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5일(현지시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한 배경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 및 재벌 개혁 잘하고 있다"**
지난 3월2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당시 Baa2에서 A3로 두 단계 상향조정했던 무디스는 이날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밝히며 그 이유로 "한국의 지속적인 대외부문 개선 및 건실한 경제정책 유지, 유연한 환율정책과 외환보유액 확충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한국의 대응능력이 현저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또 "금융 및 재벌 구조조정의 진전이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성장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강화시켰고,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부채 감소 노력이 위기를 감소시켰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이어 "다가오는 대선은 정부에게 경제정책과 시장제도, 감독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의 불확실한 세계경제하에서 그간의 경제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적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마지막으로 "대선이후 안정적 정부이양, 외부경제의 잠재적 불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 향후 북한과의 안보 및 경제관계도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이같은 조언은 차기정권에 대한 주문사항이자, 향후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전제조건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재정경제부 권태신 국제금융국장은 "무디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며 "보통 등급전망상향이 있은 후 빠르면 3∼4개월내 등급상향이 이뤄진만큼 내년도 무디스와의 연례협의를 최대한 앞당겨 실시할 수 있도록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날 우리나라와 함께 태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태국의 신용등급은 Baa3이다.
***98년말같은 '유동성 장세' 도래하나?**
무디스의 이날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배경과 관련, 전문가들은 두가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98년말과 같은 '뜻밖의 호기'를 맞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98년말 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지불유예) 선언에 이어 중남미로 번지면서 세계공황 위기감이 확산되자, 미연준이 대대적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동시에 무디스는 서둘러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함으로써 돈의 흐름을 아시아쪽으로 흐르게 하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를 촉발시켜 세계위기를 해소한 바 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동일한 세계공황 위기에 직면하자, 지구촌 어느 나라보다 실물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을 추진함으로써 갈곳을 못찾고 헤매는 돈의 흐름을 아시아쪽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해석을 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와 함께 태국의 신용등급을 함께 상향조정한 것도 이런 큰 그림에 따른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앞으로 외국자본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는 대세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훨씬 우세하다.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분명 청신호이다. 하지만 무디스가 곧바로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고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앞서 몇가지 전제조건을 단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정권에 대한 주문이자 경고**
무디스는 이번에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시사하면서 "다가오는 대선은 정부에게 경제정책과 시장제도, 감독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적 표현이기는 하나 차기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주문사항이다. 무디스는 또 "대선이후 안정적 정부이양, 외부경제의 잠재적 불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 향후 북한과의 안보 및 경제관계도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주문사항을 적시했다.
무디스의 이같은 지적은 뒤집어 보면 정권교체후 새 정권이 펼친 경제정책 방향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얼마 전 무디스와 접촉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무디스는 정권교체후 차기정권이 청개구리식으로 무조건 DJ의 경제정책을 뒤엎으며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 신용등급 결정시 3분의 1의 비중을 두는 남북한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에 특히 우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무디스의 이번 상향조정 시사는 차기정권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같은 해석은 15일 무디스와는 달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현재로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을 보면 한층 설득력을 얻는다. S&P의 오가와 타카히라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 국장은 이날 다우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선 한국에 대한 견해가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가와 이사는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에 진전이 이뤄졌으나 국가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상향할 정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은행 민영화에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이 한 예"라고 지적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제사회로부터 신용등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현재 민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조흥은행 정부보유지분 매각 작업 등을 시장법칙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정권교체기에도 한국의 경제개혁이 일관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믿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국경제 차별화를 통한 위기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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