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와 한류(漢流)의 교류 속에 깊어가는 한중관계에 대해 드디어 미국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력지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19일 최근 한중간 경제ㆍ문화 교류의 심화 양상을 전하면서 이같은 한중교류가 동북아 안보의 역학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이런 우호적인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서울은 베이징과의 관계를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당분간은 한중관계가 더 돈독해진다고 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의 굳건한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중 국제관계 보도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가 이같은 분석을 내린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이 기사('漢流에 반한 한국인들': South Koreans fall for all things Chinese)의 주요 내용.
대학생 황지수씨(서강대)는 한국의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두각을 나타낼 궁리를 하고 있다. 졸업 후 PR 회사나 마케팅 회사에 뜻을 두고있는 그는 최근 서울에 있는 어학원의 중국어 강좌에 등록을 했다. 그는 "지금 중국어를 공부하면 나중에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영어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중국어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관계를 수립, 수십 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한 지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과 이웃 공산국가 중국간에는 문화 유대가 꽃피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런 우호적인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서울은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에서 이를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하용출 교수(외교학)는 한국인들이 중국적인 모든 것에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문화관계 정상화의 조짐이라고 말했다. 냉전 이전 양국 사이에는 수 세기동안 문화관계가 존재했었다. 그는 "우리는 전통적으로 중국에 매혹되어 있었으나 냉전으로 중단되었다. 그게 잘못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조류는 최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8년 하계 올림픽 개최 그리고 오랫동안 두려워하면서도 동경해온 이웃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으로 급류를 타고 있다. 청운의 뜻을 품은 학생들은 해외의 중국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중국 내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중국도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현재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국의 팝 문화는 중국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열광적인 중국인 팬들이 한국 가수들의 뒤를 따라 다닌다. 다만 해적판 CD의 범람으로 한국 가수들이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
양국은 이밖에도 금년에 여러 가지 교류를 할 계획이다. 한일 공동 주최의 월드컵과 관련한 행사가 있고 8월에는 수교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월드컵 기간 중 중국 국가 대표팀은 1차 경기를 모두 한국에서 갖는다. 이 경기는 한국인은 물론 약 1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무역국이며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현대 자동차는 아직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몇 안 되는 한국 대기업의 하나이다. 수입 쿼터와 높은 관세 장벽에 걸려 현대는 2001년 겨우 2천5백대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현대는 최근 베이징 부근의 합작공장에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베이징 자동차산업지주회사와 공동으로 운영된다. "중국은 현대 자동차의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며 우리는 앞으로 수년간 이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현대의 대변인 제이크 장은 말했다.
한중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은 동북아 안보 역학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시 말해 서울은 베이징과의 관계를 이용, 워싱턴 및 도쿄와의 관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한중관계가 더 돈독해진다고 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의 굳건한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의 잠재적 모험주의에 저지력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에 3만7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또한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한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아시아에서 동맹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관측통들은 말한다. 그리고 전통 문화와 팝 문화에서 양국은 같은 문화적 인연을 공유하고 있다. 이 점은 중국에 반한 사람들도 중국인들과 함께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대목이다.
한중 외교 교류는 최근 수년간 현저히 증가했다고 하 교수는 말한다. 그는 한중관계가 얼마나 신속히 발전하느냐하는 데는 "지역적, 구조적 안보 수준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강대의 황지수씨가 고려 차이나 센터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데 대해 이 학원의 지배인 리영준씨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학원은 금년 중 수강생이 7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중요한 일은 결국 중국에서 일어난다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중국의 미래에 더 흥분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