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두 글은 '북한 핵위기'에 관한 미국내 강ㆍ온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칼럼들이다. 두 칼럼은 각기 대북 강경대응과 협상전술의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 차이가 있지만 상황인식 등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위기에 대한 대응방법을 둘러싸고 강ㆍ온파간의 대립이 치열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라크와 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부시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행사할 이렇다 할 압력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대북강경책을 주장한 대니 기팅스(Danny Gittings)의 '뇌물 제공자들과의 싸움(Battling the Bribers)'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 행정부 내 공방은 이라크 등 다른 어떤 문제보다 치열하다"면서 이는 "화해론자들의 입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기팅스는 특히 미 행정부내 화해론자들이 득세한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압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이어 "부시의 강력한 조치만이 이들(북한의)의 숨통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끊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부시가 이라크 문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제2 걸프전에 발목이 잡혀 있는 한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강경 대응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가장 큰 위협(The Greatest Threat)'은 "(북한은) 어쩌면 미국이 대치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적"이라면서 바로 그 때문에 "미국은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은 제2의 한국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북 경제제재는 곧바로 북한의 본격적 핵개발 재개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까지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둘 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응수단은 협상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 온 한 인사의 말을 빌어 대북정책에 관한 미국내 강ㆍ온파를 구분하는 방법은 "얼마나 빨리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깨닫느냐"라고 지적했다.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은 협상 뿐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전제주의 국가인 북한과 대화한다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기분 나쁜 일일 수 있겠지만 "대안은 단 하나뿐"으로 "꾹 참고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라며 "굳이 협상이라 부를 필요도 없이 중국 등 대리인을 이용하여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협상의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팅스의 칼럼이 대책없이 대북강경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크리스토프의 글은 협상에 의한 위기 해소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음은 두 칼럼의 주요 내용.
***'뇌물 제공자들과의 싸움(Battling the Bribers)'/AWSJ, 29일자**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둘러싼 워싱턴의 공방은 치열한 외교정책 분쟁으로 확대되었다. 한 쪽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관리들과 조지 부시 대통령 자신이 있다.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 회의에서 평양의 고약한 독재자에 대한 경멸감을 분명히 나타냈다.
행정부의 두 소식통들에 의하면 대통령은 김정일을 '정치적 난쟁이(political pygmy)' 또는 '고약한 독재자(nasty dictator)' 등오로 부르면서 대북화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북한 인민에 대한 김정일의 잔혹한 지배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보이지 않는지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론적으로는 대통령이 한 말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직업 외교관이나 클린턴 행정부 관리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다. 이들은 실패한 뇌물 및 화해정책의 지속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 인사가 북한을 방문하고 온 찰스 프리처드다.
이들은 가끔 현실을 외면한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시인하고 북한 미사일과 파키스탄 전략 물자가 교환되는가 하면 이 화물들이 미국이 제공한 수송기에 운반되었다는 정보보고마저 이들은 모른 체 한다. 북한의 최근 핵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내부 회의에서 화해 진영의 한 저명한 인사는 북한의 (핵 개발) 시인을 "도움을 청하는 절망의 절규"라고까지 규정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 행정부 내 공방은 이라크 등 다른 어떤 문제보다 치열하다. 화해론자들의 입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행정부 기간 중 화해론자들은 평양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허망한 희망에 매달려 평양에 연거푸 뇌물을 주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4년 기본합의다. 그 이후 평양에 뇌물을 바치는 건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가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뇌물 제공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부시가 테러, 이라크 등 다른 문제에 관심을 빼앗기게 되자 화해론자들은 재빨리 잃어버린 거점을 회복했다.
지난 7월까지 화해론자들은 한국과 일본의 압력을 받고 거의 옛날 입지를 회복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평양에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보내 대화를 재개하기로 동의했다. 켈리의 방북이 예정대로 이루어졌다면 그는 아마 또다시 평양에 뇌물을 주는 거래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못된 버릇을 스스로 입증했다. 켈리 방북을 겨우 이틀 앞두고 김정일은 서해에서 한국 함정에 발포명령을 내렸다. 5명의 한국 해군이 사망했다. 켈리의 방북도 무산되었다.
몇 주만에 부시 행정부를 화해 노선에서 이탈시키는 증거들이 나왔다. 미 정보기관은 C-130 수송기 한 대가 파키스탄에서 북한으로 날아가 미사일을 싣고 돌아온 것을 탐지했다. C-130 수송기는 금년 초 대 테러전에 협조한 대가로 미국이 파키스탄에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송기가 북한으로 비행한 날자가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다. 미 정보기관은 이 수송기가 북한에 무엇을 수송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파키스탄의 원심분리 농축 우라늄 시설이 있는 칸 연구소에서 이륙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돈이 없어 쩔쩔매던 김정일이 칸 연구소에 7천5백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도 포착되었다.
