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특별정책토론회 '특사회담의 평가와 향후 과제'에서 발표된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수 연구위원)의 기조발제문 전문과 토론 요지이다.
이 박사는 이 발제에서 '2003년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2,3개월내에 남북관계 개선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대미협력관계의 강화와 야당을 비롯한 국내 지지의 확보가 선결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연구소 측의 양해를 얻어 발제문 전문과 토론 요지를 게재한다. 편집자
***특사 회담의 성과와 향후 과제(발제문)**
***1. 특사 회담 개최의 배경**
***1) 일반적 배경**
***(가) 한반도 안보위기 해소의 필요성에 대한 남북간의 공감대 형성**
- 2003년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안보위기의 예방 필요성: 한국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와 관련한 갈등이 2003년경에 이르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인식 아래 이 문제의 해결 위해 특사회담 추진해 왔음.
-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그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긴장 고조에 대한 위기인식 공유와 대처의 필요성 인식: 북한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특히 심각한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었음.
***(나) 지체되고 있는 남북대화의 재개와 관계개선 추구**
***2) 북한 측 사정**
- 북한은 대미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그동안 부시행정부의 강경책으로 대화를 해도 이익보다는 손실이 큰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음. 즉,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의 대북 요구수준이 너무 강경해 대화를 통해 기대하는 이익획득의 보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정부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일정하게 완화시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그 일환으로 대북 대화를 시도하자, 이를 대화로 나올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됨.
- 따라서 북한은 특사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라 비현실적인 희망이 되어버린 자신의 기대수준을 낮추고 대신에, 낮추어진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이익을 어느 정도 추구할 수 있는 이익보장 장치를 구축하기로 한 것으로 보임
- 남북대화 중단으로 북한의 대외관계(특히 경제관계) 활성화에 타격이 가해지고,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경제가 더욱 난관에 봉착할 위험에 처함
- 남북대화중단으로 인해 식량, 비료 등 대북경제지원 축소로 북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함.
- 북한 아리랑 축전의 성공적 개최 위해 남한 관광객의 입북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도 남북관계 진전이 필요했을 것임.
***2. 특사회담 합의 사항 평가**
***1) 개괄적 평가**
***(가) 한반도 안보위기 예방 분위기 조성: 북미대화 재개 약속을 이끌어냄**
- 김정일 위원장은 임동원 특사에게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잭 프리쳐드 미 대북교섭 담당대사의 방북을 수용함.: 원래 북한은 북미간의 대화의 급과 관련하여 보다 높은 급을 원했으나 이번에 입장을 완화하였음.
- 북일관계 개선과 관련한 북한의 적극적인 입장을 이끌어 냄.
***(나) 남북관계의 원상회복 계기 마련함**
-그동안 되었던 남북대화의 다차원에서의 재개, 지체되었던 6.15 선언 이후 남북합의사항의 이행
- 이번 회담은 남북관계의 진전에 크게 기여할 것임
- 미국의 대북강경책 완화에 영향을 미칠 것임: 부시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대화로 나올 것을 촉구하였기 때문에, 남북대화의 재개는 곧 북한 변화의 한 지표로 볼 수 있게 되었음.
***(다) 북미ㆍ북일관계와 관련, 한국의 중재자적 역할이 부각됨
-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관계, 북일관계 개선을 위한 남한의 역할이 부각되었던 회담이었음.
- 향후 북미관계 악화시, 한국 중재자 역할 기대.
***2) 각론적 평가**
***(1) 긍정적 측면**
***(가) 남ㆍ북ㆍ미의 현실정세와 쟁점사항에 대한 인식의 눈높이 조율**
- 임동원 특사와 김정일 위원장간 장시간에 걸친 정세 관련 의견교환: 임 특사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국 지도부의 북한인식과 대북정책 기조, 북한 WMD위협에 대한 제거 의지, 9.11 테러 사태 이후의 국제질서의 성격, 미국의 대북정책 진의 등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함. 이는 남ㆍ북ㆍ미간 정세인식의 차 좁히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됨.
- 임 특사를 통한 북미의 간접대화로 인해 쌍방 갈등고조 상황을 일정하게 제어.
***(나)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 의지 및 긴장고조 불원 의지 확인**
- 특사단은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을 국익 증진의 최우선 사항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함.
