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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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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7>

제5강 주역(周易)-17

***3)산지박(山地剝)-1**
산지박(山地剝) 괘의 모양을 그려보지요. 산은 ☶(艮)이고 地는 물론 ☷(坤)입니다.
모양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박(剝)은 빼앗긴다. 박탈당한다는 의미입니다. 박괘는 괘사(卦辭)와 상구(上九)의 효사(爻辭)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역에서 상정하고 있는 상황을 검토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으로 그치려고 합니다. 괘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剝 不利有攸往

박괘는 이로울 것이 없다. 잃게 된다.

박(剝)괘는 글자 그대로 빼앗기고 박탈당한다는 뜻입니다. 이 괘는 주역 64괘 중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괘입니다.

초효부터 5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음효입니다. 음적양박(陰積陽剝)의 형상입니다. 양(陽)을 선(善), 음(陰)을 악(惡)으로 보면 악이 득세하고 있는 말세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악으로 쌓여 있고 단 한 개의 양효(陽爻)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 한 개의 양효마저 언제 음효로 전락될지 알 수 없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입니다. 붕괴 직전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박괘를 다섯 마리의 고기가 꿰미에 매달려 있는 고단(孤單)한 형국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산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형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상이지만 천지비(天地否)괘와 마찬가지로 막힌 괘로 읽고 있습니다.

교재에 효사를 전부 싣지는 않았습니다만 초육(初六)에서 육오(六五)까지의 효사(爻辭)는 상(床)이 그 다리에서부터 삭아서 무너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괘는 가장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괘라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절망(絶望)의 괘입니다. 그러나 그 절망이 곧 희망(希望)의 기회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상구(上九)의 효사(爻辭)가 바로 그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上九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
象曰 君子得无 民所載也 小人剝廬 終不可用也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 군자는 가마를 얻고 소인은 거처를 앗긴다.
군자는 얻는 것이 없으나 백성의 추대를 받게 되고 소인은 거처를 앗기고 종내 쓰일 데가 없어진다.

상구(上九)의 양효(陽爻)는 관어(貫魚)의 꿰미 또는 ‘씨 과실’ 또는 최후의 이상(理想)으로 읽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은 내가 좋아하는 글입니다. 붓글씨로 써서 아마 여러 사람에게 선물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왕필주(王弼註)에서는 이 석과불식을 '씨 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獨全不落 故果至于碩 而不見食’ 즉 홀로 떨어지지 않고, 씨 과실로 영글고, 먹히지 않는다고 풀이합니다.

‘먹지 않는다’보다는 ‘먹히지 않는다(不見食)’,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 괘의 상황은 흔히 늦가을에 가지 끝에 남아 있는 감(紅柿)을 연상합니다. 까마귀밥으로 남겨두는 크고 잘 생긴 감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비단 감뿐만 아니라 모든 과일은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것은 먹지 않고 씨받이로 남기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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