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이 채 시작도 되기 전에 이라크 석유자원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물밑 이권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는 망명 반후세인 세력의 지도자인 아메드 찰라비가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미국의 3개 다국적 석유기업 대표들을 만나 후세인 축출후 이라크 석유자원의 분할방안을 논의했다고 3일 보도했다.
옵서버는 또 다음달 전세계 석유기업 대표들이 영국의 한 휴양지에 모여 후세인 축출 이후 세계 석유시장의 미래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특히 이 모임에서는 산유국들의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파괴 방안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옵서버 보도에 따르면 해외 반후세인 세력의 집결체로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라크국민평의회(INC)의 찰라비 의장은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미국의 3개 다국적 석유기업 대표들을 만나 이라크 석유자원의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INC 대변인 자브 세스나는 이같은 회동 사실을 미국 언론에 확인해 주면서 "석유업게 사람들은 당연히 (이라크 석유자원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논의를 계속해 오고 있지만 그들은 논의 사실 자체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석유기업들은 전리품 쟁탈전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영국계 석유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륨(BP)의 브라운 회장은 이러다가는 제2 걸프전의 첫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영국기업들은 석유이권 쟁탈전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옵서버는 특히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이라크 유엔 결의안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석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들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 현 후세인 정권과 이라크 석유자원을 개발에 관한 계약을 따냈으나 다가올 전쟁으로 인해 이같은 기존 석유 이권들이 물거품이 될 운명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후세인정권에 대한 무기판매대금 수십억 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97년 서쿠르나유전에 대한 23년간의 장기 채굴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서쿠르나 유전은 매장량 1백10억-1백50억 배럴 규모의 거대 유전이다. 또 프랑스의 토탈피나엘프사는 나르 우마르 유전 개발에 관한 계약을 수년째 후세인정권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찰라비 의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이 축출될 경우 "미국 기업들이 이라크 석유에 대해 최대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같은 러시아, 프랑스 등의 기존 계약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옵서버는 찰라비와 미 석유기업 대표들간의 회동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이라크 결의안을 둘러싼 미국 대 러ㆍ불
ㆍ중간의 갈등은 한층 첨예화될 것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옵서버는 후세인 축출 이후 이라크 석유산업의 재편 계획은 워싱턴 신자유주의 싱크탱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라크 정복후 이라크 석유자원을 무기로 OPEC 무력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OPEC는 "악"이며 미국의 국익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세계 석유기업의 대표들은 다음 달은 영국 샌드링감 부근의 한 휴양지에 모여 후세인 축출후 이라크 석유자원의 처리 및 세계석유시장의 미래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옵서버는 전했다.
사우디의 전설적 석유장관인 야마니가 주도하는 이 모임에는 석유기업 대표들 외에 이라크의 전 군정보기관 책임자, 런던 금융계 대표들이 모여 이라크의 석유자원 규모를 평가하는 한편 이라크 석유를 무기로 OPEC를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백악관 경제담당 보좌관인 래리 린지는 최근 제2 걸프전의 성공은 기업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세계시장의 하루 석유 공급이 3백만-5백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면서 "전쟁의 성공적 수행은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업계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를 정복할 경우 향후 5년내에 이라크의 하루 산유량은 현재 세계 최대규모인 1천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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