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행정부는 테러리스트 및 적대국가들에 대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에 의한 선제공격을 허용하는 새로운 군사전략(strategic doctrine)을 마련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말을 빌어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처럼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s)을 강조하는 신전략은 봉쇄(containment)와 억지(deterrence)를 바탕으로 한 냉전시대 군사전략으로부터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핵무기 등의 사용과 관련, 이제까지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이같은 신전략이 확정될 경우 군사도발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핵무기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슬람 테러리스트나 북한 등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기 등을 이용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이같은 신군사전략을 작성하고 있으며 올 가을에 발표될 부시 행정부 최초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봉쇄 및 억지 전략이 포기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에 대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적대적 국가 및 그룹들에 대한 공식 대응방안으로 ‘선제공격’ 및 ‘예방적 개입’이 사상 최초로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지난 1월 미 의회 연두연설에서 이같은 선제공격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6월 1일 미 육사(웨스트포인트) 졸업연설에서 이같은 선제공격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빌어 ‘선제공격’이 미 안보전략의 공식정책으로 채택되게 되면 미 군부 및 정보기관들은 2차대전 이후 최대 변화의 겪게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 내부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선제공격의 필요성과 현실성에 대해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선제공격을 미국의 공식 안보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은 2차대전 이후 가장 근본적인 정책변화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어떤 적대적 국가도 미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막강한 보복공격에 직면할 것이라는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봉쇄와 억지를 안보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신안보전략을 작성하고 있는 미 정부 관리들은 지난 해 9.11사태가 일어난 이후 억지 전략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고위 관리는 “적대적 세력의 성격, 안보 위협의 성격이 변화했다. 따라 대응 전략도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테러리스트들은 “방어해야 할 영토도 없으며 우리가 당한 것(9.11 테러)과 같은 공격에 대한 억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전략에 대해 미 국방부는 물론 군사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이 전략의 타당성과 효과에 관해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부에서도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6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브뤼셀에서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에게 나토는 테러 조직이나 적대 국가들이 핵 및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절대적 증거’를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토 사무총장인 조지 로버트슨 장군은 나토는 방어적 군사동맹이라면서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선제공격 전략은 군사적 긴장을 급속히 고조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적대하고 있는 양측 세력으로 하여금 상대방의 공격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먼저 공격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 할란 울만은 “선제공격은 겉으로는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파들어가 보면 복잡하고 위험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또 선제공격이 잘못됐을 경우 방사능 물질이나 유독 화학물질 등이 퍼져 공격대상은 물론 주변지역에 심각한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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