- 북측 지도부도 현재의 북미간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함: 북측이 동해선 철도ㆍ도로 연결을 제안하며 그것을 '한반도 평화지대화'의 증거로 말한 것은 북측 역시 긴장고조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임.
***(다) 북한의 대남관계 개선의지 확인**
- 북측은 5차 장관급 회담의 합의 사항에 대한 거의 전면적인 이행에 합의하고, 나아가 군사당국자회담에도 합의함으로써 대남관계 개선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음.
***(라) 실용주의적 합의**
- 쉽고 실천이 가능한 부분들은 구체적인 일정까지 합의(이산가족, 경협추진위 등)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군사당국자회담이나 철도ㆍ도로 연결문제는 원론적 합의에 머무름으로써 기능주의, 실용주의적 접근이 이루어졌음
***(마)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특별하게 강조됨으로써 이 사업의 재개 가능성을 높여 놓았음**
***(2) 판단 유예 부분**
***(가) 군사분야 등 일부 합의사항은 실천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여전히 모호성이 존재함**
- 군사당국회담 재개 날짜, 주체를 명기하지 않았음: 이는 김용순 비서의 권한 밖의 문제라는 점에서 북한 군부 배려라는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회담의 전도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임.
- 경의선 등 도로,철도 연결도 사업의 조속 착수에는 합의했으나 이를 위해서 필요한 '비무장지대 관리구역 공동규칙'의 교환을 위한 군사실무회담 일정도 명기되지 않음으로써 결국 이후 실천을 지켜보아야 하게되었음: 이는 북측이 '주적' 문제를 거론하며 일을 어렵게 만들 소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함.
- 경제시찰단 남한 방문도 5월중이라고만 밝혀 구체성 부족.
***(나) 결국 합의사항의 실천을 지켜보며 특사회담의 유용성 정도를 판단할 수밖에 없음**
- 문제는 합의 사항의 실천임. 그동안 남북이 합의해놓고 이행하지 못한 사항들이 많았음. 특히 2000년 9월 김용순 북한 특사의 남한 방문시 합의된 사항들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바 있음: 따라서 4,5월 중 이 합의사항들을 어떻게, 얼마나 실천하는가에 따라서 이번 회담에 대한 최종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임.
***3. 향후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전망 및 과제**
***1) 전망**
***(1) 남북관계**
- 단기적으로 당국간 대화와 이산가족 상봉, 경제협력 등을 중심으로 진전되어 갈 것으로 예상됨.
- 그러나 다음 사안들의 전개 양상이 각 단계마다 향후 남북관계 진전의 심화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임: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 진행(이를 위한 군사실무회담 재개 포함), 국방장관회담/ 금강산 육로 개설, 김정일 위원장 답방
***(2) 북미관계**
- 북미대화가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됨(잭 프리쳐드 對 김계관)
- 북한이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미국 내 유력 인사들의 자국 방문을 활성화시킬 가능성이 높음.
-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구체적인 북미협상은 아직도 양측의 인식의 차가 크기 때문에 상당한 난항을 겪으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됨: 따라서 북미대화 재개 후 이 부분에 대한 협상과정에서는 문제 해결을 양측의 정치적 결단이 한차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
***2) 과제**
***(1) 환경 조성**
***(가) 대미협력관계 강화**
- 현재 한반도정세나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와 관련한 최대변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임.
- 2001년 1월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계속된 남북관계의 지체와 북미관계의 악화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긴장 고조가 이를 증명함: 2001년 3월 4차 장관급 회담 일방 연기(한미정상회담 직후), 2001년 10월 북의 이산가족 상봉 일방 연기등 재개된 남북대화 난관에 봉착(반테러전쟁과 경계태세), 2002년 1월 북의 남북대화의지 천명 불구 대화재개 안됨('악의 축' 발언)
-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대미협력관계의 구축이 절실함.
- 특사회담 결과 설명과 북미대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임동원 특보 혹은 고위급 인사의 조기 미국방문이 바람직함.
***(나) 특사 회담의 결과에 대한 국내적 지지 확보**
- 국민 대다수는 이번 특사회담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 그러나 야당은 이번 성과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까 의혹을 제기하고 있음. 이것이 대북정책 추진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
- 이러한 상황을 불식하기 위해서 야당에 이번 회담의 결과를 성의껏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함. 아울러 남북 국회의원 회담 등을 주선하여 남북관계 개선에 야당이 일정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함.
