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포르투 알레그레의 반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포르투 알레그레의 반란

오늘부터 브라질서 제2차 세계사회포럼

오늘부터 브라질의 해변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제2회 세계사회포럼이 열린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맞서 지난 해부터 시작된 이 포럼에는 전세계의 노동자ㆍ농민ㆍ도시빈민 대표들이 모여 초국적기업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저지하고 극복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세계사회포럼의 주도자 중 하나이며 '포커스 언 글로벌 사우스'라는 시민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아시아 민중운동을 이끌고 있는 월든 벨로 교수(필리핀대)의 글을 통해 세계사회포럼의 의미를 짚어 본다. 편집자

올해 2번째 세계사회포럼(WSF)이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레는 사실 제3세계형 도시는 아니다. 브라질에서 가장 부유한 주중의 하나인 히우 그란지 두 술 주에 위치하며 주민 대부분이 유럽계인 이 도시의 산업기반 및 사회복지시설 수준은 선진국 도시를 뺨친다. 실제로 인구 1백20만의 포르투 알레그레는 브라질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 중의 하나다.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연속으로 세계 사회 포럼을 개최하며 기업 주도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 시민운동의 정신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구호 아래 오늘부터 2월 4일까지 7만여명의 전세계 시민운동가들이 이 항구도시로 몰려올 것이다. 이 숫자는 지난 해의 거의 여섯 배에 이른다.

인도의 어부, 동아프리카의 농사꾼, 태국의 노동조합원, 중남미의 인디언 원주민 등이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그들의 주장을 펼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의 시민운동가들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또한 기업주도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다양한 운동을 대변하는 유명인사들도 자리를 빛낼 것이다. 행동하는 양심 노엄 촘스키,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반다나 시바, 캐나다 민중주의자 모데 발로, 이집트의 지성 사미르 아민 등이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대항**

세계사회포럼은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매년 열려온 세계 경제 포럼(WEF)에 대항해 생겼다.

이 포럼은 포르투 알레그레와 히우 그란지 두 술 주를 장악하고 있는 브라질 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이 처음 제안하고, 프랑스의 르 몽드 디플로마티끄와 아탁(Attac : 국제 금융 거래의 과세를 추진하는 범유럽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국제적인 지원을 받았다.

또한 노비브(Novib; 세계의 균형적 발전과 협력을 위한 네덜란드 시민단체)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와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지난 해, 첫 번째 세계 사회 포럼이 당당하게 열리게 됐다.

지난 해 세계 사회 포럼과 세계 경제 포럼은 같은 기간에 열렸다. 당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측 대표들이 벌인 TV 논쟁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의해 ‘두 행성간의 충돌’로 묘사된 바 있다. 세계의 최고의 부유층과 대다수 빈민 대중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결은 아르헨티나 인권단체 ‘5월광장’의 대표 헤베 드 보나피니가 대서양 건너편의 금융가 조지 소로스에게 “소로스씨, 당신은 위선자야.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알기나 해”라고 일갈했던 장면이다.

이 대결 이후 세계 사회 포럼의 주가는 계속 올라간 반면 세계 경제 포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사회 포럼의 토론자 중 한 명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들에 대한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세계 경제 포럼은 수세에 몰렸으며, 스위스 정부가 회의장소인 다보스의 안전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고 발을 빼는 바람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 경제 포럼의 전통적 회의 장소였던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올해에는 미국 뉴욕으로 옮길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 세계경제포럼 기간 동안 스위스 정부는 2차대전 이후 최대의 보안작전을 펼쳐야 했다. 또한 이로 인해 스위스 국내의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세계경제포럼은 2002년 뉴욕에서 열린다. 다보스로 다시 옮길지는 불확실하다. 세계 경제포럼의 매력은 알프스의 조용한 휴양지에서 느끼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그게 사라진다면 세계 경제 포럼의 존재도 잊혀지게 될 것이다.

올해 세계 사회 포럼의 핵심은 나흘동안 네 가지 주제로 열리는 26차례의 총회이다. “부의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 “부의 증대와 지속적인 발전”, “시민 사회와 공공의 영역”, “정치력과 새로운 사회의 윤리”가 네 개의 주제다.

이 주제로 또한 많은 세미나가 열릴 것이다. 최빈국 외채 탕감을 요구하는 국제 시민단체 주빌리 사우스(Jubilee South)가 이를 위한 국제 민간 법정을 개최하며, 5천여회의 워크샾도 개최된다. 세계사회포럼의 핵심 세력인 브라질의 노동자중앙연맹(CUT; Central Union of Workers)와 ‘토지 없는 자들의 운동’(MST; the Movement of the Landless)이 주도하는 노동자, 농민의 행진과 데모도 계획돼 있다.

***격동의 2001년**

떠들썩한 한 해가 지나고 포르투 알레그레에는 전세계의 반체제 세력들이 집결한다. 지난 해 반세계화 운동의 정점은 7월 셋째 주 제노바에서 열린 G-8(8개국 정상회담)에서의 시위였다. 30만의 시위대가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맞섰다. 충돌 과정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었고, 언론들은 앞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선진국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캐나다에서 열릴 G-8의 회담 장소는 록키산맥 깊숙한 곳에 있는 한적한 스키 리조트이다. 이는 선진국 정상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시위 군중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침없이 용솟음치던 반세계화 운동의 큰 파도는 지난 해 9월 11일 일단 멈춰섰다. 9.11 테러가 반세계화 운동에 찬 물을 끼얹은 것이다. 세계화와 반세계화 세력간의 다음 충돌장소는 지난 9월 하순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장이 되어야 했다.

약 5만명의 시위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겁을 집어먹은 주최측은 9.11 테러를 빌미로 회의 자체를 취소했다. 투쟁의 대상도 사라진 데다 9.11 테러에 따른 미국내 분위기를 감안한 반세계화 운동가들은 항의집회를 취소하고 평화행진으로 대신했다.

기존 체제의 주도세력들은 9월 11일을 기점으로 정통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들은 11월 중순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4차 각료회담에서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제한적 새 무역라운드 협상을 시작하자는 선언문에 동참할 것을 강요했다.

제3세계 정부는 선진국들로부터 무역 자유화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테러 이후 세계경제 침체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압력을 받았다.

또 이 절호의 기회를 틈타 WTO 사무국과 카타르 왕실은 WTO 회담에 참가할 NGO의 숫자를 약 60개로 제한했다. 지난 2000년 시애틀 WTO 회담 당시, 저 유명한 쉐라톤 컨벤션 센터에서의 ‘개발도상국의 반란’이 재연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도하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개발도상국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사태 역전**

세계 사회 포럼이 지난 해 11월이나 12월에 열렸다면 그 분위기는 지금과 전혀 달랐을 것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킨 승리에 한껏 도취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 워싱턴에는 두 번의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엔론의 도산과 아르헨티나 경제의 파탄이 그것이다.

엔론은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이른바 ‘신경제’가 탈규제와 부패의 혼합물에 지나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엔론의 도산은 세계 경제가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으로 빠져드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도저히 갚아낼 수 없는 1천4백억 달러의 외채, 산업기반의 붕괴, 그리고 매일 2천명의 시민이 절대빈곤선 이하로 전락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현실은 시장을 자유화하고 경제를 개방하라는 신자유주의적 교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경고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이 열리기 직전에 발생한 이 두 개의 재난은 9.11 이전 세계의 지배엘리트들이 직면했던 정통성의 위기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포르투 알레그레의 세계사회포럼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과 단결 아래 세계화 세력에 반기를 드는 완벽한 장이자 순간이 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