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아주 새롭게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진 않지만 바로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1913-2001) 화백의 대작 ‘예수의 일생’이다.
운보는 6.25전란 당시 1.4후퇴로 처가가 있는 군산으로 피난갔다.처가의 창고 하나를 방으로 개조해 3년간 피난살이를 했다. 그때 군산비행장에 근무하는 미군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당시 어떤 큰 영감이 그를 사로잡았으리라. 그 곤궁한 시절 운보는 ‘예수의 일생’이란 대업을 완성했다. 어려서부터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예수와 당시 등장인물, 배경을 모두 한국인과 한국 복식, 배경으로 바꾸어서 성경의 내용에 따라 29점을 그렸다.
운보는 서울에 올라와 1954년 4월 임시로 꾸민 화신백화점 5층 화랑에서 성화전(聖畵展)을 열어 이 작품들을 처음 선보였는데 그 독특한 ‘한국화’ 작업이 신선한 화제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그후 한 독일신부가 예수의 부활 장면이 빠졌다며 1점을 더 그리기를 권해 ‘예수의 일생’은 30점이 됐다고 한다.
인물 표현이 능란하고 분위기 묘사의 회화적 성과가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운보의 ‘예수의 일생’은 그후 70년대 일부가 전시된 적이 있으나 모든 작품이 한 자리에 보여진 적은 없다는게 미술계 인사들의 회고다.
지금은 사정상 어느 깊은 수장고에 보관돼있는 이 작품들을 프레시안이 2001년 성탄절을 맞아 월간 'art'(대표 이규일)의 협조를 받아 감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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