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2주를 넘기면서 아프간 국민들의 희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국의 주간 옵서버는 21일 파키스탄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공격이 장기화될 경우 최대 7백50만명이 기아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유엔은 미국에 대해 구호활동 전개를 위한 공습 일시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자선단체 ‘크리스찬 에이드’의 대변인 도미니크 너트에 따르면 아프간 북부 다르 에 수프 지역에서는 이미 600명이 기아와 질병 등으로 사망했다. 또 다른 구호단체에 따르면 마자르 에 샤리프 인근 지역의 난민 수용소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프간은 지난 3년간 심한 가뭄으로 이번 공습 이전부터 식량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북동부 지역이 심하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간의 대규모 기아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매월 5만2천t의 밀을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25일 식량공급을 재개한 이래 WFP가 공급한 양은 2만t에 불과하며 그나마 1만5천t만이 아프간 국민에게 배급됐다. WFP의 한 관리는 이미 북부에는 눈이 오고 있다면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면 식량수송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WFP는 식량공급을 최대한 늘린다 해도 필요량의 3분의 2 이상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며 특히 식량이 필요한 산악 오지에는 분배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미군의 공습 외에 탈레반 병사들의 약탈행위도 현지 구호행위를 방해하고 있다. 지난 주 탈레반 병사들은 WFP의 식량창고를 급습해 약 1,600t의 밀을 약탈해 갔다. 이들은 식량뿐만 아니라 식량 수송을 위한 트럭 등도 빼앗아 가고 있다. 현재까지 100대 이상의 식량 수송 차량이 탈레반 또는 알 카에다 조직원에게 약탈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 도시에서 탈레반 등의 약탈행위가 심해지자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구호활동을 펴왔던 국경없는 의사회는 최근 아프간에서의 구호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또 대부분의 구호단체들은 안전을 고려, 파키스탄에 본부를 두고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은 국경지역에서의 구호활동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미국의 공습이 장기화되면서 국경을 빠져나가는 난민 숫자도 늘고 있다. 파키스탄으로의 아프간 난민은 지난 주말에만 1만여명을 비롯, 미 공습 이후 5만명에 이르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이미 2백50만의 아프간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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