***(2) 북미관계: 한반도 안보위기 고조 사안 관리 방향**
***(가) 미사일 문제**
- 클린턴 말기 협상 수준 존중하면서 대화 재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함.
- 그러나 미국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조건없는 북미대화를 통해서 미국이 북한에게 새로운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함.
***(나) 제네바 합의 이행 문제**
- 북미가 서로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현 시점에서 특별사찰 수용과 한ㆍ미ㆍ일의 전력 보상을 교환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타협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함.
- 예컨대,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을 현시점에서 받아들이는 대신에, 미국은 경수로 완공전까지 2004년 이후에도 대북중유 제공을 지속하며 남한은 일정기간 남한이 북한에 전력지원 하되, 대신 예상되는 경수로 추가비용 부담에서 남한을 제외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이 경우 남한의 대북 전력제공은 남북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지원과도 연계되는 효과가 있음)
***(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
- 이 문제는 미국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함을 미국에 설득해야 함.
- 재래식 무기 후방배치 문제는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 과정에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미구에 설명해야 함.
- 현 단계에서 북한에게 서울을 겨냥한 재래식 살상무기의 후방배치를 요구하게 되면, 군사적 상호주의 관점에서 북한은 우리에게 휴전선에서 서울 사이에 배치한 우리의 중요전력을 후방 배치하라고 할 것임. 서울과 휴전선 사이의 전력 공백화란 우리로서는 수용 불가한 것임.
- 아울러 북한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나설 것임.
- 따라서 이 문제는 한국의 안보상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그에 따라서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면서 논의될 수 있는 사항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함.
***(3) 남북관계 개선 과제(국민의 정부 임기내 과제)**
***(가) 기본 방향**
- 향후 2,3개월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 하에 이 기간동안 남북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
- 앞으로 2,3개월 내에 남북관계가 대화와 협력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월드컵 행사 후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과거보다 더 높은 강도로 복원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이렇게 될 경우 2003년으로 예견되는 한반도 안보위기가 실제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임.
- 정부는 지난 2월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대북정책이 현재로서는 그들이 보여준 온건방향으로의 마지노선이라는 사실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들이 '강경'에서 '온건'으로 돌아선 부분들이 있다면 이를 현실화하도록 한미협력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임.
- 그러나 향후 한미공조는 한국측이 미국에 협조 가능한 사항이나 양보가능(혹은 불가피한)한 사항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되, 그 반대급부로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주도적으로 관철시키는 이중 전략이 필요함.
***(나) 군사당국자 회담의 조기 개최**
- 경의선 연결사업 추진을 위해 2001년 2월 북측의 서명 거부로 교환하지 못한 '비무장지대 관리구역 공동규칙'의 교환을 추진해야 함.
-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주적' 문제와 관련하여 군사적 상호주의에 따른 '주적' '적'표현의 삭제를 제안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함
- 예컨대,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서 "남북 쌍방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기초하여 상호 이해 증진과 긴장완화를 위해서 상대방을 주적 혹은 적으로 칭하지 않는다"는 식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임.
***(다)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의 실천**
- 경의선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파급효과가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함: 민족사적으로 볼 때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 것임.
-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는 남북대결의 상징인 휴전선이 긴장의 접점에서 화해와 협력의 연결점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임.
- 경제적으로는 물류비의 감소를 통해 남북경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며 나아가 민족경제공동체형성의 촉진제가 될 것임.
- 북한 쪽 철도 연결 관련 사업비용이 문제된다면 연결후 철도 사용비에서 상계(相計)처리 조건으로 남쪽이 지원할수 있을 것임. 북한 내부 경의선이나 새롭게 제기된 동해선의 북한쪽 철도구간의 복선화, 보수 사업은 한중, 한러 혹은 한중러 3국 합작으로 추진하는 방안모색
***(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향**
- 이산가족재회사업은 '명분'의 문제보다는 '실현'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추진해 나가야 함.
- 분단의 장기화로 원(原)이산가족의 자연사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실정임.
- 이러한 맥락에서 상당한 비용 지출을 통해서라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하고, 실제 이러한 의지에 기초해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
- 북한은 이산가족재회가 수반할 대규모 인적교류가 자기 사회에 미칠 정치적 파장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우려의식을 불식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바람직함.
