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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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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5>

제5강 주역(周易)-15

***2) 천지비(天地否)-1**

천지비(天地否) 괘는 가장 좋지 않은 괘의 예로 듭니다. 지천태(地天泰) 괘와는 그 모양이 반대입니다. 지(☷)위에 천(☰)을 올려놓은 모양입니다.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형상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양입니다. 자연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괘를 비(否)괘라 이름하고 그 뜻을 ‘막힌 것’으로 풀이합니다. 비색(否塞) 즉 소통되지 않고 막혀있는 상태로 풀이합니다. 천지폐색(天地閉塞)의 괘입니다.

지천태(地天泰) 괘와 마찬가지의 논리로 풀이합니다. 하늘의 기운은 올라가고 땅의 기운은 내려가기 때문에 천지가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늘은 저 혼자 높고 땅은 하늘과 아무 상관없이 저 혼자 아래로 향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천지가 불교(不交)하고 만물이 불통(不通)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천지비 괘는 그 요지만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효사(爻辭)를 읽지 않겠습니다. 괘사(卦辭)는 아래와 같습니다.

否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비(否)는 인(人)이 아니다. 군자가 올바름을 펴기에는 이롭지 않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인(人)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란 ‘人’ 자의 모양처럼 서로 도우는 것이 그 속성인데 천(天)과 지(地)가 서로 불교(不交)하기 때문에 비인(匪人) 즉 사람이 아니라고 풀이한 것이지요.

이 괘를 해석하는 단(彖) 역시 지천태 괘와 같은 논리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彖曰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則是天地不交 而萬物不通也
上下不交 而天下无邦也 內陰而外陽 內柔而外剛 內小人而外君子
小人道長 君子道消也

否(비) : 否塞. 막힘. 匪人(비인) : 非人. 人은 관계로 읽는다.

비(否)는 인(人)이 아니다. 즉 사람의 본성이 거부된 상태이다. 군자가 올바름을 펴기에는 이롭지 못하다. 큰 것을 잃고 작은 것을 얻을 것이다. 천과 지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만물은 서로 통하지 못한다. 상하의 마음이 서로 화합되지 못한다. 천하에 나라가 없는 형국이다. 무방(無邦) 즉 나라가 없다는 뜻은 나라를 공동체(共同體)로 이해할 경우 약육강식의 패권적(覇權的) 질서가 판을 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습니다. 또는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뜻으로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불교(不交), 불통(不通)이야말로 정의실현(正義實現)이나 공동체 건설에 결정적인 장애라고 보는 것이지요. 내괘(內卦)가 음(陰)이고 외괘(外卦)가 양(陽)이다. 이것은 내심은 유약(柔弱)하면서 겉으로는 강강(剛强)함을 가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핵심에는 소인들이 차지하고 군자는 변두리로 밀려난다. 그리하여 소인의 도(道)는 장성하고 군자의 도(道)는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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