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26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한 비난 이외에 아무런 실질적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부터라도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크리스토프는 '악마들과 악의 도끼들(Devils and Evil Axes)' 제하의 칼럼에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와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 재일동포 군사전략가이며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자처하는 김명식씨 등의 말을 빌어 미국이 현재와 같은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지난 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될 것이며 이르면 올 가을 한반도에 전쟁 발발 등 심각한 위기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해 11월부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의 홍콩ㆍ베이징ㆍ도쿄 지국장 등을 역임한 아시아통 전문기자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
지난 주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는 '악'이 따라다녔다. 백악관이 후퇴하여 사실상 ‘악의 축’을 ‘말썽꾼의 동맹’으로 격하시키고 있는데도 부시는 (“악마의 제국”을 다스리는 “도덕적 타락자”라고) 맹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필자는 솔직하려는 부시의 욕구에 공감이 가고, 그의 말이 옳다. 북한은 스탈린이 부러워할 정도로 버릇이 나쁘다. 사실, 아시아 순방 내내 부시가 솔직하지만 예의 바르게 한 말은 참신했다.
진짜 문제는 솔직함이 아니었다. 문제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 대사가 말한 '비난 정책' 이상의 대북 정책이 우리에게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악’에 대한 이야기에 의해 위험한 현실이 가려져 왔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를 방치하고 있다. 빠르면 올 가을에 그런 상황이 닥쳐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런 말을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문제는 이렇다. 1994년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온 '기본 합의'가 붕괴되고 있는 인상이다. 이 합의는 북한이 발전용 경수로 2기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했다. 북미 양측의 불안감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 합의는 사문화 된 것 같다.
“언젠가 어떤 어른이 방 구석에 있는 코끼리를 쳐다보게 되어 말하길 ‘맞춰봐, 이 경수로는 완성되지 못할 거야’”라는 식으로 미국기업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설명한다. 결론은 “기본 합의”가 서로 비난하는 가운데 무너져 북한 수뇌부는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것이고 우리는 그러지 말라고 엄중 경고할 것이나 여하튼 북한은 강행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정치학)는 “북한은 경수로가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핵 프로그램이 재가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비공식 북한 대변인인 김명철은 올 후반기에 위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재가동, 미사일 실험 재개 등의 방법으로 핵 합의 무산에 대응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북한은 대포와 미사일을 이용, 한일 양국을 공격하고 미국에 핵 탄두를 발사할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말한다. (북한은 조준이 나빠 실수로 캐나다를 공격할지 모르나 알래스카까지 소형 탄두를 보낼 능력은 갖고 있을 것이다.) “북한 인민은 미국과 핵 전쟁을 한 최초의 국가가 되어 자랑스럽게 죽을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즐겁게 말한다.
그는 미국이 물러서리라 확신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북한은 헤비급 챔피언 미국을 죽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미국의 수족 하나를 못쓰게 만들 수는 있기 때문에 헤비급 챔피언은 싸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북한의 논리다”고 김 대변인은 말했다.
아이쿠야. 이 논리에는 결함이 있다고 보지만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벼랑끝 전술에 맛들여져 있어 위기를 피하려면 많은 외교가 필요할 것이다. 호칭이 아닌 진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필자가 보기에 유일한 현실적 방안은 대북 포용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은 이미 다른 아시아 공산 정권을 길들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1972년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실질적인 고위급 대화를 제의할 용기를 보여줌으로써 시작됐다.
지난 한 주 동안 부시를 위시한 당국자들은 대북 대화 재개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나 북한이 합의한다 해도 우리에게는 할 말이 없을 것이 확실하다. 레이니 대사는 “우리가 아무 (실질적) 제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우리 정책이 김정일에게 희생양을 마련해 주어 유해한 정권을 강화해 주고 파국적 전쟁 위험을 높이는 꼴이 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악의 도끼’에 관한 엉성한 이야기보다 훨씬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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