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과 IMF사태는 붕어빵**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잔설(殘雪)속에서 피어나는 산수유의 노란 꽃잎으로 다가오는 봄을 느낄 수 있듯이, 단순해보이는 피부 질환으로 심각한 전신건강의 이상을 미리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몹시 피곤하거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통 부위에 물집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대상포진(帶狀疱疹, Herpes Zoster)’이라는 질환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질환의 임상적인 특징은 한문으로 된 병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물집(疱疹)이 허리띠 모양(帶狀)으로 몸을 둘러싸는 형태로 생기는 피부 질환으로, 병의 모양새에 비해 통증이 아주 심한 병입니다. 통증의 정도를 말로 표현하면 ‘칼로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분포하는 지각신경(통증이나 피부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침범하여 생기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신경이 분포하는 모양을 따라 띠모양으로 몸통의 한쪽 편으로만 물집을 일으키며,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먼저 생긴 다음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통증은 보통 피부 발진보다 1∼10일 먼저 생깁니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은 통증때문에 정형외과나 내과를 먼저 찾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통증은 30세 이하에서는 없거나 경미하지만, 60세 이상의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물집이 다 아문 다음에도 수개월간 지속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통증을 ‘포진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라고 합니다. 시어머니가 ‘포진후 신경통’을 앓는 경우,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할 만큼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는데에도 통증은 아주 심합니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이름은 Varicella zoster virus(VZV)으로, 이 바이러스는 대상포진뿐 아니라 수두도 일으킵니다. VZV에 면역이 없는 사람이 VZV에 처음 노출되면 (주로 어린이가 해당됨), 수두의 형태로 임상 증상이 나타났다가 체내 면역력이 생기면서 수두는 치유됩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완전하게 사멸되는 것이 아니고 척추속에 있는 신경절에 잠복하게 됩니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은 후에 잠복해 있던 VZV가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짐에 따라 재활성화 되어 발병합니다.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질환으로 한 번 앓으면 평생 면역이 생겨 재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1% 미만),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경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VZV를 재활성화 시켜 대상포진을 일으킬 수 있는 유발 요인들로는 스트레스, 만성적인 피로, 심한 외상등이 있고 척수 종양, 악성 임파종, 만성 백혈병 등과 같은 면역체계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들도 대상포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AIDS나 장기이식후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처럼 면역력이 감소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상포진이 생겼을 때에는 우선 절대적인 휴식과 안정이 필요합니다. 치료를 위해 증상에 따라 입원을 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요양을 취하면서, 1주일 정도 항바이러스제를 전신적으로 투여하게 됩니다. 통증이 있을 때에는 아스피린이나 진통제를 복용하고, 대상 포진이 있는 곳에 따뜻한 찜질을 해주는 것이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집이 가라앉을 때 쯤 스테로이드제제를 전신적으로 투여하면 포진후 동통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은 전신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을 의미하므로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전신 건강을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예이기는 하지만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5%가 AIDS감염자였고, 5%는 암을 갖고 있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장기 이식환자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7~9% 정도에서 이 질환이 생기고, 정상적인 사람에서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는 대개 55세이후의 나이에 생깁니다. 따라서 젊고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에 대상 포진이 생겼다면, 그 사람의 전신건강 상태(혹은 면역 상태)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나 환갑 노인과 비슷한 정도로 나빠졌다는 뜻입니다.
대상포진이라는 질환은 ‘IMF 사태’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국가 경제의 체질이 허약해져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정치적 인기와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적절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결과로 IMF사태가 생긴 것이나, 전신의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 포진이라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감염되는 것이나 그 이치는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였을 수도 그렇지 않은 후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거운동 과정중에 생겼던 분노, 증오, 분열, 질시, 반목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은 망각의 강물속으로 흘려버리고, 우리 모두 새로운 당선자가 향후 5년 동안 보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데 성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국가경제의 허약한 체질로 인해 발생했던 ‘IMF 사태’와 같은 질병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상포진이 걸린 환자에게는 치료후에도 전신 건강의 회복을 위해 안정과 요양이 필요하듯이, 우리나라가 IMF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제 경쟁력이 있는 건강한 경제체질을 회복하는 데에는 나라의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도 사리사욕, 당리당략을 떠나 대한민국 국체(國體)를 더 튼튼하게 하는데 신명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선거때 표를 위해 남발했던 실현 불가능한 수많은 공약(空約)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들만을 다시 계획하여 실행에 옮기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고, 그래서 마음속에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는 많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 입니다. 끝으로 ‘개그 콘서트’에서 자주 듣는 유행어를 패러디하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선거는 선거일 뿐, 미워하지 말자!”
“선거는 선거일 뿐, 반목하지 말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