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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 테러전쟁, 아주 오래 간다"

재미 언론인 김민웅이 말하는 미 테러전쟁의 속셈

아프간전쟁의 조기 승리에 도취된 미국은 이라크 등을 겨냥한 확전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미 언론인 김민웅 박사는 27일 프레시안과의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사회 내부에서 전쟁논리가 이미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미국은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테러전쟁을 확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9일 성공회대학에서 열리는 해외민주화운동 학술세미나 참석차 일시 귀국한 그는 우선 현재 미국 사회의 대중정서에 반전 평화운동의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미국 내부에서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는 반발하지만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논리에 동조하고 있음에 놀라움을 표했다.

또 이러한 현상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부시 정부가 최근 수행한 애국법안 통과 등 일련의 사법적 조치를 꼬집고 비판적 논리가 경찰기관과 정보기관의 기능 강화에 의해 차단되는 현실을 토로했다.

더욱이 이러한 사법적 월권은 미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물론 다른나라 국민들에게까지 초법적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개인에 대한 국가의 주권 보호까지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전쟁논리가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데는 명분론과 실질적 과정이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이 자임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수호의 명분이 표면적인 정당성 획득의 이데올로기라면, 미국이 전개해 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미국의 패권적 위상이 심각한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전쟁경제를 그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실질적 내막이라는 것이다.

9.11 테러 이전에도 미국은 기후협약, 생화학무기협정 등 세계적 현안에 거부 입장을 표명해 왔으며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최대의 현안과제로 부각시키는 등 미국의 패권을 물리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깔려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미국의 패권적 대외정책 과정속에 전쟁은 필연화될 수 밖에 없었으며 그 계기가 테러리즘에 대한 전면전으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전쟁의 본질을 미국의 군사력과 에너지 확보 전략에서 찾았다. 러시아와 중국 등으로부터 미국의 패권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앙아시아에서의 에너지와 군사적 지위를 선점함으로써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쟁을 장기화 하기위한 확전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며 그 대상은 이라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권의 구체적 반발이 통제되고 유럽이 전쟁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상황에서 현재에도 전쟁중인 이라크로의 확전은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등의 패권국가들의 반대 입장은 확전에 따르는 가장 큰 장애 요소로 열어두었다.

한편 미국이 아프간에 친서방 정부를 세울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아프간 부족들은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으며 내전 장기화는 아프간 스스로의 자해행위라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간단치 않다. 미국의 무기강매와 테러방지법안 논란 등 전쟁논리가 한반도에 확산되고 있으며 북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속에서 우리에게는 평화시스템 정착을 위한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본지 편집위원이기도 한 김민웅 박사(45)는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미 델라웨어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까지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중도에 전공을 신학으로 바꿔 뉴욕 소재 유니온신학교에서 지난 99년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뉴저지주 길벗교회 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언론에 국제정치경제에 관한 글을 왕성하게 기고하고 있는 그는 올해 출간된 '보이지 않는 식민지'를 비롯, '패권시대의 논리' '컬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 등의 저서를 냈다.

다음은 김민웅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

***“정당한 전쟁” 논리, 미국사회에 팽배**

프레시안 : 현재 미국사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김민웅 : 애초에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정서적으로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반전 평화운동의 논리가 나름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반전 평화운동이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미국 시스템이 반전 평화 분위기를 억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정서 자체가 반전 평화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미국의 2차대전 참여과정, 냉전이 시작되는 과정에서는 정치가 대중들에게 전쟁논리를 설득시키고 의회가 그것을 승인해주는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따라서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까지는 1,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미국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미국인들이 ‘당했다’는 피해의식, 그에 대한 당연한 대응이라는 정서다. 따라서 반전평화운동이 힘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자연발생적 측면도 있지만 이른바 전쟁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던 진보적인 지식인들 조차도 놀랍게도 상당히 많은 수가 ‘정의로운 전쟁이다’라는 입장으로 가고 있다.

예컨대 리차드 포크같은 사람은 미국 자본주의 패권성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비판적 노력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또 자유로운 지식인들의 대변지라고 할 수 있는 네이션誌의 얘기도 충격적이었다. 전쟁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내부적으로 기본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반발하지만, 전쟁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체계적 비판이 없었다.

결국 전쟁수행에 대한 반기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식적으로도 이 전쟁이 정당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한편 비판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맹렬한 공격도 있다. 딕체니의 부인은 대학 강연에서 일부 지식인들이 비애국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의 전쟁정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다는 자체가 사회적으로 매장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다.

사법적으로는 지난 13일 애국법안이 통과되면서 전쟁 직전에 부시가 원했던 모든 내용이 포함됐다. 정보기능, 경찰기능을 통합해서 강화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기본권 침해는 불가피하다는 소위 ‘애쉬크로프트 시대’시대가 아니냐는 분위기다.

또 군사법정은 미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까지도 통제한다. 미국이 혐의와 증거 기준도 정해놓고 개인에 대한 국가의 주권 보호를 무시하고 있다.

