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사실상 파기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의 비밀 핵개발을 포기토록 하기 위한 경제적ㆍ외교적 수단을 강구중이라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20일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당국이 2주전 북한측이 우라늄 농축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데 대해 북한은 처음에는 핵무기 개발 사실을 부인했으나 나중에 이를 시인했다"며 "북한측의 시인으로 제네바 합의는 파기됐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파월 장관은 "두 당사자가 하나의 합의를 맺은 뒤 한 쪽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밝혔다면 그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4년 북한과 미국간에 체결된 제네바합의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은 이 합의에 따라 북한에 매년 중유 50만톤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수로 2기를 건설하고 있다.
파월 장관은 또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평양에 매년 지원하고 있는 50만t의 중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파월 장관은 중유 공급 중단 등에 대한 결정은 동맹국들과 협의 아래 신중하고 현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미 당국은 즉각적이고 경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각안보보좌관은 "그들(북한)이 제네바합의에 구멍을 냈다"면서 제네바합의 파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측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와 같은 상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과 라이스 보좌관 등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파월 장관은 북한 핵문제는 여러 나라가 관계돼 있는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이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주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관련국들과 회동, 북한 문제에 대한 협의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스 보좌관도 "우리는 외교관들에게 사태 해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면서 지난 주말동안 다각적 외교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 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에서는 북한측이 핵개발을 시인한 의도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측의 시인은 군사문제에 대한 투명성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과 핵합의 파기라는 점에서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측으로 갈라져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라이스 보좌관은 북한측의 핵개발 시인을 미국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는 (군사적) 투명성 확대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아직도 숙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동안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고 밝혀 북한의 이번 시인을 미국과의 협상 노력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행정부가 제네바 핵기본합의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이 2주전 핵무기 개발계획 추진을 시인한 후 백악관은 보좌관들과 함께 제네바합의의 폐기 여부를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이같은 이유로 국제감시하에 있는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이 핵물질 이동을 시도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핵기본합의 파기시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미국이 경수로 2기를 건설할 때까지 대체에너지로 매년 공급하는 중유(重油) 50만t에 대한 지원중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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