- 소수의 수혜자가 아니라 가급적 다수의 수혜자가 발생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음.
- 향후 이산가족 해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광범한 생사확인 작업임.
- 현재 월남자가 월북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을 감안하여 남한에서 올라가는 이산가족의 수와 북한에서 내려오는 이산가족의 수를 부동화(不同化)하는 비대칭적 교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
-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관련해서는 생사확인을 위한 비용을 상대방에게 지불하는 방법을 북측에 제안할 필요가 있음.
- 현재 월남자가 월북자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사확인은 북한당국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북한당국이 생사확인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길은 경제적 이익과 연결시키는 것임. 북에 있는 가족의 생사확인비용은 남측 이산가족이 부담하되 남측 이산가족의 생활이 어려운 경우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함.
***(마)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
- 정부는 금강산 사업이 지니고 있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통한 안보환경 개선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이 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함.
- 북한의 예민한 안보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북한 군부가 이 사업에 어느 정도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즉 금강산 관광사업은 개방에 보수적인 북한 군부가 시장경제와의 교류에서 '얻는 것이 있다'는 경험을 쌓게 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함. 그러나 지금처럼 사업이 표류하는 상황은 북한 군부에게 오히려 개방이 경제적 이익은 별로 없으면서 체제와 안보에 부담만 된다는 식의 반면적(反面的)인 학습효과를 내게 할 수 있음.
- 정부는 이미 금강산 사업의 명맥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지원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됨. 다만 향후 금강산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북측의 이 사업에 대한 태도의 추이와 연결시켜서 추가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금강산 사업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고 긍정적 여론을 확신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함. 특히 군비 전용론과 같은 근거가 약한 주장들에 대항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함.
- 금강산 지역 내 관광기반 시설 확충이 필요함.
***(4) 특별 제언: 국방백서상의 '주적' 표현의 개선 필요**
***(가) 문제의 제기**
- 현재 '주적' 표현에 대해서 ① 북한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라고 해서 그것을 '주적'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와 ② '주적' 표현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른 상황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음.
- '주적' 문제는 개념이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임. 따라서 공식적 국가문서이며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국방백서>에 '주적인 북한'이라는 표현을 명기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 제기됨.
(나) '주적' 표현의 부적절성
- '주적'이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임. 우리의 국어사전에서도 '주적'이라는 용어를 찾을 수 없음. 굳이 '주적(主敵)'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primary enemy' 혹은 'main enemy'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전시에 복수의 적을 상대할 때 제1의 적을 부차적인 적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음. 따라서 비록 정전상태는 지속되고 있으나 실제상의 전시상태가 아니며, 부차적인 적을 규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주적'이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비합리적인 표현임.
- '주적' 은 보편적이지 못한 표현임. 냉전시대에 일부국가에서 '적'표현을 사용한 바 있음. 그러나 탈냉전 후 이 표현은 사라졌으며, 세계 각 나라들은 국방백서에서 대체로 특정국가를 지목하지 않고 '위협요인'으로 명기하고 있음. 북한의 경우도 '주적'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음.
-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비태세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주적' 용어를 빼도 <국방백서>에서의 북한의 위협 강조는 훼손되지 않음.
- 남북관계의 발전을 고려한 북한에 대한 이중적 인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적' 표현을 국가수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현재 북한은 우리에게 '적대적 형제' 혹은 '경계와 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적인 인식으로 다가와 있는 데, 이를 '주적'이라는 표현으로 담아낼 수는 없음.
(다) 해결방향
- 논리적으로 볼때는 '주적'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나, 이 문제는 논리와 합리성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까지 확산되어 있는 상황임.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차라리 논란이 야기되기 전의 <국방백서>의 내용으로 돌아가는 편이 차선의 방법으로 사료됨.
- 즉, <국방백서>창간본인 1988年본(本)부터 <국방백서 1992~1993>에는 국방목표를 "적의 무력침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 지역적인 안정과 평화에 기여한다"(16쪽)로 규정하고 있음. 이 경우 적이라는 표현은 살아있으나, 적이 누구인가는 내면적으로 규정할 수 있어도, 외형적으로는 익명성을 갖게되므로 현실적인 국민정서와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양자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됨.
