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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드컵 한국전 방영은 남북관계 개선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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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드컵 한국전 방영은 남북관계 개선 의도

미 LA타임스 국내 북한전문가 인용 보도

한국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면서 최근 시중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올 가을 북한 축구팀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근거가 없는 소문이긴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놀라운 활약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일조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7일 북한이 지난 23일 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을 방영한 것은 남북간의 공동 유대를 강조하고 남한과의 관계 진전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정인(연세대), 서동만(상지대) 교수,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등 국내 북한 전문가의 말을 빌어 북한의 한국전 방영 의미를 이같이 분석했다.

다음은 마크 매그니어 기자가 작성한 '축구경기장을 통해 북한을 볼 수 있는 창이 열리다(A Window on N. Korea Opens up in Soccer Field)' 기사의 전문이다. 편집자

***'축구경기장을 통해 북한을 볼 수 있는 창이 열리다'(LA타임스, 27일자)**

한국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은 축구팬들에게 즐거운 한때를 제공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는 또한 북한 분석가들에게 북한 정권의 분위기와 심성, 동기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북한 당국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외부세계를 북한주민들에게 소개하는 데 상당히 섬세한 균형을 취했다.

북한이 한국팀의 4강 진출을 보도한 것은 같은 한민족으로서 세계 축구 강호들을 상대로 이룬 업적에 대한 자존심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일요일(23일) 북한은 한국-이탈리아 16강전을 1시간짜리로 편집, 방영함으로써-분석가들에 따르면 북한 기준으로는 상당히 긴 것이며 해설과 중계도 상당히 공평했다-(남북이) 한핏줄임(common bond)을 강조하려 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우리는 같은 얼굴을 갖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 정권은 지난 해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과 `악의 축' 비난을 고려, 남한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일례로 북한의 축구 해설자(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부소장)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페널티킥 유도를 위한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퇴장당한 데 대해 '주심이 옳았다'고 말하는 등 공개적으로 남한편을 들었다.

또 상징주의와 역사적 전례가 매우 중요한 북한에서 한-이전 방영을 결정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분석가들은 이는 아시아 국가가 서방 국가를 물리쳤다는 것 외에 역사적으로는 지난 1966년 월드컵때 북한이 이탈리아를 물리친 것과 역사적으로 동등한 업적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남한이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과 같은 성적을 내는 데 36년이 걸렸음을 은근히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남한은 (지난 66년) 북한의 월드컵 위업을 국내에 방영하지 않았다.

상지대의 서동만 교수(정치학)는 "1966년은 냉전의 절정기였다. 박정희 대통령 통치하에서 이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이전 방영으로 북한은 처음으로 남한이 월드컵 공동개최국임을 인정한 셈이 됐다. 이제까지 북한은 남한의 이같은 성취를 반드시 부정해야 할 도전으로 간주해 왔다. 이 때문에 북한은 88 서울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세계청소년 축제를 개최했으며 이번 월드컵에 대항하기 위해서 아리랑축전을 열었다.

북한은 월드컵이 시작된 지 수주만에 남한의 업적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남한을 인정한 것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남한의 초현대식 스타디엄과 열광하면서도 질서정연한 관중 들의 모습이 방영됐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평양 당국은 남한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북한 자체의 어려움이 부각되거나 북한 주민들이 공식 노선을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의 풍요로움과 개성을 보여줄지도 모르는, 관중들에 대한 근접 씬은 심하게 편집됐다. 태극기가 있는 장면이 방영되기는 했으나 `대~한민국' 구호 등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 소리는 들리지 않게 처리했다.

북한은 또 한-이전 5일뒤, 남한이 스페인을 누르고 4강에 진출한 하루 뒤에 한-이전 경기 장면을 방영했다.

이를 우호적으로 해석하자면 북한은 녹화테이프를 편집하고 방송권료 지불없이 남한 TV로부터 필름을 빌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분석가들은 북한이 남한의 8강전 결과를 본 다음 방영 여부를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은 미디어를 완전 통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입으로 확산되는 것까지 막긴 어렵다.

이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상당한 제약에 해당된다. 이처럼 큰 뉴스를 주민들이 (소문 등을 통해) 알기 전에 보도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신뢰도는 훼손됐을 것이다. 남한 축구의 활약상은 들불처럼 퍼져나갈 성질의 뉴스인 것이다.

세종연구소의 북한전문가 백학순씨는 '북한은 철의 장벽을 갖고 있으나 그 벽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의 과거의 영광(월드컵 8강진출)을 뛰어넘는 남한의 4강 진출 등 다른 경기들을 방송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 이번 방송을 통해 북미대화나 남북관계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알아내려는 것은 너무도 많은 것을 너무나 일찍 알아내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 당국은 경제협력이라든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사업 등과 관련, 한국측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남한의 많은 사람들에게 터널 끝에 비치는 한줄기 빛이라도 환영할 만한 것이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박사는 " 물론 북한은 한-이전 방영의 국내 정치적 효과와 남북관계에의 영향을 면밀히 검토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방영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우호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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