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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북협상 재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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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대북협상 재개하라

미 커밍스 교수, 부시의 대북정책 비판

미국 학자 중 한반도문제에 가장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시카고대ㆍ역사학)는 최근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지리멸렬 상태가 됐다고 비판하면서 이제라도 북미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커밍스 교수는 지난 15일 미국의 외교관련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F)에 기고한 칼럼에서 북한은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대미 관계 정상화 및 미국의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능력의 현저한 제한을 받아들일 용의를 보였다면서 이제라도 미국의 국익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북미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

부시정권이 발족한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일관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과 지금까지 2번 만났지만 북한은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에 속한다.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 연두연설에서도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파월 국무장관은 북미협상의 재개를 얘기하는 등 미국 외교에는 모순이 있다.

과거 10년간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원자로 건설 중단 등을 포함한 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99년의 페리보고서 발표,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및 북미간에는 관계개선이 착실하게 진전돼 왔다.

비판론자들은 북한이 이같은 변화에 대응해 스스로 변화하거나 포기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킴으로써 원자력 발전에의 막대한 투자를 상실했다. 또 2000년 1월부터 북한의 김정일은 기존의 외교노선을 바꿔 유럽연합 및 영연방 소속의 많은 국가들도 정식 국교를 맺었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자 우방국들이다.

한편 지난 해 6월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오는 2003년까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북한은 또한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몇몇 국제협약에 가입하기도 했다.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 지난 99년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 재정립, 북한의 새로운 외교자세 등은 모두 북한의 가장 위험스런 무기인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중대한 협상의 터를 닦아 왔다.

북한은 사거리 3백 마일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 배치, 대외판매하지 않겠다는 용의를 보였다. 미국측 협상실무자들은 만일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북한을 방문했더라면 북한은 미사일통제기구(MTCR)에도 가입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이 MTCR에 가입하게 되면 사거리 1백80 마일 이상의 모든 미사일이 이 기구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아마도 수년에 걸쳐 북한측에 10억 달러 상당의 식량원조를 했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기본적으로 외화벌이의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그대로 방치하기보다는 돈을 주고 사는 편이 훨씬 값싸고 득이 되는 길임이 분명하다.

지난 2000년 11월의 수주일 동안 클린턴 대통령은 평양 방문 준비를 마친 채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후에 회고했듯이 (미 대선과 관련) "헌정상의 중대 위기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을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연방 대법원의 개입으로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북한에의 포용정책으로 복귀한다면 늦은 것은 아니다. 서울과 워싱턴이 대북 포용정책에 나선 것은 다음 두 가지 핵심적인 현실정치적 판단(realpolitik assumptions)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판단을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 하나는 냉전 종식 이후에도 북한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북한이 궁지에 몰린다면 파멸적인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은 있는 그대로 상대해야지, 외부세력의 소망을 투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의 많은 고위 관리들은 워싱턴이 남북한 사이에서 '정직한 중개인'의 역할을 한다는 전제조건하에서 북한은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됐는데 이는 올바른 추측으로 생각된다(김대중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일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이러한 새로운 외교는 기존 동북아 질서 속에서 남북화해를 이루려는 최초의 진지한 시도이다. 이는 또한 한반도 통일 후에도 안보공약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보장하는 길이며(지난 1998년 윌리엄 코언 당시 미 국방장관은 한반도 통일 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간의 세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의 동시다발 테러 이후 부시정권은 반테러에의 전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은 허점투성이다. 9.11테러 직후 북한은 테러를 비판하고 미국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또 묵한은 불량국가의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반테러의 각종 조약에 서명하려 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하려 한다는 적극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주목되지 않았다.

파월씨는 95년 당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폐허가 될 때까지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현재는 국무장관으로서 북한과의 미사일 교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백악관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교섭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북미협의가 재개되고 남북화해의 희망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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