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용불량자들을 대거 사면한 지 다섯달만에 신용불량자 수가 다시 2백50만명을 넘어서며 사상최대치 기록을 갱신했다.
정부는 이처럼 신용불량자 숫자가 급증하자 매달 발표해온 통계숫자를 앞으로는 석달에 한번씩 분기별로 발표하도록 하는 등 석연치 않은 주문을 하고 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8명 가운데 1명이 신용불량자**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말 개인 신용불량자 수는 2백52만8천명으로 전달보다 7만3천8백18명(3.01%)이 늘었다. 신용불량자 수는 지난해 말 2백45만명에서 지난 5월말 2백50만9천명까지 늘었다가 7월1일자로 23만6천명이 사면돼 2백25만9천명까지 줄었으나 이후 ▲7월 2백31만명 ▲8월 2백38만1천명 ▲9월 2백45만5천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의 12%를 넘는 숫자로, 경제활동인구 8명중 1명이 신용불량자라는 충격적 얘기다.
또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신용불량으로 등록된 건수는 8백68만8천건으로 1인당 평균 3.4건이 신용불량으로 등록됐다. 이는 작년말 2.72건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로 신용불량자의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에 등록된 경우가 95만1천건으로 전달보다 9.47% 늘어나며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고 대출금 연체관련은 2백9만4천건으로 6.08% 증가했다.
***정부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정부가 신용불량자 급증을 우려해 23만6천명에 대해 사면을 단행한 것은 지난 7월1일의 일이다. 하지만 불과 다섯달만에 신용불량자 숫자가 사면 이전의 숫자를 상회함으로써 '정치적 사면행위'가 경제질서만 해칠뿐 얼마나 무의미한 행위인가를 다시한번 보여줬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같은 신용불량자 숫자 공개를 극히 꺼리고 있다는 대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부는 10월말 신용불량자 숫자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자 연합회측에 발표시기를 늦출 수 없느냐는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대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행위다.
이같은 의혹을 한층 키우는 것은 정부가 여지껏 매달 발표해온 신용불량자 숫자를 앞으로는 석달에 한번씩 분기별로 발표하도록 조처했다는 대목이다. 신용불량자 통계는 '경제의 거울'이다. 따라서 통계는 가능한 한 자주, 신속하게 집계되고 발표돼야만 병을 더 키우기 전에 치유할 수 있는 법이다.
97년 외환.금융위기후 IMF는 우리 정부에 대해 그동안 매달 한차례 발표해온 외환보유고 통계를 보름마다 발표토록 조처해, 우리 정부는 지금도 보름마다 외환보유고를 발표하고 있다. 외환보유고 추이를 자주 집계해야만 위기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IMF 지시는 잘 따르는 정부가 '제2 금융위기'의 근원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신용불량자 통계에 대해선 가능한 한 발표시기를 늦추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 경제관료들이 '국가경제의 파숫꾼'이라는 의식보다는 '보신주의'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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