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유엔 결의안 통과 등으로 미군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접수를 위한 미국내 강경파세력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관련 민간 싱크탱크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P)'는 8일(현지시간) 체니 부통령 및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부시행정부내 강경파 고위관리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일단의 우익 행동가들이 이번 주 '이라크해방위원회(Committee for the Liberation of Iraq)'를 결성, 제2 걸프전에 대한 미 국민들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본격적 활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FPIP에 따르면 '이라크해방위원회'는 럼스펠드 장관 등 공화당내 강경파 고위관리들의 전직 보좌관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부시행정부의 대외강경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의 산하조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PNAC의 개리 슈미트 사무총장도 이 위원회 창립멤버에 끼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럼스펠드 등에 의해 창설된 PNAC는 앞으로 수십년간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우월한 군사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단으로 기회있을 때마다 이라크 및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부시행정부에 촉구해 왔다. PNAC는 친이스라엘ㆍ신자유주의 성향의 유태인 및 기독교 우파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라크해방위원회'의 위원장(president)은 랜디 슈느만(Randy Scheunemann)이라는 인물로 슈느만은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 상원의원의 안보담당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지난 해에는 럼스펠드 국방장관실에서 이라크 정책에 관한 자문역을 맡았었다.
또 의장(chairman) 브루스 잭슨은 지난 2000년 미 대선 당시 공화당 정강정책위원회의 국가안보ㆍ대외정책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치거물로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 육군 정보장교 출신(1979-1990년)인 잭슨은 프랭크 칼루치,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의 보좌관을 역임하는 등 현 부시행정부내 강경파 고위관리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잭슨은 지난 98년 'NATO 확대를 위한 미 정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동유럽 국가로의 NATO 확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후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부회장을 맡았으나 올해초 "모든 시간을 민주주의 건설에 바치기 위해" 록히드미틴을 떠났다.
잭슨과 슈느만은 지난 1996년 미 대선때도 공화당 정강정책위원회의 국가안보ㆍ대외정책 소위원회에서 함께 일한 바 있으며 이 두 사람은 PNAC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이번 주 미 의회 인근에 사무실을 차린 '이라크해방위원회'는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www.liberationiraq.org)를 통해 자신들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라크해방위원회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민주정부로 바꿈으로써 지역평화와 정치적 자유, 국제적 안보를 향상시키기 위해 결성됐다... 이라크해방위원회는 사담 후세인의 침략 종식 및 이라크 국민들의 독재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정책목표들에 대한 미국 및 국제적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 활동을 할 것이다."
특히 이라크해방위원회는 "이라크 해방을 넘어 경제재건 및 정치적 다원주의와 민주제도, 법치질서 건설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혀 미군의 이라크 점령후 이라크 운영 및 관리에 참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슈느만 위원장이 FPIP측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라크해방위원회'는 현재 이사회 멤버를 물색 중이며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밥 커리 전 민주당 상원의원, 웨인 다우닝 예비역 장군 등이 이사직을 수락했다. 이 가운데 다우닝 장군은 지난 여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대테러 문제를 전담해 온 인물로 그는 안보회의 사임 이후 해외 반후세인 세력의 집결체인 이라크국민평의회(INC)의 로비스트로 활동해 왔다.
아메드 찰라비가 INC는 부시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조직으로 미국의 후세인 축출 이후 이라크 신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내 강경파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후세인 축출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지난 10월초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이 부시행정부는 2차대전후 일본에서와 같은 장기간의 미 군정을 구상하고 있음이 거의 분명하다. '이라크해방위원회' 결성은 이라크를 장기 통치하기 위한 미 정부 및 민간차원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증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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