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 '노무현식 큰바다 정치'의 시작이다.
노무현 후보는 29일 청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원과의 관계개선 및 연대문제 등에 대해 "저로서는 같이 하고 싶다. 선거후 노력해왔지만 잘 안됐다"며 "노력중이며 조용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25일 대전방송 토론회에서 "이 의원과 손잡고 싶은데 그 분은 제자리를 내드리면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그밖의 자리는 별로 관심이 없나 보다"며 소극적이던 자세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30일 오후 정대철, 이인제 만나 대타협 제의 예정**
노 후보의 입장변화는 정대철 선대위원장과 김원기 고문 등 선대위 핵심관계자들이 후단협의 이탈 방지와 충청표 공략 차원에서 이인제에 대한 `포용정책'이 절실하다는 조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대철 위원장은 30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의원은 뭐니뭐니 해도 지난 97년 대선에도 5백만표를 모은 사람"이라며 "이번 대선에 이의원이 노후보를 돕는다면 지지율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위원장은 이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한화갑 대표가 현재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이인제 의원의 선거참여를 위해 대표직을 줄 수는 없다"면서 그대신 공동선대위원장 또는 선대위 고문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정대철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인제 의원을 만나 이같은 입장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아직 "백의종군하고 무심정관하겠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며 구체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의원의 수락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노후보가 이인제 의원에게 "손잡자"는 메시지를 보낸 점 하나만 갖고도 노후보 진영은 상당한 정치적 플러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경선과정에 색깔론, 음모론 등 극한적 네가티브 공세를 펼쳤던 이인제 의원을 끌어안겠다는 대화합 제안을 함으로써 노후보의 포용력을 과시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인제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의 영입 제안도 받고 있으나 이에 대해선 "일고의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어, 이의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무너지는 후단협**
노무현 후보의 이인제 끌어안기의 또다른 노림수는 4자연대가 깨진 뒤 방향을 못잡고 갈팡질팡하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을 당내에 잔류시킴으로써 최근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정몽준 의원에게 결정타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후단협 회장인 최명헌 의원은 30일 "어제 낮에 후단협 소속 의원들 일부가 모여 탈당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일부 의원들이 국회 예결위의 중책을 맡고 있어 국회가 끝나는 내달 8일 이후에 도모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한 의원도 "오늘 간다는 사람, 내일 간다는 사람, 함께 가자는 사람 등 의견들이 모두 다르다"고 말해 내부 의견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후단협 지도부는 단일화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무소속 및 군소정당 의원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후보도 30일 오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후단협 의원들을 만나고는 있으나 그분들은 민주당 소속인만큼 내가 그분들의 거취를 말할 입장은 못된다"고 말해, 사실상 후단협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 노후보 지지율 두달만에 20%선 진입**
한편 국민일보는 30일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실시결과 이회창 후보 34.8%, 정몽준 후보 24.3%, 노무현 후보 20.2%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노 후보의 지지율이 2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월말 이후 언론사 조사로는 처음이며, 정 의원과 노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4.1%포인트로 줄었다.
28일 전국 성인남녀 1천1백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져 이.정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정 의원 39.2%, 이 후보 37.4%로 나타났고, 이.노 양자대결시에는 이 후보 39.4%, 노 후보 33.9%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에 ±2.94% 포인트)
세계일보는 지난 27-28일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 37.8%, 정 의원 25.4%, 노 후보 19.9%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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