겠지만 대안을 생각할 때 미 정부가 방향을 전환하여 북한과 접촉을 갖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만약 부시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미국은 이라크와 북한을 상대로 동시에 군사행동을 벌여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계략에 넘어가(Outfoxed by North Korea)'/뉴욕타임스, 1일자**

우리는 매우 어려운 곤경 속에서 새해를 맞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재가동을 유엔에 회부키로 한 부시 정부의 결정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 이라크 전쟁 직전에 제2의 군사 위기를 면하려고 이 문제를 미뤄 두려 하는 것임이 뻔하다.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강대국은 미국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유엔은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미국의 북한 고립화 전략이 먹힌다 해도 그건 기껏해야 이미 경제가 빈사상태에 있는 나라에 대한 약간의 제재 강화에 불과할 것이다. 사용 가능한 유일한 추가 위협은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 지원 거부인데 이것은 미국을 새로운 도의적 국면으로 몰아갈 것이다.

지금 미국 정부는 10년 전 북핵 위기 이후 아시아의 안정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북한 사태보다 대 이라크 전쟁에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게다가 북한은 너무 빨리 핵 비축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미국 정부의 지연 전술은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 달 31일 마지막 국제 사찰관이 추방됐고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 1~2개월 후 재가동될 가능성이 있어 북한에게는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단이 생겼고 어떤 후속 합의도 이 사실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부시 정부에게 큰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기도로 드러날 것이란 기대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미국이나 북한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런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핵 보유국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성공의 결과는 심각하다.

북한은 이미 다른 나라나 테러 집단에게 핵 기술을 제공할 위치에 있다. 어떻든 북한이 핵무기를 탄도 미사일로 운반할 능력을 계속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제한되어 있는 북한의 현 미사일 능력에서 장기적 위안을 찾을 수는 없다. 북한 기술자들은 장거리 로켓과 가벼운 탄두를 점차 개발하여 진정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얼마나 멀리 날아갈지는 미지수지만 지금 부시 정부는 당장 신용을 잃을 처지에 있다. 9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는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려는 이라크와 같은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선제 공격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가 이런 원칙을 북한에게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조짐은 없다.

국가안보전략 특별 부록으로 12월 발간된 “대량살상무기에 대적할 국가 전략”의 첫머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과 테러분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우릴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무조건적인 원칙이 북한을 목표로 삼을 것이란 조짐은 없다. 부록에는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체의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 전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효과적인 차단”이라는 문구도 있다. 그러나 또 다시 미국 정부는 북한 탄도 미사일을 예멘으로 밀매하는 북한 선박 1척을 나포한 후 선박과 화물을 풀어주었다. 미 정부측은 국제법을 중시했다고 하나 무기 확산의 첫 사례에서 보기 드문 그런 변명은 강력한 선제 공격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북한에게는 어떤 교훈이 될까?

이렇게 해서 대 이라크 전쟁으로 가는 도중 미국은 북한에게 덜미를 잡혔다. 북한은 우리의 방심에서 기회를 포착한 게 분명하다. 이 드라마는 조금도 끝나지 않았으나 북한은 미 정부에게 대화를 강요하거나 대량살상무기 제조 능력을 키우는 목표에 하루 하루 접근하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극동 지역의 세력 균형은 무너질 것 같다. 대통령이 대화를 할 경우 미국의 주목을 끄는 열쇠는 공갈이라는 메시지를 주게 된다. 대통령이 북한의 핵 야심 추구를 막지 못하면 유일한 효능 요법은 군사 행동이 될 것이다.

한반도 전쟁은 너무 끔찍하여 생각할 수 없지만 클린턴 정부는 90년대 초 북핵을 처리할 때 그런 상황을 맞았던 게 확실하다. 북한이 이대로 나가면 무자비한 정권이 점차 지역을 위협하는 상황에 부딪힐 것이다. 이런 위협 때문에 한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안보 보장이 자신들의 국방과 생존을 위한 가장 믿을 만한 수단이 되는지 의문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일로 생각나는 한가지 정치적인 것은 강경 발언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다. 지도자가 말을 무기로 이용할 때는 자신의 말을 힘으로 뒷받침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 일원으로 지명한 것은 이제 허풍처럼 보인다. 결국 핵무기를 갖게 될 나라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또 한 나라는 대량 생산 능력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외교 성과다.

좋든 싫든 미 정부는 북한이 미국에게 대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논리를 시험할 필요가 있다. 미 정부가 삼켜야 할 쓴 약이 되겠지만 대안을 생각할 때 미 정부가 방향을 전환하여 북한과 접촉을 갖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북한의 핵 사업을 신속하게 막지 못한다면, 미 정부는 미국 안보에 대한 엄청난 타격을 받아들이거나 제2의 한반도 주요 군사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대 이라크 전쟁과 거의 동시에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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