군사재판의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빈 라덴과 같은 사람을 법정에 세울 경우 발언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을 뜻한다. 군사재판은 비밀재판이기 때문에 재판의 진행 절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들이 정해져 있다.

이처럼 대중정서, 지식인들의 비판 불가, 사법적 압박 상황에서 비판적 논리는 봉쇄되고 있다. 특히 이민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태다. 체포, 구금 등 아랍계 이민자들의 위기의식은 상당히 심하다.

***미국의 패권 확보를 위해 전쟁경제는 필연**

프레시안 : 냉전이후 구체적 적이 없던 미국이 국민들을 강력하게 결집해 낼 수 있는 테러리즘이라는 적을 만난 셈인데,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미국의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민웅 :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과 실질적으로 진행됐던 측면을 함께 봐야한다.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미국적 대외위상과 가치론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표하는 자유, 인권, 가치라는 것들을 수호해야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며 따라서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 전쟁을 과거부터 복기해 나가면 이런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위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지난해 말부터 상당히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 미국 경제를 비롯, 세계 경제가 침체로 돌아섰고 이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단시일 내에 집중적으로 자본축적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전쟁경제의 가동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시 최대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 미사일방어망 계획이었다. 전쟁경제를 중대한 현안으로 대두시키는 것이 부시정부의 패권 위기의 타개책이었다. 그것이 중동이든 한반도든 잠재적인 겨냥의 대상이 됐었다.

한편 미국이 전개해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전지구적 반발도 상당히 심각하게 제기됐다. 97년부터 반세계화운동이 거세졌고 미국에 대한 심각한 반발, 저항이 있었다.

이렇게 미국의 패권 위기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부시는 강공책을 선택했다. 기후협약, 지뢰금지조약, 생화학무기 협정,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등 세계적 중요 합의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거부, 초월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패권을 물리적으로 강화하는 움직임들을 보였다.

이것은 미국이 패권적 위기를 무리하게 풀 것이라는 전망을 비춰왔다. 무리하다는 것은 결국 폭력적으로 푼다는 것이고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는 전쟁이기 때문에 전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대부분의 결론이었다.

또 유럽,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아시아 등지에서 반미 움직임을 불러일으킴으로서 이런 정책을 통해서는 스스로 미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미국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테러를 삼은 것이다.

***전쟁의 본질은 에너지와 군사적 우위 확보**

프레시안 : 전쟁경제라는 것이 과연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인가?

김민웅 : 한가지 예를 보면 독일의 녹색당은 파병에 찬성했다. 녹색당이 왜그랬겠는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오일과 천연가스에 대한 장악은 독일에도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녹색당도 피해갈 수 없다.

또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일국적 패권주의에 대해서 저항하는 전선을 형성했다. 그러나 제3세계의 자원에 대해서는 별반 다름이 없는 제국 동맹의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남아시아 해안에 파병을 하려는 이유는 오일루트를 확보하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이것은 미국의 패권체제의 윤리적, 경제적 동요를 의미하고 실질적으로 미국경제의 운명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에너지 문제를 절대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모든 부문의 발언권을 잃게된다는 것이다.

군사, 경제, 이념,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와 군사력은 미국 자본주의의 토대를 확보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둥이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확보하면 이념적으로 미국을 비판할 수 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도 미국을 비판할 수 없어진다.

한편 전쟁경제 가동에 대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는 단기적 진단에 머물러 있다. 미국이 경기침체를 선언한 마당에 단기적으로는 전쟁경제가 갖는 효과가 과거만큼 폭발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상층부에서 도는 돈이 밑으로 내려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효과면에서 전쟁경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 높다**

프레시안 :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민웅 : 전쟁은 오래간다. 계속해서 미국내의 정책결정자들의 얘기는 이 전쟁 오래끌고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탈레반 정권이 쉽게 후퇴했기 때문에 아프간에서 미국의 장기전 전략이 한계에 부딪쳤다.

따라서 장기전을 위해서는 확전이 필요해졌다. 확전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의 테마다. 그 이유는 25일자 뉴욕타임즈 주말판 세계정세 해설란에 ‘탈레반 이후 다음은 누군가?’를 게재하고 여기서 ‘북한을 잊지말라(don‘t forget north korea)’고 경고한다. ’don't forget'은 상당히 위협적인 구호다. 과연 한반도까지 확전하겠는가라는 현실성 여부를 떠나 미국의 엄청난 강공임은 틀림없다.

전쟁사적으로보면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베트남 신드롬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지상군 파병할 수 없다, 장기전 할 수 없다’는 전쟁 전략 자체가 이번에 바뀌었다. 지난 20~30년 동안의 베트남 신드롬이 일정정도 극복된 것이다.

극복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이번 전쟁만큼 언론통제를 철저하게 한 적이 없었다. 미국 피해자가 얼마냐 등등의 보도는 거의 되지 않았다. 전쟁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없게끔한 것이다. 이렇게 베트남 신드롬을 봉쇄하는데 나름대로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전쟁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주 손쉬워졌다.

***이라크, 확전 대상 1순위**

프레시안 : 확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는?

