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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대통령은 입엔 써도 몸에는 좋은 처방 내리시길

함익병의 '피부 이야기' <5>

***개인의 체질과 나라의 체질**

피부 질환 중에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생기는 질환이 많습니다. 유전적으로 피부가 지성이어서 생기는 여드름과 지루성 피부염이 그렇고, 유전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잘 생기는 아토피 피부염이 그렇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고민하는 기미 역시 유전적인 요인이 중요한 발생 요인입니다. 이러한 질환을 접할 때에 피부과 전문의들은 환자들에게 "체질적인 요인으로 생긴다"고 흔히 설명합니다.

서양의학에서는 볼 수 없는 한의학 고유의 개념중에 ‘체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동무(東武)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을 보면 체질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네가지로 나누는 ‘사상(四象)의학’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개인의 체질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와 보양법을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의 ‘체질’이라는 개념을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전적으로 정해진 신체의 여러 가지 특징들’이라고 풀어쓸 수 있습니다.

사상의학에서 분류한 네가지 체질(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신체적 특징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변하지 않습니다. 사상의학에서 주장하는 것도 각각의 체질에 맞는 먹거리나 약을 사용하여 개인의 건강을 돌보아야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코 약이나 음식을 통해 체질을 바꿀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즉 체질은 일생동안 변하지 않으므로 ‘체질’인 것입니다.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전적으로 정해진 신체적 특징들은 생을 영위하는 동안에 변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머리카락 색깔, 피부색, 키, 눈동자 색깔 등과 같은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신체적 특징들은 일생동안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하면서 ‘체질적으로’ 혹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생긴 질환이라는 설명을 환자에게 하면, 대개 보이는 반응이 "그렇다면 이런 체질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입니다. 예를 들면 여드름은 유전적으로 피부가 지성인 경우에 잘 생기는 염증성 피부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꾸준하게 피지를 억제하고 각질을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만 항상 깨끗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체질을 바꾸어서 근본적으로 여드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이렇게 여드름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드려도 환자들은 ‘체질을 바꾸는 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체질은 개선되거나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체질에 맞는 적절한 음식과 운동을 통해 개인의 체질에 맞게 건강을 유지해야 합니다. 운동을 예로 들면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은 달리기보다는 수영을 하는 것이 좋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조깅보다는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체질에 맞는 운동법입니다.

피부도 마찬가지여서 건성피부, 지성피부, 중성피부 등에 따라 적절한 세안과 화장법으로 자신의 피부 타입에서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지성이나 건성피부를 중성피부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확한 자신의 피부 타입(피부 체질)을 찾고, 적절한 피부 관리를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개인의 체질에 차이가 있듯이 나라에도 정해진 체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정학적인 위치나 국토의 면적, 기후나 토양, 나라를 구성하는 인종과 같은 요소가 바로 체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이런 요인을 체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체질에 맞는 정치 제도나 경제 시스템, 교육 제도, 사회복지 제도, 의료 시스템등이 따로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나 시스템이 좋은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체질에 맞는 것이지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적절한 지는 의문입니다. 오는 12월19일이면 다음 대통령이 선출될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또다시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과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약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어떤 제도가 우리나라의 ‘체질’에 적합한 지를 따져본 다음에 시스템을 바꾸든지,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체질’에 맞는 제도나 시스템을 만들고 적절한 정책을 펼치려면,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체질’이 어떤 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겠지요. 다음 대통령과 행정부는 우리 나라의 ‘체질’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비록 입에는 쓸지라도 몸에는 좋은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유능한 의사와 같은 역할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드린 이야기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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