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밤 9시45분 민주당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으로부터 당선축하 전화를 받고 12분 동안 통화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이낙연 당선자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미 정부와 국민의 따뜻한 축하 인사를 전달한 뒤 노 당선자에게 취임이후 가급적 빨리 편리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줄 것을 초청했고 노 당선자는 이 초청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취임전 당선자 특사 미국에 파견키로**
이 대변인은 이어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긴밀히 협력하고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두 지도자는 노 당선자의 방미 전에라도 양측 고위인사들을 교환 방문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2월25일 공식 취임하기 전 노 당선자 특사가 미국을 방문, 북핵 사태와 반미감정 확산, 한미동맹 강화 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사전 조율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통화에서는 또 "두 지도자가 서로의 가족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 인사를 나눴으며 양국 국민에게도 연말연시를 맞아 따뜻한 인사를 주고 받았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한편 이 대변인은 두 사람간 구체적인 발언 내용 등은 일체 소개하지 않았고 한.미관계 등 외교적 사안의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보도진에 당부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같은 시간 미국 백악관도 부시 미대통령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선거 승리를 축하했으며, 노 대통령 당선자는 부시 대통령의 워싱턴 초청을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 당선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했으며, 두 지도자가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고 양국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 당선자가 형편이 닿는대로 빨리 워싱턴을 방문해 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노당선자는 먼저 대통령특사를 미국에 보내 양국현안에 대한 사전조정 작업을 마친 뒤, 자신은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후 방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도 20일 노당선자에 대한 초청의사를 밝힘에 따라 아직 외국에 생소한 한국의 지도자인 노무현 당선자는 취임후 미국, 일본, 중국 등을 대상으로 일련의 순방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당선자 출현을 한미 관계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편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선거 승리 소식에 긴장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노당선자의 출현을 계기로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미관계를 회복시키고 미국의 대북정책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해 부시정부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조지타운대의 빅터 차 교수는 20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이번 대통령선거를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봐야 하며 이를 위해 고위급 한국정책 조정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진보적인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부시 행정부의 한국정책에 도전만큼이나 기회도 제공한다"면서 "노 후보의 승리를 반미주의와 무조건적인 대북 유화정책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두 동맹국이 공동의 기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좋은 이유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시 행정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봐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이것은 노 당선자를 워싱턴에 초청해 관계회복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시는 또 모든 주의가 중동에 쏠린 와중에서 한국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고위급 정책조정자를 임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남북 경제협력을 증대하면 이것은 미국의 핵비확산 목적에 대한 평양의 순응을 위한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차 교수의 조언은 한국의 젊은 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노무현 당선자의 출현을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반미감정 해소의 계기로 적극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부시정부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