김민웅 :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에 대해서 공격을 한다면 그것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라크와는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전쟁 수행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초기에 딕체니를 중심으로 즉각적 전쟁을 주장하는 입장이 있었던 반면 파웰을 중심으로 국제적 분위기를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 있었다. 그러나 파웰이 전쟁을 하자지 말자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두가지가 모두 충족됐다. 이슬람권의 지지를 확보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이슬람권의 구체적인 반발은 통제하고 있고 유럽이 전쟁에 전폭적으로 참여를 한 상황에서 이라크를 친다는 것에 큰 반발이 없다. 따라서 쉽게 할 수 있는 전쟁이 이라크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확전론이 나오기 전에 제1 부시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이글버거가 ‘그때 후세인을 살려둔 것이 실수였다’는 발언이 있었다. 지금 주시해야 할 것은 이글버거의 얘기를 공명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현 부시정권에 있다는 것이다.

그당시 후세인 문제를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은 현상황을 그때 내렸던 한계와 오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아프간 전쟁의 동력이 살아있을때 밀어부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전쟁논리의 표현들이 ‘사담 후세인이 테러와 관련이 없을지라도...’다. 반테러전쟁이 아니라도 이라크와는 전쟁을 하겠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슬람권 내부에서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아프간전과는 달리 중국이 발언하고 있다. 이것은 이라크까지 미국이 장악할 경우 중동의 판세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를 전세계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 이것을 두고 볼 수 있겠는가?

즉 중동의 판도에서 미국이 모든 것을 선점해버리는 방식을 다른 패권국가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중앙아시아에서는 참여하고 얻어낼 수 있는 지분의 확보가 가능하지만 이라크의 경우는 다르다.

***친미정권 수립은 어렵다**

프레시안 : 아프간에 친미 서방의 안정적 정권을 세우는 것의 전망에 대해서는?

김민웅 :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 자체가 미국이 기른 정권이다. 정권의 탄생 자체가 외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전쟁 진행과정에서 탈레반의 구호나 주장은 상당히 민족자주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힘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카불 진입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부동맹군에게 카불 진격을 일단 유보할 것을 종용했다. 그래야만 카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신정권 탄생에서 미국의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북부동맹의 전격적 진입이 가능했었고 북부동맹이 미국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상당히 강한 입장을 취했다. ‘우리가 충분히 카불을 관리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엔 평화유지군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부동맹군과 탈레반이 외세를 경험한 내용을 보면 ‘저들이 우리를 자기들 목적에서 이용하고 지원한다. 따라서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다.

즉 아프간인들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우리도 우리것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명분상으로는 대표성을 갖는 부족을 세우겠다지만 어떤 정파에게도 주도권을 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실제 의도를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친서방적인 정권을 세우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또 미국의 화력때문으로 볼수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내전경험을 통해 탈레반은 북부동맹군과 붙어서 내전의 장기화로 갈 경우 이것은 아프간 스스로의 자해행위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이번 카불 후퇴과정을 보면 북부동맹군과의 전격적 충돌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내전 장기화나 항복을 했을 경우의 탈레반 세력에 대한 안전보장까지 생각한 것이 아닌가한다. 그러한 고려가 탈레반 정권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20년간의 내전 경험을 통해서.

***한반도 전쟁논리 파급 우려**

프레시안 :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이 있겠는가?

김민웅 : 두가지를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무기강매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고 또하나는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안이다. 이것들은 전쟁논리를 한반도에 적용시키는 분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게 한다.

지난 시기동안 한반도에 정치, 경제 등등의 중심과제는 냉전극복이었다. 전쟁시스템을 평화시스템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시스템 교체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되면 남북간 긴장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 요구하는 군사시스템 강화는 남북간의 긴장을 반드시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우리 경제에 군사력에 대한 부담까지 늘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겨운 일이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끌려가면 그 나머지에 선택의 여지가 줄어든다. 우리 나름대로의 생존, 평화, 번영 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 역량 자체가 상당히 위축되지 않을까가 상당히 두렵다.

북미관계도 당연히 악화될 것이다. 클린턴때 북미관계가 풀린 이유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중국정책의 종속변수였기 때문이다. 또 ‘그냥 나둬도 붕괴한다’는 것이었는데 오늘의 시점에서는 그것이 안된다. 북한이 미국의 손안에서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도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전쟁을 하겠다는 분위기만 띄워도 북한의 역량을 고갈시킬 수 있고 압박할 수 있고, 동북아 패권을 계속 쥘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향후 대선의 내용도 심각하게 주시해야 한다. 미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전쟁시스템의 강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정치세력에 대해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내 관찰이다.

과거와는 달리 ‘전쟁은 안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를 상당히 안정시켜주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전쟁 시스템에서 평화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우리 삶을 안정시키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계속해서 제기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의 관계가 깊게 관련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언론이, 지식인 사회가 얼마나 힘있게 이를 제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자신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끊임없이 제기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미국의 요구에 대해 대응해나가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인데, 이런 것을 날카롭게 경계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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