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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북부동맹, “이제는 내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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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북부동맹, “이제는 내멋대로”

“외국군 필요없다”

예상 외로 빨리 실현된 카불 함락은 과연 서방측에 축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저주가 될 것인가.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 13일 전격적으로 수도 카불을 장악한 아프간 반군 북부동맹은 이후 유엔 평화유지군 등 외국 군대의 아프간 진주를 반대하는 등 서방측의 요구와는 다른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벌써부터 동맹 내 각 군벌간에 분열 조짐이 드러나고 있어 미국 등 서방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카불을 장악한 직후 북부동맹의 외무장관 압둘라 압둘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프간 내 여러 정파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연립정부를 구성하겠지만 여기에서 탈레반 세력은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범위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탈레반 내 온건파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미국측의 구상을 정면 부정한 것이다.

이어 북부동맹측은 15일 아프간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유엔은 단지 ‘옵서버’ 역할만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또한 유엔을 중심으로 아프간 신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은 아프간 신정부 구성을 위한 제 정파 회의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제3의 중립적 장소에서 개최하자는 입장인 데 비해 북부동맹측은 자신들의 주도로 아프간 내에서 열겠다는 입장이다.

압둘라 장관은 여기서 한술 더 떠 유엔 평화유지군도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평화의 장애물은 탈레반과 테러리스트였다. 이제 탈레반 등이 축출된 만큼 전쟁은 없을 것이며 따라서 국제평화유지군도 필요가 없게 됐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 또한 미국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미국은 터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 국가 출신들로 국제 평화유지군을 결성, 아프간의 치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북부동맹은 지난 17일 아프간으로 진주한 영국군 1백명에 대해 사전 상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퇴거 명령을 내렸다. 북부동맹의 정보 담당 부책임자인 엔지니어 아리프는 카불 부근 바그람 공군기지를 접수하기 위해 아프간에 진주한 영국군 1백명에 대해 인도적 임무를 위한 15명을 제외하고는 아프간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압둘라 외무장관은 “우리는 1백명 미만의 영국군이 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며 “수천명의 외국군이 아프간에 진주하려면 반드시 우리와 사전에 상의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아프간 진주를 위해 주변국에 대기하고 있던 영국군 6천명의 배치 계획은 무기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측 요구에 대한 북부동맹측의 고압적 자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들 내부의 분열 조짐이다. 수도 카불에 입성한 북부동맹의 각 파벌은 벌써부터 각 지역을 분할 점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즈벡족, 타지크족과 불편한 관계인 시아파 하자레족은 입성 직후 카불 남서부 지역으로 옮겨가 자신들의 본거지를 잡았다고 한다. 또 지방에서도 각 군벌들이 지역을 장악, 통행세를 받고 약탈 행위를 하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던 북부동맹이 신흥세력 탈레반에게 정권을 내준 것도 이들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 때문이었다. 96년 이들이 카불을 버리고 떠날 때, 4년간의 파벌 투쟁으로 사망한 카불 시민이 무려 5만명이나 됐다. 이들은 그동안 탈레반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뭉쳤지만 탈레반이 물러가면서 다시 해묵은 파벌 싸움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탈레반이 일체의 저항 없이 카불을 내준 것도 바로 북부동맹 내의 이같은 분열을 노린 정치적 술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남부의 최후 거점인 칸다하르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던 탈레반은 칸다하르를 사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측 대변인 마울비 나지불라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칸다하르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칸다하르 철수는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칸다하르의 모든 생활은 정상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행정부는 17일 북부동맹의 독자적 정부 구성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목표는 유엔 주도에 의한 광범위한 지지 기반의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그러나 1747년 건국 이래 단 한번도 외국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았던 아프간이 이같은 압력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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