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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과 성수대교, 그리고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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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드름과 성수대교, 그리고 금문교

함익병의 '피부 이야기' <3> 여드름은 장기질환

***여드름과 성수대교**

여드름은 꾸준한 치료와 치료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말아야 하는 질환입니다.

여드름을 앓고있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여 저에게 제일 많이 물어오는 질문중 하나가 '"여드름은 치료할 때 그 때뿐이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여드름은 치료후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여드름은 사춘기에 모공이 채 열리기도 전에 피지선에서 피지가 분비되어 피지가 모공 밖으로 원할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모낭속에 축적되어 염증이 생기는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유전적으로 피지 분비량이 많은 지성 피부에서는 모공이 열리는 사춘기 이후에도 여드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춘기 이후에도 여드름이 생기는 환자들의 80% 정도에서 '가족력'이 있다는 사실은 여드름이 유전적인 요인으로 생긴다는 확실한 반증이 될 것입니다.

유전적으로 피지 분비가 많고 이로 인해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므로, 여드름은 치료후에도 꾸준한 재발방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여드름이 다시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여드름이 재발을 잘 할 수 있다는 저의 설명에 대해 환자들의 반응은 두가지입니다.

"그러면 치료후에도 재발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경우와, "치료후에도 재발할 수 있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겠네요?"라고 반문하는 환자입니다.

앞의 환자분에게는 먹는 약과 바르는 여드름 치료제, 그리고 스케일링 치료법을 통해 여드름이 없어진 다음에는 먹는 약은 서서히 줄여서 끊고(이런 과정을 의학 용어로 'tapering'이라고 합니다.) 바르는 피지 억제 연고와 여드름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꾸준하게 사용하면서 6개월에 1~2번 정도 여드름 예방 목적의 스케일링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을 드립니다.

물론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유분이 많은 화장품의 사용이나 모공을 막을 수 있는 진한 메이컵은 피하는 것이 좋고, 오일-프리 제품을 사용하여 피부 관리를 하라는 설명도 드립니다.

또한 만병의 원인이면서 여드름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도 되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충분한 수면, 그리고 적절한 운동을 하도록 말씀드립니다.

후자의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여드름 치료의 필요성부터 설명을 드려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비록 재발이 될 수 있는 치료법이지만 여드름이 심하지 않을 때 적절하게 치료를 해야만 여드름 흉터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초기에 치료를 하면 가래로도 못막을 것을 호미만으로도 쉽게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말씀 드립니다.

또한 오랜 기간 꾸준한 치료를 해야만 하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자들의 경우 당뇨 치료제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약을 먹지 않으면 혈당이나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을 겪으며 "치료후에 꾸준한 노력를 기울이지 않으면 재발하므로 치료할 필요가 없겠네요?"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없다는 예를 들어 여드름도 이와 같다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여드름은 당뇨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한번에 '뿌리를 뽑을 수 없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치료후에도 깨끗해진 피부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치료의 한계는 여드름뿐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다른 질환들의 치료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의학적 연구와 노력이 투입되어 유전자 치료가 보편화된다면 모를까, 그 이전까지는 적절한 치료와 사후 재발방지 노력만이 여드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대책입니다.

여드름은 생긴 여드름은 없애는 '치료 과정'과 깨끗해진 피부를 잘 관리하는 '유지 과정' 두가지를 꾸준하게 반복해야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치료와 유지'라는 두 과정이 꼭 필요한 여드름이라는 질환을 다루다보면, 1994년 10월에 일어났던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떠오릅니다. 건설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출근길에 멀쩡(?)하던 한강다리가 붕괴되어 꽃다운 어린 나이의 학생을 포함하여 수십명의 목숨이 스러진 사고였습니다.

여러 가지 교량 붕괴에 대한 원인 분석이 있었고, 무너진 다리는 복구되어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많은 차량들이 서울의 강남북을 넘나드는데 이 다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수대교의 붕괴라고 하는 참혹한 현실을 경험하고 나서야 강철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다리라고 해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강철로 만든 다리도 꾸준한 '관리와 유지'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한강 다리 바로 밑에 정밀검사를 위해 교량 검사자들이 다닐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조금만 신경 써서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적절한 유지 보수 없이는 시설물이 영구적으로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십명의 생명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유지 보수에는 새로운 건출물을 만드는 건설과정 때만큼은 아니라 해도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충분한 예산이 공공 건물이나 시설물의 유지 보수에 편성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우리의 경우 잘 만들어진 공공 건축물이라고 해도 유지 관리에 신경을 써지 않아 쉽게 퇴락하는 예는 꼭 성수대교의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와는 반대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금문교의 경우 강한 바람과 소금기에 취약한 현수교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다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년내내 유지 보수를 위한 세밀한 검사와 꼼꼼한 보수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7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도 금문교는 지금까지도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금문교의 유지와 보수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있고, 그 비용은 다리의 통행료(3달러 정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건축물의 건설만큼이나 그 건축물의 안전한 유지를 위해서는 유지 관리가 필요하고, 건축물의 관리에는 일정액의 돈이 든다는 평범한 사실을 바탕으로, 유지 비용을 확보하여 집행하는 별도의 회사까지 설립하여 금문교의 안전을 지키는 저들의 철저함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면 이용자에게 일정 부분 부담을 지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비록 유권자들의 주머니돈을 빼내야만 하는 인기없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겠지만, 정치지도자의 일시적인 인기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먼저 도모해야 하는 것이 국가지도자의 책무니까요.

'치료와 유지'를 잘 해야하는 여드름이라는 질환을 다루는 것이나, '건설과 유지'라고 두가지 과정을 통해서만이 안전이 보장되는 공공건축물의 성격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바가 있어 드린 이야기 입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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