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쟁의 조기 승리에 고무된 미 부시행정부의 테러전쟁 확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의 옵서버는 2일 부시행정부가 이라크내 반대파에 대한 무기지원 등을 통해 사담 후세인 축출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미 미 중앙정보국(CIA) 및 고위 군 사령관들에게 이라크에 대한 군사작전 계획 수립을 명령했으며 미국의 군사작전은 수개월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옵서버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작전은 미군 폭격기가 이라크의 주요 군사시설을 폭격하는 한편 이라크 남부와 북부의 반대파로 하여금 단계적으로 이라크군을 공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미 지상군 투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의 이라크 군사작전은 현재 미국의 아프간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 중앙사령부의 토미 프랭크스 사령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은 9.11사태 직후 폴 월포비츠 현 국무부 부장관의 청에 의해 런던을 방문, 영국에 망명중인 이라크의 반후세인 세력들과 미국 지원하의 무장봉기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반군, 수도 바그다드 인근의 수니파 이슬람 세력, 그리고 남부에 있는 시아파 이슬람 세력들을 잠재적 동맹세력으로 보고 있다. 옵서버는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군사작전 수립 명령은 약 3주전 내려졌는데 당시 이미 국방부는 작전 계획을 거의 완료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 군사작전은 9.11사태 직후부터 이라크 공격을 주장해 왔던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월포비츠 국무부 부장관 등 미 정부내 매파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서버는 또 미국은 이라크의 9.11테러 개입 증거가 희박한 만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한 유엔 사찰 허용을 빌미로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관리들은 지난 주부터 이라크에 대해 유엔 무기사찰 허용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 달 26일 만일 후세인이 사찰을 거부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대해 “후세인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 차관은 지난 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후세인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바로 유엔의 무기사찰을 수락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부시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빌어 미국은 이라크 내 반후세인파를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미티지 차관은 미국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이 즉각 시작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확전 움직임이 노골화되자 중동과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은 지난 주 독일 의회에서 “모든 유럽국가들은 분쟁의 확대를 매우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새로운 (공격)목표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쉬뢰더 독일 총리는 “우리는 특히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공격 목표를 논의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표명했다.
알랭 리샤르 프랑스 국방장관도 “우리는 지금이 다른 나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확대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을 방문중인 아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전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 이라크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동맹국들의 우려와 경계가 미국의 확전 의지를 꺾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미티지 차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로의 확전이 반테러 국제공조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미 대통령의 결정에는 그 어떤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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