***토론 요지**
***1. 제성호 중앙대 교수**
○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반도에서 고조된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의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 사항의 대부분이 기존 합의의 재판에 지나지 않음. 새로운 것이 있다면 동해선의 연결에 대한 합의
- 새로운 합의를 생산하는 것이 곧 남북관계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실천으로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 북측이 합의사항의 이행을 연기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지원을 맞바꾸려 할 경우 또 다시 ‘퍼주기’ 논란이 제기되어 남북관계가 난항을 겪을 수 있으므로 이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
○ 동해선 연결의 경우 북측이 TSR과 관련된 러시아의 요구, TCR과 TSR의 경쟁관계를 고려하여 제시한 것으로 추측되며, 따라서 다자간 경제협력사업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 현 정부로서는 남은 임기 동안 이산가족과 경의선 복원 문제만 해결해도 큰 성과
○ 북ㆍ미 관계의 경우 북한이 회담에는 응하되 근본적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 북한은 버티기 작전을 통해 부시 정권의 교체를 기다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수로 2기를 지어줄 의사가 없음. 따라서 화력발전소 지원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
○ ‘주적’ 표현의 대체에 대해 동의. ‘안보위협세력’과 같은 표현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
***2.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향후 남북관계는 대화와 왕래가 관계의 축으로 작용하면서 한동안 분위기 개선에 집중될 것임.
- 경제협력 사안들은 중장기 목표이자 과제일 뿐 남북관계 개선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기에는 정치ㆍ군사ㆍ재원 문제가 너무 크게 걸려 있음.
○ 이번 사태 해결에서 핵심은 평화적 분위기 조성인 만큼 민간급을 포함한 왕래가 주를 이룰 것임.
- 북측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남한 내 평화분위기 고조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많은 민간인들(이산가족 포함)을 초청하는 왕래공세를 펼 것임.
- 이는 아리랑축제와도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음.
○ 남북한, 중ㆍ러의 경제협력 논의가 시작될 것임.
- 경의선 : 중국ㆍ북ㆍ남
- 경원선 : 러ㆍ북ㆍ남
- 경제재건 프로그램 작성을 위한 논의 등
○ 북한체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어떠한 대화나 협력이라도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으므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합의이행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
- 무엇을 하자라는 식의 합의보다는 이행을 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음.
○ 남북관계에서 실질적 권력기관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 예를 들어 우리측의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북한 국방위원회간의 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3.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 정책결정과정의 특성을 고려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자주 대면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의 확보가 필요
- 정상회담 이후 많은 합의사항들이 예정대로 실현되지 못한 데에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국제환경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 권한의 과도한 집중으로 실무 관료들의 협상권한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였음.
○ 개성공단을 노동집약분야의 산업공단이 아니라, 환경ㆍ관광지식ㆍ산업협력단지로 성격을 전환할 필요성이 있음.
- 개성공단이 산업공단으로 개발되기 어려운 이유는 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수출기지로서의 효과가 적고, ② 북한측의 정책변화(금융, 노동관리정책 등 경제개혁)가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투자 환경 조성에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③ 공단의 경제효과를 명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프라 투자의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임.
- 따라서 초기 투자를 최소화하고 북한의 정책변화 한계 및 국제환경을 고려한 실용주의적 개성개발 전략이 요구되고 있음.
- 경의선 연결 이후 ① 우선적으로 개성지역에 관광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원(문화재 개ㆍ보수를 위한 공동조사 및 개선) 및 관광 편의사업(숙박 등)을 중심으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② 환경친화적 산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공동연구단지 및 위탁가공 협력을 추진하며, ③ 북한의 IT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단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
○ 북한 경제시찰단의 남한 방문을 계기로 북한경제 현대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
***4.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은 1999년부터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는 2001년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에 대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반론에도 분명히 드러나 있음.
- 2000년에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미국의 대북 제공 중유 50만 톤과 2003년부터 제공하기로 되어 있던 200만kw 전력과의 가격 차이를 중유로 환산해서 계산한 결과 연간 2.5억~3억 달러 정도가 나왔음.
- 이 부분은 상당한 정도의 금액 요구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비한 적극적 방책 수립이 요망됨.
○ 북ㆍ미 관계는 의제설정 과정에서 상당한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음. 그러나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오히려 위기 속에서 관계개선이 진척될 수도 있을 것임.
○ 경의선 복원공사의 경우 군사실무회담이나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군사보장합의서가 서명, 발효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음.