이 정도의 증거이면 평양이 94년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했다. 8월경 중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관련 물자를 북한에 제공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그러나 이 물자들은 고속컴퓨터 같은 첨단기술에 응용될 수 있는 2중 목적의 자원이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지는 못했다. 평양의 사기에도 불구하고 뇌물 제공자들은 여전히 화해정책을 계속했다. 국무부의 동아시아ㆍ태평양국은 10월 초 켈리 방북 계획을 다시 짰다.
켈리의 방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해온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화해론자들은 북한에 대한 중유 선적을 강행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선적을 위한 의회 승인은 불가능해 보인다. 화해론자들은 25일 워싱턴포스트에 94년 합의의 일부 유지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그 다음 날 같은 신문에 이에 반발하는 국무부 관리들의 글이 게재되었다.
문제는 평양의 못된 행동이 드러남에 따라 화해론자들의 처지가 위축되긴 했지만 이들의 입김이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부시의 강력한 조치만이 이들의 숨통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끊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부시가 이라크 문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행정부가 다른 모든 문제를 제쳐두고 사담 후세인 제거에 매달려 있는 만큼 화해론자들은 실지를 회복할 틈을 계속 노릴 것이다.
***'가장 큰 위협(The Greatest Threat)'/NYT, 29일자**
지금 당장 지구상에서 가장 두려운 곳은 이라크가 아니다. 한반도다. 지금 미국은 핵 보유국(북한)에게서 공갈 협박을 당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부시는 이 어려움을 잘 처리해 왔다. 그러나 우방국들이 필사적으로 우리에게 말하려 하듯 미 정부의 북한 고립 계략은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potentially catastrophic)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해 최근 자백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대북 중유 지원을 중단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중유 선적을 중단하고 경제 압박을 가하는 순간 북한은 영변 원전에 있는 국제 사찰단을 내쫓고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목적으로 그곳에 있는 플루토늄 봉인을 뜯겠다고 위협할지 모른다.
영변에 봉인돼 있는 (8천여개의) 핵연료봉을 끄집어낼 경우 북한은 최소한 5개 내지 그 이상의 핵무기를 순식간에(rapidly)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카드(leverage)다. 영변을 핵무기 제조공장으로 만들고 나아가 결국에는 한일 양국의 핵무장을 초래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미국이 중유 지원을 중단하고 경제제재를 시작할 경우 북한은 영변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하고 플루토늄 봉인을 뜯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영변을 폭격할 것이고(이미 전임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가 이러한 긴급 대책을 세운 바 있다) 북한은 서울에 대포 공격을 가할 것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 .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 김명철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는 미국이 대북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은 영변 핵프로그램을 재가동할 뿐만 아니라 무차별 무기 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북한은 최고액 낙찰자에게 미사일과 핵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면서 "그게 바로 자본주의 관행이지 않느냐"고 냉담하게 말했다.
"미국이 영변을 폭격하려 한다면 북한은 뉴욕과 워싱턴에 즉각 보복하고 한국과 일본을 박살낼 것"이라고 김명철은 말했다(필자가 지금 전화하고 있는 곳이 뉴욕 한복판인 맨해튼이라고 말하자 그는 "그렇다면 뉴욕이 아니라 워싱턴과 시카고를 폭격하면 돼지"라고 예의바르게 말했다).
사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대포는 서울을 파괴할 수 있다. 돈 오버도퍼는 자신의 저서 '2개의 한국(The Two Koreas)'에서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말을 빌어 전쟁이 나면 주한 미국인 10만명군을 포함, 1백만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은 아마도 부시행정부의 관심이 이라크에 집중돼 있어 미국을 괴롭힐 여유가 더 생겼다고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북한은 한국이 (전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는 점과 이라크 사태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 공격을 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북한을 종종 방문하는 한국계 미국 학자 박한식(조지아대 교수)는 말한다. "북한이 제멋대로 나오는 것은(a bit more reckless)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인 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미친 짓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군사 공격은 제2의 한국전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고 핵무기를 많이 가진 북한을 미국은 용인해야 하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북 중유 지원을 계속할 수 있나?
대안은 단 하나뿐이다. 꾹 참고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다(굳이 협상이라 부를 필요도 없으며 중국 등 대리인을 이용하여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모든 당사자들이 한국전쟁 이후의 적대행위를 끝내기로 합의하며(한국전쟁 이후 아직까지 평화조약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온 한 인사는 "미 행정부내에서 (북한에 대한) 매파와 비둘기파를 구분하는 기준은 얼마나 빨리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깨닫느냐"라면서 "비둘기파는 이미 (대화의 불가피성을) 깨달은 반면 매파들은 이런 생각을 아직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개월동안 가장 다루기 어려운 국제 문제는 협상을 통해 이 위기를 어떻게 끝내느냐 하는 것이다. 모두가 슬기롭게 패를 둔다면 미국은 대결 국면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이 중국과 같은 길로 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심한 전제주의 국가이며 어쩌면 미국이 대치하고 있는 가장 위험한 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북한을 포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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