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은 오늘부터 언론학자 이효성 교수(성균관대)의 새 칼럼 '언론광장'을 연재한다. 이 칼럼은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언론의 고의적인 편파ㆍ왜곡 보도 등을 감시, 수용자들의 비판적 안목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칼럼은 주 1회를 원칙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후보검증 벼르는 보수언론들의 오만과 편견**
보수 언론들이 대선 후보 검증을 벼르고 있다. 조선일보는 4월 18일 '후보검증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동아일보는 5월 중에 '후보검증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한다. 중앙일보도 칼럼 등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검증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근간은 보도 내용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언론은 굳이 검증을 들고 나올 필요도 없다. 언론이 보도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야 하는 일이 검증이다. 중상모략, 흑색선전, 유언비어 등이 난무하는 선거에서 검증은 더욱더 당연한 업무다.
그런데 야당이나 이인제 후보 측이 제기한 각종 설들에 대해 제대로 검증도 없이 따옴표로 대서특필만 하던 이들 보수 언론들이 새삼스레 검증위원회나 검증단까지 만들어 후보 검증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풍과 인터넷 때문에 과거처럼 '대통령 만들기'가 여의치 않자 후보 검증을 내세워 특정 후보 흠집내기를 시도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들 보수 언론들이 전에 없던 후보 검증을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다.
첫째, 언론이 후보 검증을 하겠다는 발상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다. 언론이 후보를 검증하겠다는 발상은 언론이 대통령 후보들을 제멋대로 재단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평소에 후보들의 자질이나 정책에 대해 확인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연스런 후보 검증에는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던 언론들이 갑자기 별도의 검증기구까지 만들어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후보 검증을 들고 나오는 것은 후보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요리하려는 권력화한 언론의 오만과 편견에 찬 자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언론들이 후보 검증이란 미명하에 후보들에 대한 월권적인 재단이나 심판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둘째, 보수 언론들이 후보 검증을 할 만한 자격과 소양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검증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먼저 검증 주체의 도덕성, 객관성, 공정성을 널리 인정받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후보 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보수 언론들 특히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조선일보는 1987년 이래 대선 때마다 노골적인 왜곡ㆍ편파 보도의 관행을 보임으로써 그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극도의 불신을 받았고 결국 안티조선운동까지 생겨나게 했다. 그러한 관행은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정치 공세 차원에서 제기한 의혹을 따옴표로 대서특필해댄 반언론적 자세에서도 드러났다. 그래서 후보 검증은 믿을 수 없는 이들 보수 언론에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신망있는 사회단체와 학계가 구성한 '국민검증위원회'같은 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되었다.
셋째, 후보 검증의 의도에 대한 불신이다. 우리 언론들, 특히 보수 언론들은 대선 때마다 특정 후보 편들기를 해왔다. 이들 언론들은 과거 대선 보도에서 후보 검증이라는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대통령 만들기라는 잿밥에만 관심을 보였다. 1997년의 대선에서 <한국논단>의 대선후보 사상검증 토론회와 방송 3사의 생중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노골적인 편파 보도 등은 특정 후보 편들기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사회 변화로 이제 그런 노골적인 왜곡ㆍ편파 보도가 불가능하고 또 효과도 없기 때문에 후보 검증을 내세워 특정 후보 죽이기를 하려는 속셈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이들 언론이 민주당 경선 보도에서 후보에 대한 평가와 이해보다는 특정 후보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렸다는 사실에 의해 입증된다.
넷째, 검증 방법에 대한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4월 18일자 후보검증위원회의 평가지표에 관한 기사에서 검증 방법도 제시했다. 대선 후보들이 오래 전에 행했던 "각종 발언과 행적은 물론, 그들의 사상과 경험을 담은 저서와 기록물 등을 발굴해내고, 이를 일일이 분석해 그들이 보여준 언행의 일관성과 그 진실성을 추적"하겠다며 한국언론재단의 신문 데이타베이스, 각 후보의 저서, 기고문, 연설문, 국회 발언 속기록 등도 분석대상으로 삼을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정치인인 후보들의 과거 정치행위, 이력, 언행을 물리적으로 검사하여 증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명 그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분석과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들 언론의 후보 검증에 대한 가장 많은 우려와 비판을 야기하는 점은 후보 검증이 결국 사상 검증을 위한 구실이 될 것이라는 경험적 예측이다. 후보 검증을 구실로 사상 검증을 자행하여 특정 후보를 좌경ㆍ친북으로 낙인찍으려는 게 이들 언론의 본심이 아니냐는 것이다. 보수 언론 특히 후보 검증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조선일보는 많은 진보적인 인사들을 좌경ㆍ친북 인사로 낙인찍어 공직에서 추방해왔고, 과거 김대중 후보에게도 색깔론 시비를 가장 많이 일으켰다. 그런 언론이 후보 검증을 들고 나오니 양식있는 사람들은 색깔론으로 특정 후보를 낙인찍으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유독 보수적 언론들이 후보 검증 특히 이념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권언유착으로 성장했으나 정치권력의 약화로 이제 거대한 권력기구기 되어버린 보수 언론들, 분별력을 갖추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견제도 받지 않았던 보수 언론들, 그래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고, 정치권력 위에 군림하고, 사상 검증과 색깔 논쟁을 일삼는 등으로 권력을 남용해 온,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보수 언론들. 이들이 평소에는 말할 것도 없고, 선거 보도에서조차 정확성과 진실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으면서 새삼스럽게 "후보 검증"을 들고 나온 것은 불순한 권력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보수 언론들이여! 후보 검증을 내세워 주제넘게 또 다시 후보를 심판하고 선거에 개입하는 짓을 하지 말라. 후보 심판은 유권자가 할 일이지, 당신들이 할 일이 아니다. 후보 검증이라는 이름의 후보 심판은 유권자들에게 맡기고 당신들은 선거 과정에서 제기되는 중상모략, 흑색선전, 유언비어 등이나 제대로 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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