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개발보다는 북한경제의 붕괴가 한국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북한의 핵개발 재개 시인이 밝혀진 당일(10월 16일), 서울의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면서 "북한이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미칠 가장 큰 위협은 전쟁이 아니라 경제적 붕괴"이며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는 한반도 전체에 곧바로 경제 및 인도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이 가져올 경제적 위험(Economic risks of reunification)'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를 작성한 서울특파원 앤드류 워드 기자는 한국에 대규모 투자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한 외국인 펀드매니저의 말을 빌어 한국인들이 북한이 핵개발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한의 위협은 항상 있는 것이어서 새로울 게 없"으며 "북한이 쳐내려올 것 같지 않고 당장 안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없어 보여 투자자들은 큰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드 기자는 그러나 북한의 최대 위협은 전쟁이 아니라 '경제적 붕괴'라면서 "만약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핵활동을 제재하기 위해 원조를 중단할 경우, 그 위험성은 한층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북한의 경제적 붕괴에 의해 통일이 될 경우 통일 이후 10년간은 한국 전체 세금 수입의 절반이 북한에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통일비용이 이보다 10배나 많은 2천8백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또 북한 붕괴에 의해 통일이 될 경우 건설과 제조업 등 일부 경제부문은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의한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측 자원의 순유출을 초래할 것이며 종합주가지수는 "하룻밤 사이에 반토막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이같은 기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핵위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수를 써서라도 북한 핵개발을 중단시키는 것만이 해결의 모든 것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북한경제의 자립기반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
***'통일이 가져올 경제적 위험(Economic risks of reunification)'/FT, 10월 31일자**
적대관계에 있는 인근 국가가 7년동안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혼비백산해서 주식 투매가 일어나고 투자자들은 가장 가까운 지하대피소로 달려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에 사용할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북한의 시인에도 한국 사람들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북한의 핵 시인이 발표된 당일, 서울의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1.3% 상승했고 30일에는 추가로 8% 올라 658.03을 기록했다. 세계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더 큰 관심사는 북한의 핵활동보다 한국의 수출업자들이 어떤 전망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서울이 휴전선에서 불과 5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북한의 선택에 따라서는 무서운 살상무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심리적 상황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나라와 맞서 삶을 영위하는 데 익숙해져 있고, 시장은 남북한 관계의 진전 여하에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에 투자된 1억6천5백만 달러의 자금을 관리하는 애틀란티스 투자관리회사의 피터 어빙 회장은 "북한의 위협은 항상 있는 것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면서 "북한이 쳐내려올 것 같지 않고 당장 안으로 무너질 가능성도 없어 보여 투자자들은 큰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미칠 가장 큰 위협은 전쟁이 아니라 경제적 붕괴인 것이다. 당장 위기가 발생할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만약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핵활동을 제재하기 위해 원조를 중단할 경우, 그 위험성은 한층 커질 것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는 한반도 전체에 곧바로 경제 및 인도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통일이 되면, 최초 10년간은 한국 전체 세수(稅收)의 절반이 북한에 돌려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정했다. 통일비용은 그보다 10배가 많은 2천8백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NG증권 서울지점의 팀 콘돈씨는 "통일이 빨리 되면 한국의 생활수준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공공재정에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건설부문은 북한에서 인프라 건설계약을 따내 큰 이득을 보고 제조업은 그쪽의 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한국측 자원의 순수한 유출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콘돈씨는 만일 북한이 무너지면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하룻밤 사이에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에 투자자들이 이같은 위험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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