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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과 놀다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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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과 놀다 <83>

이거이 부자, 지방으로 내치다

5월 들어 대간에서 글을 올려 이거이ㆍ이저와 이천우를 지방에 안치하도록 청했으나 윤허하지 않았습니다. 임금이 종친이고 공신이라며 모두 죄를 묻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간에서 다시 함께 이거이 등의 지방 안치를 청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임금이 윤허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풍문만으로 조사해 다스리는 것을 금하는 통상 규정이 이미 있는데, 대간에서 어찌 이렇게까지 하는가?"

이날 대간에서 다시 글을 올리고 대간이 다시 함께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임금이 어쩔 수 없이 이거이를 청주(淸州)에, 이저를 한양 집에 내치도록 지시하고 이천우는 전에 이미 파직했으니 다시 묻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곧 후회하고 대간 관원을 불러 명령을 전했습니다.
"이미 경들의 글에 그러라고 했으나, 다시 생각하니 정말 차마 하기가 어렵다. 우선 두고 논하지 말라."

대사헌 권근 이하가 의견을 모아 대답했습니다.

"신들의 말은 다만 종묘ㆍ사직을 위한 것이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감히 명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임금이 이에 이거이와 이저를 불러 직접 물었습니다.
"지난번에 경의 부자가 정말 대간이 탄핵한 것과 같은 말을 했는가?"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하늘을 가리키며 각기 죄가 없음을 말했습니다. 이저가 다시 말했습니다.

"대저 대간이 올린 글과 추궁해 묻는 말이 일치된 뒤라야 사람들은 그 죄를 시인하는 법입니다. 지금 대간이 신의 부자에게 군관 명부와 병기를 즉시 보내 바치지 않았다고 추궁하고 심지어 올린 글에는 불충한 말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신들은 불충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신이 변명할 수 없다면, 죽음도 사양치 않겠습니다. 신이 척속(戚屬)을 욕되게 하고 있으나, 털끝만큼도 저버린 것이 없습니다. 대간과 함께 시비를 가리도록 해주소서."

임금이 불쌍히 여겨 다시 대간에 명령을 전했습니다.

"두 사람의 죄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데다 훈친이니 내버려두고 논하지 않는 것이 어떤가?"

권근 등이 대답했습니다.

"신들이 공신ㆍ부마의 죄를 청하는데 어찌 감히 의심스런 일로 했겠습니까? 깊이 알고 충분히 논의한 뒤에 어쩔 수 없이 제기한 것입니다. 신들은 진실로 감히 명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숙단(叔段)의 죄악을 키운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거이 부자의 불충한 죄를 극력 말했습니다. 임금이 화가 나 대간에게 각기 집으로 돌아가 업무를 보지 말라고 지시하고, 또 이거이 부자도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한 뒤 그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조금 뒤에 대사헌 권근 등을 불러 업무에 나오게 했습니다. 임금이 전날 화낸 것을 후회하며 권근 등을 불러 말했습니다.

"이저는 지친(至親)인데다 공이 있어 가볍게 내치지 못했는데, 경들의 말을 따르겠다."

대간이 합동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대간이 대궐에 나와 명령을 듣자 이저가 몰래 개인 수행원 세 사람을 보내 봉서국(奉書局)에 숨어들어 일의 변동을 엿보게 하다가 붙잡혔다는 문제도 추가됐습니다. 임금은 윤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결국 이거이(李居易)를 계림부(雞林府) 영윤(領尹), 이저(李佇)를 완산부(完山府) 영윤으로 임명해 지방으로 내보냅니다. 계림과 완산이라는 당시로서는 가장 큰 고을에다 윤(尹)의 격을 높이는 표시로 '영(領)'자를 더 붙였습니다.

이 인사에서 이무(李茂)는 동북면 도순문찰리사 겸 영흥부 윤으로 함께 지방으로 가게 됐습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앞서 이무의 아들 이승조(李承祚)가 이무에게 말했습니다.

"가만히 들으니 상당후가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답니다."

이무가 매우 두려워 병이라 핑계대고 그 아들 이간(李衎) 등 네댓 명을 거느리고 사흘 밤을 피신해 잤습니다. 이저의 휘하 김윤인(金允仁)이 그 말을 듣고 이저에게 알리니, 이저가 곧 이무의 집에 가서 말했습니다.

"지금 그런 말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의 재주와 덕이 그대에게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또 조선의 사직이 어찌 그대를 저버리겠습니까?"

그러고는 맹약을 맺고 물러갔습니다. 세자가 듣고 이저와 이무를 불러 화해시키고 위로하며 타일렀습니다.

이때에 이무가 사직하고 지방의 직임을 맡기를 청했는데, 이저 등이 지방으로 나가고 이무가 서울에 있으면 이저가 더욱 의심할까봐 지방으로 나가 혐의를 피한 것이었습니다.

이무가 임금에게 하직하고 동북면으로 가니, 대궐 말 1필을 내려주었습니다. 이거이와 이저가 임금에게 하직하고 좌천된 임지로 가니, 임금이 각각 여름옷과 안장 갖춘 말을 내려주었습니다.

이거이가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이까짓 말이 뭐란 말이냐? 먼저는 등급을 뛰어 문하부 판사를 삼았다가 지금은 또 지방으로 내쫓으니, 1만 필을 준들 뭐가 기쁘겠는가?"

이저가 태상왕에게 하직을 고하니, 태상왕이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었다면 왜 진작 내게 알리지 않았느냐?"
"신도 그럴 줄 몰랐습니다. 하루아침에 내보내니, 와서 고할 수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겠구나."

대간에서는 이거이와 이저의 수행원과 마필(馬匹) 수를 정하도록 청했습니다. 대사헌 권근과 좌산기 박은(朴訔) 등은 이거이 부자가 지방으로 가면서 사병과 매(鷹), 개(犬)를 잔뜩 거느리고 또 중천금이라는 기생까지 멋대로 데리고 갔다며, 직책을 거두어들이고 개인 전장(田莊)에 안치하라고 청했습니다.

임금이 다른 일은 그만두고, 수행원과 마필 수는 모두 전 부윤(府尹)의 예에 따르고, 매와 개는 모두 금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다시 대간이 합동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이거이가 문하부 판사에서 좌천돼 계림으로 가는데 상기 중천금을 데리고 부임했으니, 법에 어긋납니다. 청컨대 이거이․이저 등을 파직해 개인 전장에 안치하고, 중천금은 도로 신역을 지게 하소서."

윤허하지 않았습니다. 대간이 합동으로 글을 올리니, 임금이 아뢴 바에 따라 개인 전장에 안치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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