- 북한으로서는 ‘주적론’과 관련하여 5월에 발간되는 국방백서의 내용을 보고 나서 군사보장합의서의 서명 및 발효 방법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음.
○ ‘주적’ 개념 문제를 남북군사당국자간 회담을 열어 합의하는 것도 한 방안이지만, 그 경우 북측에 끌려 다닌다거나 후속적 군사조치가 급진적일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할 수 있음.
- 주적 개념은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국방백서>에서 삭제하면 될 것이며, 다만 국방부의 입장을 고려하여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권고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임.
***5.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 이번 특사회담 후 정부는 그 결과를 적극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임.
- 회담 결과를 가능한 한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태도는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 특히 임 특사가 귀환 직후인 7일(일요일)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초청해 회담 내용을 상세히 브리핑한 것은 진일보한 자세였다고 평가할 수 있음.
- 초당파적인 협력이 필요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이처럼 주요 국면에서 정부가 백그라운드 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을 통해 협조를 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봄.
○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특사회담을 전후한 정부의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임. 단적으로 말해 현 정부 및 집권층이 안보위기를 올해 말 선거에서 활용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임. 그 구체적인 논리는 다음과 같음.
- 그 동안 안보위기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던 정부가 3월 말 임동원 특보를 통해 갑자기 ‘2003년 안보위기설’을 제기하고 뒤이어 특사 방북 발표가 나왔음.
-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이 더욱 강경하게 바뀐 상황에서 북한이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체결할 때와 같은 벼랑끝 전술을 다시 구사할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임.
- 따라서 정부의 안보 위기설 제기는 올 하반기 대선에서 정부의 안보 위기 대처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임.
○ 북ㆍ미 간에 한국의 중재자 역할은 현재의 한ㆍ미관계 상황에서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음. 대미 협력관계를 강화할 특단의 노력이 필요
***이종석 연구위원 답변 요지**
○ “미국은 북한이 경수로 2기를 갖게 될 경우, 북한에게 레버리지가 생기게 되기 때문에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음.
- 그런데 북한의 현재 발전 능력은 수치상 700만kw 정도 되는데, 실제 생산량은 200만kw 정도임. 따라서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어도 400만kw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북한의 전력난은 여전히 해결이 안 됨.
- 더욱이 경수로가 완공되어도 다시 상당한 비용이 드는 송배전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 등 서방에게 레버리지가 있는 사항임. 따라서 미국은 핵동결 대신에 북한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는 것을 전략적 관점에서 꺼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료됨.
○ 북한이 '악의 축' 발언 이후 정세에 대해서 우리가 추측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음.
- 그런데 북한사회 구성원들이 정세를 바라보는 인식에는 다층성이 있음. 즉, 거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최고지도자 김정일과 그가 만든 공식교의에 충실해야 하는 간부집단, 그리고 그것을 암송해야 하는 주민들 사이에는 많은 경우 정세인식에서 단절 혹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
- 실제 김정일이 현 정세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은 여러 정황으로 파악이 가능함. 특히 북한이 이번 특사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회담의제로 “민족 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라는 표현을 이례적으로 사용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고 봄.
○ 김연철 박사가 지적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 따라서 이 문제는 서두를 사항이 아니라고 봄. 다만 최근 영종도 인근지역에 대한 경제개발 특구 지정발표가 있었는데, 이 구상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함.
○ 발제문에서 북한이 상황의 불가피성으로 인해서 남북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했으며, 이를 그들의 대남관계 개선 의지로 표현하였음.
- 그리고 “주적” 표현 개선 문제는 이것이 해결되면 남북군사관계가 다 잘된다는 뜻은 아님. 오히려 우리 안보의 합리적 운용을 위해서 그것이 필요하며, 남북관계개선에도 그것이 일정하게 역할을 하리라고 보는 것임.
○ ‘2003년 안보위기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시각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
- ‘2003년 안보위기론’은 이미 작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얘기되어 왔던 것임. 그런데 올해 초 들어와서 1월말에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있고, 다시 미국의 ‘핵 태세 보고서’가 공개되고, 나아가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핵동결 인증을 유예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면서 논의가 본격화된 것임.
- 최근 아미티지 미 국무 부장관이 중동으로 미사일을 수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상선을 공해상에서 미군함이 강제 검색할 수 있다는 발언도 이런 우려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봄.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