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낯선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체취를 느끼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낯선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체취를 느끼다….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5> MHC에 대한 이야기

***"크리스마스엔 김재원·이효리와 함께"**

'살인미소' 김재원과 '핑클' 이효리가 '크리스마스 데이트의 최고 남녀 파트너'로 뽑혔다. 광고전문 인터넷 방송국 NGTV(www.ngtv.net)가 최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연예인은?'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김재원은 총 3,903명 가운데 932명(23.88%)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꽃미남' 원빈이 789명(20.22%)으로 2위에 랭크됐다.

여자연예인 부문에서는 이효리가 1,067명(27.34%)의 지지를 얻어 '크리스마스의 연인'으로 선정됐다. 그 뒤를 이어 전지현은 937명(24.01%)의 지지를 얻어 2위에 랭크됐다.(2002년 12월20일 스포츠투데이)


이제 2002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는 크리스마스, 다음 주면 벌써 신년이네요. 다들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 준비는 잘 하시고 계신지… 오늘은 때가 때이니만큼 좀 말랑말랑한 이야기 하나 할까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전국적으로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올 것 같다는 기상 예보가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눈이 오면 춥고 길도 미끄럽다는 걸 알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란 얘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더욱 크리스마스답게 하는 것은 카드와 캐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산타클로스, 그리고 보고만 있어도 가슴 따뜻해지는 연인이겠지요(그래서 이런 제목의 영화도 있었답니다…^^).

연인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이 추위가 두렵지 않고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겠지요.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사랑스런 나의 연인은 단 한 명 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유로 낯선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에게 다가가고 싶어지는 걸까요?


<사진1>


2002년 초, 과학 전문 저널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실린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보고서를 냈답니다. (원문헌 : http://www.nature.com/cgi-taf/DynaPage.taf?file=/ng/journal/v30/n2/abs/ng830.html&dynoptions=doi1040624031)

연구팀의 마사 매클린톡 (Martha K. McClintock) 박사 등 연구팀은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가진 남성 6명에게 48시간동안 셔츠를 입혀서 그들의 체취가 셔츠에 배게 한 뒤, 미혼 여성들에게 가장 끌리는 냄새가 어떤 것인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지요. 그랬더니 재미있게도 유전적 특성에 따라서 서로 다른 냄새를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좀더 살펴볼까요?

사람에게는 개개인마다 독특한 체취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에 존재하는 MCH(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라는 물질의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인간의 MCH는 다른 말로 HAL<human leukocyte antigen, human MHC>이라고도 합니다. 뭐, 용어가 중요한게 아니니까 굳이 외우실 필요는 없답니다).

위의 실험에서 여성들이 골라낸 셔츠 주인의 MHC 타입을 조사해보니 여성들은 자신과 거의 똑같거나 또는 전혀 다른 MHC 타입에는 호감을 적게 느끼는데 반해 자신의 아버지의 MHC 타입과 비슷한 남성의 체취에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답니다.
( 원문 : Notably, the mechanism for a woman's ability to discriminate and choose odors is based on HLA alleles inherited from her father but not her mother. Our data indicate that paternally inherited HLA-associated odors influence odor preference and may serve as social cues.)

이 논문에서는 여성들은 처음 만난 남성이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체취를 가졌을 때, 강하게 끌린다고 조심스레 결론을 내렸습니다. 처음 이 논문의 시작은 사람들이 왜 처음 만난 사람 – 특히 이성- 중에서 어떤 사람은 아무 감흥이 없는데,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죠.

이런 종류의 실험과 조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왜 사람들이 각자 특정 이성에게 호감을 갖고 사랑에 빠져드는지를 과학적인 입장에서 증명해보고자 다각도로 실험해 온 결과 중의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논문은 인간은 상대의 체취에 특정한 반응을 나타냄을 수치화시켜서 증명한 것이죠.

가만 생각해 봅시다.

굳이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냄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http://www.yes24.com/home/pd.asp?SID=CdQEH6DrT6uMsISMKCV23tPZB@YEPw6NcM0dg7lNBMoJODf55BxkRIKva&STAG=13&AK=149010&TABID=1)

누구나 그녀의 긴 머리칼에서 풍겨지는 상큼한 샴푸향에, 언뜻 스쳐가는 그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산뜻한 비누향에 가슴 설레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냄새는 사람의 본능과 감정을 자극하여 마음을 움직입니다. 냄새, 즉 후각은 가장 본능적인 감각이기 때문이죠.

