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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PR비 실태를 해부한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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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PR비 실태를 해부한다 <上>

공급과잉이 빚은 비리

"안 받으면 그만인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PD들이 문제다."

"PR비 등의 손쉬운 방법으로 대박을 터뜨리려는 매니저들이 먼저 반성하고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가수들이 앨범홍보를 위해 제공하는 금품, 즉 PR비가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독버섯이라는 인식은 같으나 해결 방법은 다르다. 음악전문 케이블 PD는 'PD가 문제'라고 하고 음반기획사 대표는 '매니저가 문제'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먼저 나서서 원칙을 지키면 해결될 수 있다고 하지만 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난제이기도 하다.

지난 1월 2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인기와 PR비'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하면서 불거진 PR비 사태는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문화연대)가 지난 4일 관련 제보내용을 검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촉구함에 따라 이제 수사 대상으로 비화됐다.

문화연대가 검찰에 제출한 가수들의 PR비 실태자료는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의 PD 각 2명씩과 스포츠신문 기자 2명 등 모두 8명에 관한 것으로 금품제공이나 여행알선, 주식제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연대는 PR비의 반대급부로 음악프로그램 출연, 오락프로그램 출연, 뮤직비디오 방영, 홍보성 기사 작성, 회사전체 홍보 등이 이루어진다며 "수사의뢰 내용이 전적으로 제보자에 의존한 것이라 피고발자와 제보자를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PR비는 어떤 형태로 수수되고 있는지, 왜 존재하는지, 대중문화 발전에 끼치는 폐해는 어떠한지, PR비 관행을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방송사 PD들과 중소 음반기획사 사장과 매니저들, 가수지망생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간사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가수지망생중 스타는 0.01%도 안돼**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가수지망생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매주 토요일 공개오디션을 실시하는 대형기획사 A기획에는 오디션 때마다 수백명의 지망생이 몰리고 있으며 6일 공개오디션을 주최한 B엔터테인먼트에도 수백명의 지원자가 쇄도했다.

중소 규모의 음반기획사 오디션에 참여하는 가수지망생들까지 합칠 경우 지원자 수는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의 포털사이트에는 스타지망생을 위한 동호회 등이 성행중이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다고 해도 바로 음반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사의 자체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2% 정도만이 가수 등용문의 길을 통과하게 된다. 어렵게 가수가 되더라도 음반이 많이 팔려 소위 스타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확률은 그 중 10% 미만이다.

방송 3사의 TV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나 그룹의 수는 몇십명 이하로 제한된 상태. 방송출연에 가수 생명을 걸고 있는 가수는 수천명.

스타급 가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기획사의 출연독점권까지 겹쳐 일반 가수들의 방송출연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가수로서의 실력을 검증받고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PD나 방송사의 선택에 의해 스타로 키워진다. 그래서 PR비가 필요해진다.

***가수 데뷔비용 5, 6억원중 절반이 PR비**

솔로가수 2명과 3인조 혼성그룹 한 팀을 데리고 앨범작업 중인 작곡가 이상훈씨(28, 가명). 이씨는 대박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성공한 가요와 음반도 몇 개 있다.

이씨는 PR비에 관한 MBC <시사매거진2580>의 보도 내용이 예능 PD들의 반박처럼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라고 한다. 이씨는 "가요계에 분명히 PR비가 있다"고 말한다. 그 규모도 음반작업에 드는 돈을 상회한다고 한다.

"요즘 가요계가 불황이다. IMF 이전에는 하루에 20장씩 새 앨범이 나왔는데 지금은 하루 2, 3장에 불과하다. 앨범도 20, 30만장만 나가면 대성공이다.
스타를 꿈꾸는 신인가수는 항상 넘친다. 내가 직접 클럽을 돌며 신인 가수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기획사에서 데리고 오기도 하지만 내 연습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를 듣고 찾아온 경우가 더 많다."
이씨가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모 기획사 오디션에는 하룻동안 무려 5백명이 몰려들었다.

"신인가수가 데뷔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5, 6억원 정도이다.
먼저 앨범제작에 드는 비용이 최소 1억원 내외. 일반적으로 10곡 정도를 수록하려면 작곡비용에 5천만원 정도가 든다. 히트 가능성이 높은 유명 작곡가의 곡은 곡당 1천만원이다.
다음 녹음, 믹싱 등 기술 부분에 들어가는 비용은 3천만원. 좋은 음질 등 효과를 높이고자 미국 등 해외에서 작업하면 비용은 훨씬 올라간다.
추가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 최소 3천만원 정도가 더 소요된다. 유명감독에게 찍을 경우 5천만원까지 올라간다."

이씨는 이러한 순수 제작비용을 제외한 나머지가 현재 문제되고 있는 PR비라고 말한다. "이 비용이 2, 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광고 이벤트 등 공개적인 홍보비는 물론 접대나 금품수수와 같은 비공식적인 비용이 포함된다". PR비에 대해 이씨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준다.

