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를 좋아하는 트위터 이용자 @HG_YJ는 10일 오후 5시 30분경 "우와, 끝났다"란 말로 시험에서 해방됐음을 알렸다.
채점은 바로 시작됐다. 그는 친구와 "채점하는 데 답이 기억 안 나", "풀었는데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 안 나", "5를 1로 봤어. 아, 짜증 나"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약 2시간 동안의 채점이 끝나자, 그는 "1등급이 모자라서, 최저 못 맞춰서 논술 못 보러 가게 생겼다"는 비보를 전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논술 보러 갈까 말까. 1등급만 올라가도 최저 맞는데. 가려면 비행기 값이랑 이런 게 너무 많이 들어. 논술 준비도 안 했고. 휴..."
어떤 시험이든 시험은 늘 차갑다 못해 냉정하다. 아니나 다를까 트위터 여기저기에서 "수능 어찌할꼬"(@wkdgkfla) 같은 탄식이 쏟아졌다. @imDIDU는 "수능 끝나면 마냥 기분 좋고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라며 "막상 끝나고 나니 (시험 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 @hiimudong는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일단은 실컷 놀자"라며 크게 웃었다. 논술을 볼까, 말까 고민하던 @HG_YJ도 "수능은 털렸지만, 내일 머리 하러 간다"며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발랄한 표정을 지었다.
시험은 수험생만 보는 게 아니다. 부모도 수험생만큼 긴장하기 마련. @queenmhc는 "동료의 아들이 수능을 봤다.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며 긴장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라며 "그냥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다"고 말해 가슴 한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직접 수능시험을 본 것도 아닌데 꿈 많던 열아홉,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를 추억하는 트윗도 눈에 띄었다. "그날 밤이 생각난다"는 @keempard는 "채점하고 좌절해서 우린 명동으로 가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며 오랜 기억을 끄집어냈다. @Alien_Next_Door는 "맞아. (점수 나오기 전이) 제일 좋아요"라며 "아, 난 내가 수능 본 것도 아닌데. 소주가 맛있네요. 참"이라고 남겼다.
한미FTA 국회 비준 문제로 심란한 정치권을 의식한 듯 촛불 소녀를 기다리는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MYCEOs는 "한나라당, 수능 이전에 한미FTA 처리했어야 하는데"라며 "이제 촛불시위 일어나면 수능 본 애들 뛰쳐나온다. 물대포 쏘고 그러다 보면 (수험생들) 내년에 선거권 획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쪽박"이라며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를 점쳤다.
올해도 수능 스트레스로 수험생 2명이 자살했다. 실시간 트윗 랭킹을 보여주는 www.followkr.com에 따르면, 수능 스트레스로 인한 가출과 자살을 연상케 하는 트윗이 '실시간 RT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과장된 말이지만 "매년 수능 때문에 1400명이 자살한대요"(@Im_Press)가 3위에 올라 경쟁 위주의 현 입시 교육을 되돌아보게 했다.
@histamine1229는 "언제까지 수능 날 자살하는 아이들 얘기를 하며 의지 약한, 내지는 어리석은 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치부할 건가"라며 "수능 못 보면 끝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부추기는 사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수험생이라며 '2교시 수리영역 두 번째 답은 14'라는 트윗이 수능시험 시간에 올라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정해진 시간에 자동 전송되는 '봇(bot)'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으나, 교육과학기술부는 경기도에서 시험을 본 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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