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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이 장악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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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이 장악한 미국?

크루그만의 美ㆍ佛 대선 비교

2002년 프랑스 대선과 2000년 미국 대선의 공통점은?
일단의 극우파가 선거판을 좌우했다는 것.

차이점은?
프랑스의 르펜은 죽었다 깨어나도 정권을 장악하지 못 하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극우강경파들이 정권을 장악했다는 것.

미국의 폴 크루그만 교수(프린스턴대)가 이번 프랑스 대선과 2000년 미국 대선을 비교하면서 극우강경파가 국정을 농단하는 미국의 정치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크루그만은 '성난 민중들'이라는 23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번 프랑스 대선과 2년전 미국 대선의 공통점은 유권자의 약 20%를 차지하는 골수 우익이 선거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들 20%의 보수강경세력을 '성난 민중들'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은 정치적으로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에 숫자에 비해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분석했다. 크루그만은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경제가 나빠졌다거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기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통적 가치의 상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프리섹스를 주창하고 마약을 즐기며 낙태를 합법화하고 동성애를 용인하는 무신론적인 리버럴들에 대해, 프랑스의 경우에는 물밀 듯이 밀려드는 아랍과 북아프리카의 이민자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보수강경세력들은 이들 새로운 사상과 다양한 인종들과의 혼합에서 빚어지는 정체성의 혼란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크루그만은 분석했다.

한편 크루그만은 이들 보수강경세력이 득세한 데에는 중도 및 진보세력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좌파의 무모함, 온건파의 무관심 등이 골수 우익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대선이나 미국 대선에서 많은 온건파 유권자들은 '어찌 됐건 (조스팽, 또는 고어가) 이길 거야' 아니면 '내가 한 표를 행사한들 무엇이 달라지랴' 하는 심정으로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거에 적극적인 보수강경파의 영향력을 확대시켜주었다.

크루그만 교수는 또 중도.진보 등 관용적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이성적 정치세력의 분열도 보수파 득세에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2명의 트로츠키파 후보들이 10%의 득표율을 올리면서 사회당 조스팽 후보의(16.2% 득표) 표를 잠식했으며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2000년 미국 대선에서는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가 고어 후보의 패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공통점은 여기서 끝난다.

크루그만은 "르펜씨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로서 그가 실제로 프랑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미국에서는 르펜씨와 같은 극단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자리에 있다"는 점이 "중대한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이 골수 우익을 흡수한 건지, 골수 우익이 공화당을 접수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보수강경파 세력이 미국 정치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수 우익의 한 사례로 공화당의 톰 딜레이 원내총무를 꼽았다.

크루그만에 따르면 딜레이 의원은 지난 주 한 연설을 통해 자신은 "하나님으로부터 '성서적 세계관'을 전파하라는 부름을 받았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은 그가 '잘못된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만은 딜레이처럼 희한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딜레이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하원 원내총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딜레이는 하원의장 데니스 해스터트를 능가하는 공화당의 막후 실세이다.

크루그만은 일상적 정치의 수면 아래 '비합리적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미국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미국에서는 이미 분노한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점이 차이"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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