"음성적인 PR비는 PR매니저를 통해 PD들에게 전달된다. 직접 돈을 찔러주기도 하지만 접대나 향응을 많이 하며 한번 접대에 3백만원에서 5백만원을 쓴다. PD뿐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 작가도 PR대상이며 돈은 전부 기획사에서 부담한다.

PR매니저는 PD와 기획사를 연결시켜주는 중개인이다. PR을 잘하면 PR매니저가 많은 몫을 직접 챙기게 된다.'말빨'이 얼마나 좋은지, '발'이 얼마나 넓은지가 PR매니저의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PR매니저는 PD 잔심부름도 해주고 담뱃불도 붙여주고 별짓 다한다. 이런 식으로라도 홍보를 잘 해야 가수가 방송에 나오게 된다."

그는 중소 신생 기획사일수록 이런 PR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S기획, G기획 등 이미 가요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기획사는 오히려 PR비가 적게 든다고 한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스타를 필요로 하는 방송사가 오히려 스타들을 보유한 몇몇 대형 기획사에게는 저자세이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군소 기획사의 진입로를 좁히고 있다.

이씨는 "<시사매거진 2580>에 나온 가수 시후의 예는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가수가 직접 PR비를 건네거나 거리홍보에 나서는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가수, 기획사, PR매니저, PD로 이어지는 라인이 확실하기 때문에 PR비는 기획사의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가수의 문제는 PR비가 아니라 기획사와의 불공정한 계약관행이라고 말한다.

"가수는 기획사를 잘 만나야 한다. 사실 PR비처럼 가수를 위해 기획사가 들이는 비용은 크다. 그래서 가수가 기획사에 계약 때부터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 앨범판매수익을 나누는 비율부터 9대 1이거나 가수에게 주는 인세는 앨범 한 장당 수십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번 계약 때 무조건 10년 등 장기계약을 선호한다. 계약을 깰 경우 위약금도 엄청나 계약금의 열 배, 백 배, 심지어는 처음부터 들인 비용 모두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음악적 방향이 달라서 소속을 바꾸겠다는 식의 요청이 통할 리 없다. 또 '품행이 불량할 시 계약을 파기한다'는 식의 모호한 조항도 많다."

"우리나라가 앨범제작에 들이는 돈은 외국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반면 홍보에 들어가는 비용은 너무 많다.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쓰이고 있어 문제다. 가수의 활동범위가 방송 프로그램과 행사 출연 등으로 제한돼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이씨의 푸념은 계속된다. "방송을 타지 않고 직접 팬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무대공연을 기획해도 손해만 난다. 대관료도 비싸고 사람 끌어 모으기도 쉽지 않다. 반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노래를 아예 안하고 개인기만 잘해도 가수로 뜬다.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어도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 기획사와 매니저를 잘 만나 방송국에 줄이 닿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과도한 PR비 같은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음악은 없고 쇼만 남아**

인디음악 기획사인 쿠조엔터테인먼트의 김재준 사장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는 노래실력에 승부를 걸며 음반수익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를 통한 인지도, 광고계약 등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비슷한 댄스가수들을 양성해내는 스타제조기 역할을 기획사가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사장은 "지금 인기있는 모 가요그룹은 기획사가 2년간 가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느라 식사시간도 아껴 주로 라면과 초코파이만으로 끼니를 때우게 했고 일단 상품으로 만든 뒤에는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온갖 홍보를 했다는 이야기가 그저 소문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간 규모 기획사에서 가수지망생들의 보컬훈련과 개인레슨을 담당하는 J씨는 "가수지망생 대부분은 중3년생이나 고1년생 정도의 청소년"이라며 "오디션까지는 지원자가 사비를 털어 준비하지만 일단 오디션에 합격하면 기획사가 비용을 들여 춤과 노래를 훈련시킨다"고 한다.

J씨는 "이들 중에서 음반을 낼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갈리며 가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그친다"며 "몇 번이나 오디션에 떨어지고도 계속 도전하는 지망생을 보면 '아예 포기하고 공부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J씨는 기획사와 가수지망생과의 관계에 대해 "지원자들의 나이가 어린 탓에 가수가 되겠다는 꿈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음반을 내려고 준비를 하다가도 안되겠다 싶으면 어느 순간이라도 중단해버리는 시스템이므로 가수지망자들은 기획사들의 요구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기획사는 좁은 사무실 하나에 간판만 내걸고 지원자로부터 오디션과 트레이닝 비를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비정상적인 스타탄생 시스템 때문에 방송사와 PD는 가수와 앨범을 통해 '대박'을 기대하는 기획사나 매니저로부터 금품이나 접대를 받고 기획사나 매니저는 또 스타를 꿈꾸는 수 많은 가수지망생들을 선택하고 키워주는 위치에 있다보니 PR비라는 고리를 둘러싼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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