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미국이 탈레반 정권의 목조르기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21일 오후 5시(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데 이어 22,23일에도 공습을 계속함으로써 반군 북부동맹의 수도 입성 길을 트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2일 “이제까지의 전략은 아프간 신정권이 구성된 이후 카불을 함락시킨다는 것이었으나 펜타곤은 겨울이 오기 전에 군사작전을 완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같다”며 미국의 전략에 변화가 왔음을 시사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북부동맹이 카불을 향해 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 카불이나 탈레반의 근거지인 남부 칸다하르가 겨울 전에 함락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되는 것이 미국이나 동맹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대답했다.
미국이 이처럼 군사작점을 앞당기는 것은 오는 11월 15일이면 이슬람의 명절인 라마단이 시작된다는 점, 겨울이 되면 험준한 아프간에서 군사작전이 어려워진다는 점, 아랍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군사작전의 조기 종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불 북부 56km 지점에 대기하고 있는 북부동맹군은 미군의 공습으로 탈레반의 방어선이 무력화됐다고 판단될 경우, 카불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부동맹군 진지에서 카불까지는 샤밀리평원이 펼쳐져 있어 지형적 장애물은 없는 편이다.
물론 미군과 북부동맹의 총공세로 카불이 쉽사리 함락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 현재 샤밀리 평원에는 약 7,000명의 탈레반 병사들이 참호를 파고 북부동맹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고 이 지역 대부분에 지뢰들이 매설돼 있어 지상군의 진격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탈레반군은 미군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군 병력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으며 아프간내에서의 지상전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등으로 넘어온 아프간 난민과 현지 구호단체 직원들에 따르면 탈레반 정권은 병력과 탱크, 야포 등 군장비 등을 도시의 인구밀집지역, 또는 산악 동굴 등으로 대피시켜 미군 공습의 피해를 최소화시켰다고 한다. 미군이 민간인 희생자의 발생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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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불에서 귀환한 한 구호단체 직원에 따르면 탈레반 정권은 미군 공습에 의한 피해가 별로 크지 않다는 데 매우 고무돼 있다고 한다.
게다가 탈레반은 지난 20년간의 전투경험에서 아프간내의 전투라면 자신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의 전략보좌관이며 대소 전쟁에서 탈레반 사령관으로 활약했던 잘라루딘 하카니는 지난 주말 파키스탄 신문 ‘더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국 땅에서 우리 식대로 미군 병사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련군은 적이었지만 용감했다. 하지만 미군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며 미군은 “아프간의 험한 기후와 지형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며 이곳이 그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의식한 탓인지 파월 국무장관도 겨울 이전에 상황을 종료시키려는 계획으로 말미암아 “작전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인정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작전이 겨울을 넘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이번 작전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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