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진전을 겨냥해 '2만~5만명 규모의 재래식 병력 감축'이라는 빅카드를 내놓았다. 북한이 재래식 병력 감축을 제안한 것은 48년 북한정부 수립후 54년만에 처음이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특사로 지난 3~5일 북한을 방문했던 켈리 아태 부차관보도 "북한과 대화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북-미 대화가 급진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의 교도(共同)통신은 7일 모스크바발로 "북한이 남한과의 군사경계선 일대에 집중시켰던 부대의 임전태세를 완화하고, 전군에 걸쳐 2만~5만명의 병력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제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 당국의 입장이 켈리 미특사 방북 직후 러시아 소식통을 통해 흘러나온 것은 대량파괴무기 및 재래식 병력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획기적 협상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 소식이 러시아발로 보도된 것과 관련, 이같은 파격적 협상안 도출에 러시아가 막후에서 큰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에 앞서 6일 베이징발 기사에서 "북-미대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북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는 5일 방북을 마치고 서울에 들른 켈리 차관보가 북-미대화에서 차기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하는 등, 외형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처럼 알려진 직후에 나온 북한당국의 발언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요컨대 북-미회담에서 양측이 극적 합의 도출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사흘간의 네차례 협상을 통해 양측 요구가 정확히 전달됐고, 이같은 미국측 요구에 대해 북한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사전신호가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해석이었다.
한편 로이터 통신도 7일 도쿄발로 켈리 미특사가 6일 일본 관리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켈리 차관보와 만난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무상은 외무성 관리들에게 켈리 특사가 아직 구체적 대화일정을 잡지는 못했으나 미국이 북한과 계속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켈리 특사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대화가능한 접점을 상당 부분 찾은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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