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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환경 부채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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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환경 부채 갚아라”

시민단체 등 요구-개도국 외채의 3배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 끼친 환경 파괴도 일종의 부채에 해당되는 만큼 이 환경부채와 제3세계 국가들의 금융 부채를 상쇄하자는 이른바 ‘환경 부채’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을 비롯,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 International), 제3세계연구소, 남반구 환경 채권자 동맹(Southern Peoples Ecological Debt Creditors Alliance) 국제 시민단체 등은 오는 27일 아프리카 베냉에서 ‘세계화, 환경 부채, 기후 변화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의 목적은 환경부채 운동을 세계적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것. 이 회의에서는 또 ‘아프리카 환경 채권자 동맹’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환경부채란 개념은 지난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 개최된 세계 환경정상회담에서 처음 제안됐다. 선진국의 산업화로 지구온난화 등 환경파괴가 가속화됐으므로 환경파괴의 주범인 선진국들이 환경 복구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같은 환경복구 비용은 현재 개도국이 지고 있는 금융부채의 3배나 된다.

국제 환경 단체들을 비롯하여 ‘주빌리 2000’ 등 개도국 부채탕감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리우 회담 이후 10년을 맞는 내년, 이 문제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 개발에 관한 세계 정상회담(리우+10)’에 공식 상정할 계획이다.

‘금융 부채로 고통받고 있는 가난한 나라들이 환경 부채를 요구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한계가 없을 정도’라는 것이 환경 채무를 제안한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지난 7월, 영국의 법학 교수인 앤드류 스트라우스는 북반구 선진국들은 남반구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환경적 손실을 끼쳐왔으며 그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희생국 중의 하나인 방글라데시가 지구촌 최대의 환경 오염국인 미국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미국의 패배가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운동가들은 ‘만약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에게 얼마나 많은 환경부채를 지고 있는가를 깨닫는다면 이들에 대한 금융부채 상환 압박을 그만두게 될 것’이라며 가난한 나라에 대한 금융부채를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NEF의 앤드류 심스는 “북반구 선진국들의 남반구에 대한 환경부채의 규모와 잔혹성을 따져본다면 아무도 모잠비크나 니제르 같은 나라들에게 금융부채를 갚으라는 뻔뻔한 요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채는 선진국들이 수세기동안 제3세계로부터 천연자원을 착취한 것에 대한 보상이며 지속불가능한 소비패턴을 창출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를 방출하여 입힌 피해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심스는 영국 자선단체인 크리스챤 에이드의 보고서에 이러한 주장을 수차례 기고하고 “제3세계 국가들은 그들의 공식적인 외채의 3배의 가치가 넘는 ‘카본(탄산가스)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부채무에 환경부채까지-개도국 2중고**

그러나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피해 비용은 오히려 환경 피해국들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의 결과 야기된 해수면상승으로 남태평양 도서국가인 투발루의 거주민들은(7월 집계로 1만9백91명) 섬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 최초의 환경난민 집단은 호주로부터 이민을 거절당했으며 내년에는 뉴질랜드도 떠나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도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범람으로 인한 피해는 1960년대 이후 약 8배나 증가했다.

“만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5년에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야기된 자연재해 비용이 전세계의 총생산 비용을 넘어서는 아주 기괴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심스는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자연재해로 인한 모든 사망자의 96%가 개발도상국가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개발도상국가에 거주하는 전체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이들은 전통적인 외채(금융 부채)와 더불어 환경 변화로 인한 피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 심스의 주장이다.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회복 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전세계 개발도상국가들은 부자나라에 환경부채라는 ‘이자’까지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공식적인 금융부채는 개발도상국가의 납세의무자에 의해 지불되고 있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현재, 기후변화로부터 야기된 심각한 환경채무를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그것도 역시 전세계에서 가장 환경적으로 침해를 당하기 쉬운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는 후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생태학을 전공하는 조안 마르티네즈 얼라이어 교수는 “오늘날 국제정치질서에 환경부채 개념을 도입시키는 것은 남반구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도록 북반구의 경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보상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중요한 것은 환경부채가 얼마나 많은지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스 역시 “환경부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면 이것은 엄청난 수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리적, 경제적 결과를 조명하고 산업화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 사이의 모든 관계에 도덕률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스를 비롯한 NEF의 연구자들은 ‘환경 전쟁 경제(An Environmental War Economy)’라는 책자를 통해 환경변화로 인한 가난한 나라들의 불만이 국제 사회의 운명에 큰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선진국들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지구촌 경제는 상류층의 승객들이 사치스러운 최후의 몇 분을 즐기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3등석에 갇혀 있던 타이타닉호처럼 돼서는 안된다. 세계의 빈국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그들의 생존 여건을 잃어가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지구상에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좁히는 동시에 부국과 빈국 사이의 간극을 넓혀 수백만을 희생시킬 것 이다. 나아가 개발도상국가들의 욕구불만은 적대감과 갈등을 가중시켜 전쟁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그것이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선진국들의 정부구조까지도 위험에 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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