냄새, 즉 후각은 가장 원시적이며 원초적인 감각이랍니다. 인간의 아이는 뇌가 너무 발달한 탓에 - 한마디로 머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덜 자란 상태에서 태어납니다. 많은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어미의 젖을 찾아 물며, 심지어는 비틀거리며 걷기도 하지만, 인간의 아이가 이 정도가 되려면 엄마 뱃속에서 9개월이 아니라, 21개월은 있어야 한답니다. 그 정도 아기가 커버리면 여성의 신체 구조상 도저히 그 크기의 머리를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에, 아기는 제 힘으로 숨쉬고 입안에 젖꼭지를 넣어주면 젖을 빨 정도의 최소의 능력만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따라서, 아직 감각도 미숙합니다. 소리를 구별하는 것은 생후 한 달 정도 지나야 하고, 3개월정도 지나야 제대로 초점을 맞춰 물체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색깔을 구분하는 것은 훨씬 늦어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야 가능하죠. 따라서, 아주 어린 아기들은 다들 색맹이기 때문에 색색가지 장난감은 사실 어른들 보기에 좋은 거죠. 그러나, 이런 미숙한 아기들도 미각과 후각만은 가지고 태어납니다.

<사진>

후각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발달하여 아기는 어머니의 친숙한 젖냄새와 체취를 편안해 한답니다. 마사 매클린톡 박사의 말에 따르면 여성들이 아버지의 체취를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해요. 자신과 너무 다른 유전자는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두렵고, 너무 비슷할 경우에는 자손에게 유전 질환이 유전될 수 있고 유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지는 않지만 안심할 수 있는 아버지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남성을 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에요( 또한 사랑하게 되면 서로의 체취에 편안해지기도 하구요, 위 사진처럼 말이죠).

또한 아버지와 비슷한 체취는 오래 전부터 느껴오던 냄새라서 친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앞에 있는 사람이 낯선 사람이라도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게 만들죠. 거기다가 약간의 변수 – 분위기라든가, 생김새, 말투 기타 등등… -만 더해지게 되면 호감 지수는 급상승하게 되는 거죠.

좀더 유전자적으로 접근해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한 여성이 무사히 자라나 결혼 적령기가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튼튼한 후손을 낳기 위한 본능은 이미 검증된 유전자를 선택하도록 만든다는 이론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물론 이 경우에는 어머니의 MHC 타입에는 선호도가 없다는 것이 좀 걸리기도 합니다만…^^; ).

이 이론은 흔히 말하는 근친교배 배척과 대립되기 때문에 약간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근친교배가 열성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시킬 수 있어서 좋지 않다고 배워왔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 집단은 같은 집단 내에서 짝짓기를 하지 않으며, 원시 부족이라도 한 집에서 자란 형제자매 사이에 결혼하는 것이 드문 이유는 다양한 유전자의 조합이 더 나은 형질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한다고 배워왔거든요.

하지만,이 결과는 그것을 정면으로 배치합니다. 이 조사대로라면 사람들은 가장 친숙한 냄새와 유전자형을 선호하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전혀 다른 유전자형과 결합하여 새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이냐, 아니면 이미 검증된 생존 가능한 유전자를 선택하여 안전하게 후손에게 전달해줄 것이냐 사이에서 인간은 그때그때 처한 현실에 따라서 최선의 결과를 선택하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들을 합니다. 첫 만남에서 불꽃이 튀겼다던가, 첫 만남부터 낯설지 않고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 같았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을 말이죠. 혹자들은 이런 느낌을 전생의 인연이니 소울 메이트니 데자뷰니 하는 수식어들을 갖다 붙여서 운명적인 만남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뭐든지 분석해서 원인을 밝혀내지 않으면 답답한 이들- 이에 직성이 풀리지 않나봅니다. 그들은 이 현상을 분석해서 그 원인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독특한 체취에 있다고 분석해 낸 것이죠. 냄새를 맡는 능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뛰어난데 여성들은 이 개인적인 체취에 따라서 본능적으로 사람을 가려내어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체취를 가진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첨부해서 말에요(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죠. 개중에는 스쳐가는 바람처럼 아무 의미없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첫 만남의 순간부터 호감이 가고 괜히 친숙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죠. 그 것이 운명이 아니라, 그가 가진 MHC의 종류가 나와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 느껴질까요?


- hari-hara (neurotoxin@intizen.com)


P. S. Merry Christmas!!!!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